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15일 인사청문회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과 관련해 추가 입장을 내놨다. 이재명 정부 임기 중 전환을 목표로 한다는 발언이 대통령실과 엇박자를 낸 것으로 비춰지자 기한이 아니라 의지에 방점을 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전작권이 그만큼 민감한 사안임을 보여준다. 전작권 전환은 이른바 '진보 정권'에겐 숙원 과제였고, 마침 현 미국 행정부도 긍정적 입장으로 알려져 양측 이해가 일치하는 것처럼 여겨진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의 말대로 '협상 카드'가 아닌 셈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작권도 엄연한 협상의 대상으로, 치열한 물밑 신경전이 예상된다. 이는 먼저 아쉬운 소리를 하는 쪽이 손해를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합동참모본부가 전작권 전환을 미국에 먼저 요구해선 안 된다고 한 것도 이런 계산을 일부 반영한 것이다.
만약 우리 쪽이 전작권 전환에 조바심을 낸다면 미국의 협상 지렛대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눈치싸움을 계속하다가는 트럼프 집권에 의한 전작권 전환의 좋은 기회를 흘려보낼 수 있다.
지난 6월 18일 오전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주한미군 순환배치 여단 임무교대식에서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란히 놓여 있다. 연합뉴스전작권도 한미 간 갑을관계의 한 전형이다. 우리가 전작권 전환을 2차례나 연기하자고 하긴 했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미국도 내어주기 싫은 기색이 역력하다. 한국이 반대급부를 제공한다면 모를까 이미 손에 쥔 권한을 굳이 포기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전작권에 대한 미국의 기득권이 더 강화된 이유는 또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4년 전작권 전환을 '조건에 기초한' 방식으로 바꾸면서 아예 무기 연기해버렸다. 원래 합의된 2012년 전환 시점을 이명박 정부가 2015년으로 1차 연기한 것에 뒤이은 일이다.
안 그래도 미국과 합의가 필요했던 전작권 전환은 여기에 '조건'까지 부가되면서 더욱 난해해졌다. 더구나 그 조건이라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다. 특히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은 처음부터 불합리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에 참석해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2021년 연구보고서에서 "충족할 수 없는 과도한 조건을 내세움으로써 사실상 전작권 전환이 무기한 연장된 것이란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가 한미 동맹군의 미래 지휘체계를 기존 '병렬형'에서 '통합형'으로 바꾼 것도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에 또 다른 장애물이다. 당초 노무현 정부는 한국군이 주도하고 주한미군이 지원하되 한미연합사 없이 각자 지휘하는 전작권 '환수' 방안을 미국과 합의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연합사를 미래연합사로 이름만 바꾸되 사령관과 부사령관을 각각 한국군과 미군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미국과 다시 합의했다. 이는 당장 미군이 과연 한국군 지휘를 받겠는가 하는 의문으로 이어진다. 타국에 지휘권을 넘기지 않는다는 '퍼싱'(Pershing) 원칙 때문이다.
이런 배경들로 인해 이재명 정부의 공약인 전작권 '환수'는 나름의 함의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순히 전작권 전환에 대한 추진 의지를 강조하는 차원을 넘어 원래의 '병렬형' 방식을 재추진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