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여당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갑질 의혹에 그간의 침묵을 깨고 적극적인 엄호 기조로 돌아서고 있다. 이미 대통령실이 강 후보자의 임명 강행을 시사한 만큼 논란과 맞닥뜨리더라도 낙마만은 막아야 한다는 일종의 위기감이 작용하는 분위기다.
여당의 지원 사격 속에 강 후보자도 국회 청문회 이후 이렇다 할 대응 없이 버티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안팎의 사퇴 요구와 무관하게 결국 여당 단독 채택으로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가 국회 문턱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22일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를 오는 24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갑질 논란으로 거세진 비판 여론 속에서도 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확인한 셈이다.
지난 20일에도 이 대통령은 이진숙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면서 강 후보자 임명은 절차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대통령실이 임명 고수 입장을 분명히 한 때를 기점으로 더불어민주당의 기류도 급선회하는 양상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잠잠하게 상황을 지켜보던 것과 달리 강 후보자의 갑질 논란을 엄호하면서 정면 돌파하고 나선 것이다.
유튜브 'CBS 김현정의 뉴스쇼' 방송 화면 캡처
선봉대에 선 건 민주당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다. 문 수석부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반적인 직장내 갑질과 보좌진과 의원 관계에서의 갑질은 성격이 좀 다르다"며 강 후보자의 갑질 의혹을 두둔했다. 그러면서 "너무 가까운 사이이다 보니 가끔 사적인 심부름은 거리낌 없이 시키는 경우도 있다"며 "보좌진 중에는 그런 일을 하면서도 불만 없이 잘 해내는 보좌진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도 강 후보자를 지원 사격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임명 강행 의사를 내비친 이튿날인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 후보자는 여가부 장관으로서의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며 "제기된 갑질 의혹 중에 사실과 다른 것도 확인되고 있다"고 옹호했다. 같은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강 후보자의) 전현직 보좌진 중에 친구 같았다거나 보람 있었다는 반대 진술도 나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의 강경 엄호 배경에는 확산되는 비판 여론에 더 이상 소극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대통령실이 임명 강행 의사를 못박은 상황에 자칫 낙마로 이어지면 인사 참패라는 공세의 빌미를 제공함과 동시에 이 대통령의 정국 운영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인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같은 여당의 엄호 속에 강 후보자는 무대응으로 일관 중이다. 지난 14일 국회 인사청문회 이후 갑질 의혹이 연일 쏟아졌지만 이제껏 별다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의 임명 의사가 분명한 마당에 당내 옹호 목소리까지 더해지고 있으니 사실상 버티기만 하면 된다는 계산을 하고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 기조와 발맞춰 지원 사격이 이뤄지고, 강 후보자 본인도 침묵하는 상황을 보면 결국 인사청문보고서를 여당이 단독으로 채택하겠다는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정면 돌파가 민심 이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사회적 약자와 맞닿은 갑질 논란에 고개 숙이지 않는 태도가 국민 눈높이에서 반감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극우 논란이 불거진 강준욱 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을 겨냥해 민주당 의원들이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과도 대비된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갑질 논란에는 소극적이고, 극우 논란에는 강경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자질보다는 진영 논리가 인사 기준이 된 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