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의혹으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은 이일준 삼부토건 회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류영주 기자삼부토건 이일준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가 구속됐다. 김건희 특검(민중기 특별검사)이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수사를 벌인 지 17일 만에 첫 신병확보에 성공했다.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새벽 "도망할 염려, 증거를 인멸할 염려"를 이유로 삼부토건 이 이 회장과 이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삼부토건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진행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는데도, 마치 관련 사업이 원활히 진행되는 것처럼 허위·과장 정보를 유포해 투자자들을 속이고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 회장과 이 전 대표 등은 삼부토건이 실제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특검은 삼부토건이 6년째 해외 사업을 수주하지 못하고, 낮은 신용도와 자금 여력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 등을 다수 확보한 데다, 내부 직원에게서 "정말로 (삼부토건이) 우크라 사업을 하고 싶은 의사가 있는지 당시에 의문스러웠다"는 진술도 확인했다.
또 주가조작의 기점으로 지목되는 2023년 5월 '폴란드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우크라 포럼)에서 우크라이나 지방정부 및 기업들과 체결한 업무협약(MOU) 등이 졸속으로 만들어진 정황을 확인했고, 나아가 삼부토건이 그 후속 조치에는 미온적으로 일관한 정황도 파악했다.
삼부토건은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을 추진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점을 법원에 충분히 소명한 것이다.
삼부토건의 허위·과장된 우크라이나 사업 추진 소식이 유포되면서 주가는 고공행진을 달렸다. 5월 초 1천원 안팎이던 주가는 2개월여 만에 5500원까지 상승했다. 특검은 산정한 부당이득액은 369억원이었으며,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4월 부당이득액을 660여억원으로 추산했다.
이 회장과 이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삼부토건 주자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사라진 이 회장을 상대로 특검은 삼부토건 인수의 배경과 우크라이나 사업 추진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법원은 조성옥 전 회장에 대한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부장판사는 "사기적 부정거래 범행에 대한 구체적인 역할 및 가담 내용, 그 실행 행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점, 이로 인해 피의자에게 방어권 보장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등에 비추어 현 단계에서의 피의자에 대한 구속의 필요성 및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특검의 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회장과 이 전 대표, 조 전 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삼부토건 부회장 이모씨는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은 이씨의 변호인마저 그 소재를 알지 못한다는 점 등으로 보아, 이씨가 도주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향후 특검의 과제는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과 윤석열 정부 간 수상한 접점을 밝히는 일이다. 특검은 삼부토건의 주가 급등과 윤석열 정부 움직임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우크라 포럼에 직접 참석해 삼부토건 주가급등의 재료가 됐다. 이후 김건희씨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배우자 젤렌스키 여사를 만났다. 포럼 두 달 뒤인 그해 7월에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우크라이나를 직접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재건 협력을 논의했다. 윤석열 정부의 행보 하나하나가 삼부토건 주가 부양 작업에 호재 역할을 한 것이다.
문홍주 특별검사보는 지난 3일 첫 브리핑에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사건을 '1호 수사 대상'으로 정하면서 "이 사건과 관련하여 제기된 의혹을 최대한 신속하게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