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씨. 윤창원 기자극우 인사인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입당 사실을 공개하며 연일 전당대회 개입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전당대회 직후 국민의힘과 합당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세력'의 조직적 침투에 노출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극우 세력 입당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당의 정체성과 외연 확장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전한길 "나를 품어야 당대표"…국민의힘 "10만 입당 실체 없어"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왼쪽)과 전한길씨. 윤창원 기자
2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전한길씨가 주장하고 있는 '10만 명 국민의힘 입당설'의 실체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원 가입에 있어 특별한 추이 변화가 없었다는 것.
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원 가입 추이에서) 눈에 띄는 것도 없고, 통상적인 정도"라고 설명했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도 "전한길씨 때문에 10만 명이 가입했다면 당원 수가 급증해야 맞는데 그런 변화는 없었다"며 "정치적 수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전한길씨 때문에 당이 흔들린다고 보는 건 당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당 관계자는 "(당원 가입자에 대해) 출신 성분을 알 수는 없다"며 특정 세력의 조직적 침투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 17일 영상을 올리며 "전한길을 품어라. 그래야 국민의힘이 산다"며 전한길을 품는 자가 당대표가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도 "10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돼 있다"며 "당대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을 옹호하며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는 대표적 극우 인사다. 국민의힘은 전씨의 10만 입당설이 실체가 없는 허풍으로 보고 있지만 당 일각에서는 당의 정체성과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정하 의원은 지난 18일 SBS라디오에서 "당이 극우 정당화되는 건지가 제일 걱정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같은 날 KBS라디오에서 "전한길 강사가 우리 당의 당원으로 들어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한길씨에 대해 여러 의견을 경청, 수렴하고 있다"며 "전씨의 언행에 대한 확인과 함께, 당헌·당규에 따른 적절한 조치 방안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기존 "개인의 입당에 대해 호들갑 떨 것 없다"던 입장에서 한 걸음 나아간 조치다.
송 비대위원장은 "여러분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며 "당이 다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변수로 떠오른 '극우 리스크'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 평택=황진환 기자이런 가운데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도 국민의힘과 합당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조원진 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새 지도부가 구성되면 공식적으로 합당 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지난 대선 때 합당 논의가 진행됐었다"며 "공식적인 라인과 협의를 했고 결과는 합당까지 가지 못했다. 이낙연의 새미래민주당도 그때 합당한다고 하다가 못 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권을 견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 같다"며 "친한(한동훈)계에서나 (합당을) 반대하지 나머지 분들은 반대하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또 우리공화당 당원 일부가 자발적으로 주변 지인들에게 국민의힘 입당을 권유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우리공화당과의 합당설'에 대해 "전혀 들은 바 없다. 우리가 거기랑 합당해서 무슨 실익이 있는가"라며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조원진 전 의원은 해당(害黨) 행위자로 돼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당원자격심사위원회 대상이고, 전직 의원의 재입당은 비상대책위원회 또는 최고위원회 의결이 필요한데 (입당 가능성은) 사실상 0%"라고 말했다.
전당대회가 다음 달 22일로 확정된 상황에서 극우 입당 변수가 발생하면서 당의 '중도 외연 확장'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당내에서 극우 인사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현실화될 경우 국민의힘에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시도하는 혁신 움직임과 '윤 어게인'을 외치고 있는 극우 세력 간의 충돌이 당내에서 벌어질 경우 혼란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 친한계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당심이 결집해서 40% 지지율을 냈다. 하지만 당심을 얻는 것만으로는 대선이나 총선을 이길 수 없다"며 "이제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