실점 아쉬운 한국. 연합뉴스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펼쳐진 한일전에서 K리그의 현주소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이번 대회 엔트리를 K리거 23명, J리거 3명 총 26명으로 꾸렸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정한 A매치 기간에 열리는 대회가 아닌 동아시안컵에는 해외파 차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홍 감독은 이번 대회를 다양한 선수를 실험할 기회로 삼았다. 무려 7명을 처음으로 A대표팀에 뽑는 등 본격적인 새 얼굴 테스트에 나섰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아예 26명의 엔트리를 모두 J리거로 구성했다. 이 중 12명이 첫 발탁일 정도로 파격적인 명단을 발표했다.
15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대회 남자부 최종 3차전. 나란히 2승씩을 거둔 두 팀이 만나 사실상 결승전이 성사됐다.
다만, 골 득실에서 일본(+7)이 한국(+5)에 2골 차로 앞선 만큼, 한국으로선 반드시 승리가 필요했다. 무승부만 해도 우승 트로피는 일본의 몫이 되는 상황이었다.
한국은 이날 나상호(마치다 젤비아)를 제외하고 전원 K리거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마치 K리그와 J리그 간 올스타전을 연상케 하는 매치다. 이벤트 성격은 아니지만, 엔트리 전원이 J리거인 일본과 자국 리그의 실력을 겨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2019년 부산 대회 이후 6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대회. 개최국 한국에겐 자존심도 걸린 경기였다. 6년 만이자 통산 6번째 우승을 놓칠 수 없다는 각오로 임했다.
하지만 결과는 0-1 패배. 일본은 직전 2022년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달성했다. 또 한국과의 맞대결에서 3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패배 안쉬워하는 한국. 연합뉴스선제골을 예상보다 일찍 터졌다. 전반 7분 왼쪽에서 소마 유키가 올린 크로스를 저메인 료가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처리해 골망을 흔들었다. 혼혈 공격수 저메인의 이번 대회 5호 골이다.
이후 한국은 한 차례 더 위기를 맞았다. 전반 18분 골키퍼 조현우(울산HD)의 킥 미스 후 일본의 공격이 전개됐다. 이때 안도 토모야가 절묘한 오른발 슛을 날렸으나 다행히 골문을 빗나갔다.
한국은 전반 동안 유효 슈팅을 한 차례도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고전했다. 이에 후반 들어서는 라인을 올리고 공격적으로 나섰으나, 경기 막판까지도 별다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패색이 짙어진 후반 83분 이호재(포항 스틸러스)의 번뜩이는 슈팅마저 골망을 가르지 못했다. 문전 혼전 상황에서 시도한 기습적인 오른발 발리슛은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는 한국의 유일한 유효 슈팅으로 기록됐다.
이후 추가시간 8분 이호재가 한 차례 더 골문을 위협했지만, 골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태석(포항 스틸러스)의 프리킥을 헤더로 처리했으나 골문을 빗나가며 아쉬움을 삼켰다.
한일전 역대 전적은 42승23무17패로 여전히 한국이 우세하다. 하지만 FIFA 랭킹은 일본(17위)이 한국(23위)보다 6계단 위다. 여기에 이번 대회를 통해 자국 리그까지 한국보다 한 수 위라는 걸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