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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강남에는 싱크홀이 유독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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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모래·점토가 섞인 연약한 지반인데
대형빌딩 짓는 과정에서 배관 설치·철거 반복
"지하 공사때 흙 유출되면서 빈 공간 생겨"

지난 2020년 7월 24일 강남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 연합뉴스지난 2020년 7월 24일 강남의 한 도로에서 발생한 싱크홀. 연합뉴스
올해 상반기 서울 곳곳에서 싱크홀이 발생하며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특히 강남권 일대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싱크홀 현상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재난·안전 포털 '서울안전누리'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서울에서 총 73건의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36%인 26건이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강남구가 13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송파구 10건, 서초구 3건 순이었다.

그렇다면 왜 강남 일대에는 싱크홀이 유독 많이 발생하는걸까. 강남 일대는 본래 하천이 흐르던 불모지를 매립해 조성된 곳이다. 그만큼 지반이 단단한 암반보다는 모래와 점토가 섞인 연약한 지반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지반에 지하철과 상하수도, 통신선, 열 수송관 등 각종 인프라가 얽히고설켜 있는 강남 지하 공간은 큰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런 시설들이 하나의 통합 설계 없이 기관별로 제각각 시공되다 보니 지하 구조가 불안정해지고, 결과적으로 땅이 꺼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쉬운 것이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이수곤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하 15~20미터 깊이로 굴착해 강남에 대형 건물을 짓는 과정에서 상하수도 배관이 반복적으로 설치되고 철거되면서 지반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다"며 "이는 단순한 노후 관로 문제가 아니라 반복된 굴착, 부실 시공, 그리고 감독의 부재가 만든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현상은 서울 강남구만의 일이 아니다. 건물숲 뉴욕 역시 도시의 무게에 짓눌려 가라앉고 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연구결과에 따르면 뉴욕 전역에 세워진 100만 개 건물의 총 무게는 약 7억6000만 톤에 달하며, 이는 에펠탑 7만 개가 도시에 올라앉아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연구팀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포함한 뉴욕 주요 고층 건물은 단단한 암반 위에 세워졌다"면서도 "일부 빌딩은 모래와 점토가 섞인 지반에 건설돼 침하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렸던 지난 5월 한 달간 44건의 싱크홀이 집중적으로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폭우가 주요 원인이라는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폭우는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하수 흐름이 빨라지며 흙과 모래가 지하 공사장 내부로 유입되고, 그 결과 지반 아래 공간이 생기면서 무너지는 구조적 문제가 진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싱크홀을 막기 위해선 땅속의 상황을 사후가 아닌 '사전'에 예측하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는 차수공법(지하수 유입 차단 기술)과 같은 기본적인 안전 조치조차 현장에서 제대로 시공되지 않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박 교수는 "감리 제도 역시 형식적으로 운영되며, 배토량이나 지하수 유입량 등 핵심 지표들도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복되는 재난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뿐만 아니라 시민의 인식과 구조의 전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이 교수는 "모든 재난을 정부가 해결할 수는 없다"며 "지역 주민이 자신의 동네를 스스로 감시하고 이상한 지점을 사전에 포착해 신고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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