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이른 폭염에 장마 끝난 줄 알았더니 '물폭탄'…날씨 왜이래?[영상]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중부지방 '물폭탄', 충남에만 밤 사이 400㎜
한반도 뒤덮던 고기압 해체되며 장마전선 하강
남부지방 내린 소낙비는 중부지방 장맛비와 달라
전통적 '장마' 개념 더이상 여름 기후 설명 어려워
'한국형 우기'로 개념 재정립 주장도…20일부터 다시 폭염

기습 폭우가 쏟아진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에서 차량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주행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기습 폭우가 쏟아진 17일 서울 송파구 잠실역 인근에서 차량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주행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며칠 전만 해도 타는 듯한 햇빛을 내리쬐며 117년 만의 폭염을 가져왔던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어두컴컴한 비구름에서 장대비를 퍼부었다. 사람들은 비를 맞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얼굴까지 우산을 당겨쓰면서 발걸음을 재촉했다. 장화나 샌들을 신어 폭우에 철저한 대비를 한 이들도 적잖게 보였으나, 이미 무릎까지 젖어 축축한 다리를 힘겹게 움직이는 이도 있었다. 전날부터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17일 오전 서울의 출근길 풍경이다. 밤사이 수도권에는 시간당 50㎜ 넘는 폭우가 내렸고, 충청권엔 시간당 100㎜가 넘는 100년 만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100년 만의 폭염 직후 곧바로 100년 만의 폭우가 내린 변화무쌍한 날씨에 시민들 얼굴엔 당황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서 만난 고등학생 조모양(17)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힘들다. 양말을 3개씩은 챙겨야 되는 날씨"라며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했다. 50대 여성 유영미씨는 "이미 장마가 끝난 줄 알았더니 다시 장맛비가 일주일 내내 온다니 참 이상하다"며 "요즘 기상청 예보를 믿기가 어렵다"고 했다.

성질 다른 두 공기의 충돌이 극한 폭우 원인


이른 폭염에 이어 끝난 줄 알았던 장맛비의 재등장까지 '오락가락'한 날씨가 관심사다. 7월 초부터 이례적으로 덮친 폭염을 몰아내고 13일부터는 전국적으로 비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16일부터 17일 이틀간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물폭탄'이 쏟아졌다. 충청권엔 하루 만에 400㎜가 넘는 극한의 집중호우가 나타나며 인명피해도 발생했다. 18일부터는 남부지방에도 강한 비가 내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주말인 19일까지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장맛비의 형태로 내린 이번 비는 혼란스러운 측면이 있다. 올해 6월 중순 평년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게 시작됐던 장마는 잠시 강한 비를 쏟아내고는 사실상 물러난 것으로 관측돼 왔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이미 지난 3일 제주도와 남부지방의 장마가 각각 13일, 15일 만에 종료됐다고 공식 발표했고, 이는 제주와 남부 모두 역대 두 번째로 짧은 장마 기록으로 나타났다. 제주의 경우엔 관측 사상 처음으로 6월에 나온 장마 종료 선언이었다.

수도권 등 중부지방은 장마 종료가 선언되진 않았으나 좀처럼 비다운 비 소식이 들리지 않으면서 '마른장마' 상태가 2주 넘게 지속되던 상황이었다. 게다가 전국적으로 폭염경보가 내려지고, 7월 상순 기준 역대 최고 기온이 나타나는 등 '역대급 폭염'에 이미 한여름 날씨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그러던 중 다시금 먹구름이 몰려들며 전국적으로 약 일주일간 비가 퍼붓고 있는 것이다.

광주 전역에 극한 호우가 쏟아진 17일 오후 광주 북구 신용동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들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광주 전역에 극한 호우가 쏟아진 17일 오후 광주 북구 신용동 일대 도로가 침수돼 차량들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일단 장마 종료가 선언되지 않은 중부지방의 경우엔 언제든 정체전선(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상태였다고 분석한다. 16일부터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내린 비는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와 남동쪽의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에서 불어오는 뜨겁고 축축한 남서풍이 충돌하며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주 동안 비 소식 없이 뜨거운 폭염만 덮쳤던 건 한반도를 두텁게 뒤덮은 고기압이 장마전선을 한반도 북쪽으로 밀어냈기 때문이었으나, 최근 이 고기압이 해체되고 위에서는 건조한 저기압이 내려오면서 다시금 정체전선이 한반도 위에 자리한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장마전선 등 정체전선이 오르내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강한 비가 내리는 동시에 다른 지역에는 폭염이 발생하는 패턴이 빈번하다"며 "정체전선이 존재하고 북쪽의 건조공기와 남쪽의 수증기가 충돌하는 구조가 계속되는 한 중부 지방의 장마는 종료됐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비 그친 뒤 더 강도 높은 폭염올 듯

17일 오후 대구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며 신천동로가 침수 우려로 전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17일 오후 대구 지역에 폭우가 쏟아지며 신천동로가 침수 우려로 전면 통제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일찌감치 장마 종료 선언이 이뤄진 남부지방에도 폭우가 쏟아지는 건 어떤 이유일까. 기상청과 전문가들은 최근 남부지방에 내리는 비는 남쪽에서 들어오는 다량의 수증기 때문에 대기가 불안정해져서 내리는 비라고 분석한다. 남부지방의 비는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내리는 소낙비로, 중부지방에 내리는 비는 장맛비와 구분된다는 뜻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남부와 제주에 장마 종료 이후에도 비가 내리는 경우는 과거에도 흔했고, 종료를 번복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마 종료 이후로도 장맛비처럼 며칠간 비가 이어지는 경우는 종종 있는 현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N차 장마'와 같은 표현이 나오기도 한다. 장은철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는 "장마가 끝났다는 게 여름철에 비가 내리지 않는다는 얘기는 아니"라며 "시기적으로 봤을 땐 올해 고기압이 굉장히 빨리 한반도에 걸리면서 장마가 일찍 끝난 것처럼 보인 측면이 있지만, 비가 오는 양상에 있어선 올해가 특이한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우리나라 장마의 전통적인 개념으로 인해 시민들이 혼란스러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후 변화의 여파로 장마철뿐 아니라 여름철 내내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형태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적인 장마의 개념으로 이를 설명하다 보니 오류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에 장마보다는 '한국형 우기' 등으로 새롭게 개념을 정립하고 고정적으로 기간을 설정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도 나온다. 지난 2022년 기상청이 낸 '장마 백서'에도 이러한 취지의 주장이 담기기도 했다.

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린 17일 산사태가 발생한 충남 예산군 봉산면 봉운로가 토사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중부지방에 폭우가 내린 17일 산사태가 발생한 충남 예산군 봉산면 봉운로가 토사로 뒤덮여 있다. 연합뉴스
한편 충청 지역에서 나타난 이례적인 폭우는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북쪽의 차고 건조한 공기의 경계에서 발달한 중규모 저기압이 정체하면서 발생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성질 다른 두 공기가 비슷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충돌하는 경우 대류운(지표면 가열로 공기가 상승하면서 만들어진 구름)이 계속 같은 지역에서 이동하지 않고 장시간 머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런 국지적 현상은 아직까진 과학적으로 예측이 굉장히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이번 비구름이 걷히고 나면 20일쯤부터는 전보다 더 강도 높은 폭염이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덥고 습한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시 확장하면서 한반도를 덮게 되면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극한의 더위가 찾아올 수 있다. 다만 열대 수증기 또는 열대 요란(적도 인근 해양 지역에서 발생하는 구름·저기압 등의 현상) 등의 유입에 의한 강수가 장마 이후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1

0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전체 댓글 0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