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박종민 기자순직해병 특검팀이 'VIP 격노설'을 입증하는 진술을 잇따라 확보한 가운데,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은 "행정부 내부의 의견교환 내지 의사소통 과정을 소위 '격노'라는 자극적이고 비법률적인 프레임으로 폄훼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장관의 변호인은 16일 입장문을 통해 "정확한 진실은 알 수 없으나 현재 특검의 수사상황에 비춰, 당일 회의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대통령이 해병대 수사단 의견에 역정을 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화를 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지적하는데 그것을 격노라는 프레임으로 폄훼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짚었다.
이 전 장관 측은 "해병대 수사단의 최초 보고서에 개진된 의견은 업무상과실치사의 법리에 비추어 명백히 틀렸다"며 "(그 의견에 역정을 내는 것은) 국군통수권자로서 그리고 업무상과실치사의 법리에 상대적으로 밝은 검사 출신 대통령으로서는 당연한 지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그것을 바로잡는 과정에 있어서 행정부 내부의 의견교환 내지 의사소통 과정을 소위 '격노'라는 자극적이고 비법률적인 프레임으로 폄훼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며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의 행위 내용 자체가 정당한지 그렇지 않은지 여부로 평가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즉 윤 전 대통령이 '화를 낸 상황'을 두고 범죄 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고 위법성이 없는 행위라는 점을 부각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전 장관은 2023년 7월 채상병 순직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재직했다.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재를 번복해 VIP 격노설과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VIP 격노설은 윤 전 대통령이 같은 해 31일 오전 11시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을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고, 이후 경찰 이첩을 보류시키고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를 바꾸게 했다는 의혹이다.
이 전 장관은 그간 '당시 대통령의 격노로 느낄 만한 기억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VIP 격노설'을 인정하는 증언이 계속되면서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순직해병 특검팀은 당시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한 김태효 전 안보실 1차장, 이충면 전 국가안보실 외교비서관, 왕윤종 전 경제안보비서관 소환 조사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이 화내는 것을 목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