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연합뉴스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미국을 찾았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 귀국했다. 2주 만에 이뤄진 2차 방문이었기에 적지 않은 기대감이 제기됐지만,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과는 직접 만나지 않은 채 귀국길에 올랐다.
미국과 합의를 마친 일본과 달리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포함한 미국과의 '2+2 통상협의' 또한 이날 무산되면서 먹구름이 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입장이다.
'2번째' 방미 마친 위성락 "협상 막바지 중요국면"
위 실장은 이날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귀국길에 취재진과 만난 그는 "이 국면에서 한미관계의 전반, 무역·통상·안보·동맹 전반에 걸쳐서 총론적인 협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미국에 가기로 한 것"이라며 "지금 한미 간 협상이 막바지에, 꽤 중요한 국면에 있다"고 밠혔다.
이어 "제 방문은 경제 관료들이 하게 되는 세부 협상을 지원하는 취지가 있다"며 "가서 루비오 장관뿐 아니라, 앤디 베이커 국가안보부보좌관 겸 부통령 국가안보보좌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USTR(미국무역대표부) 대표 등을 만나 충분히 협의했다"고 그간의 행보도 소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경제부처 관료들이 세부 협상을 진행할 것이기에 지금 협상은 '진행 중'이라 할 수 있다"며 "상세 결과에 대해서는 진행 중인 내용을 종합해 추후에 여러분께 말씀드리는 것이 적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위 실장은 귀국 전 '미국 측이 거절해 루비오 장관과의 면담이 불발됐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입장을 냈다.
그는 루비오 장관과의 면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루비오 장관을 호출하면서 회동이 불발됐을 뿐, 협상 관련 내용은 베이커 부보좌관과 마이클 니덤 국무장관 비서실장 등에 충분히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후 루비오 장관이 3차례나 면담에 나서지 못한 점을 사과하면서 유선 협의를 제안했고, 이를 통해 루비오 장관과도 추가협의를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련 내용을 보고할 것을 약속받았다고 덧붙였다.
루비오 면담·'2+2' 모두 불발…日과 다른 행보에 우려
연합뉴스위 실장은 면담이 미국 측에 의해 거절됐다는 내용이 당사자는 물론 당사국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오보'라고 말했지만, 우려의 시선은 남아있다.
일본이 5500억 달러, 약 757조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면서 25%이던 관세율을 15%까지 낮춘 배경으로 핵심 관계자들과의 면담을 통한 성과가 꼽히기 때문이다.
관세 협상은 물론, 투자와 안보까지 한꺼번에 협의하는 이른바 '패키지 딜'을 미국 측에 직접 제안한 인물이 위 실장이라는 점도 이같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25일 기간 중(현지 시간) 러트닉 상무장관, 그리어 대표,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덕 버검 국가에너지위원장 등 미 정부 주요인사와의 일정을 예정대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각 분야별 현안에 대한 협의는 가능하지만, 패키지 딜까지 주도하기는 쉽지 않은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최종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2+2 통상협의'가 불발된 점도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다만 미국 측 사정에 의해 연기됐을 뿐 한미 협상 자체가 중단된 것이 아닌 데다, 구 부총리를 제외한 관계부처 인사들의 협의는 진행 중이다.
가용 카드는?…투자 확대, 무역장벽 완화 거론
이제 이목은 정부가 미국 측에 어떤 카드를 제시하느냐에 쏠리고 있다. 아시아 내 미국의 최대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 중 먼저 일본이 대규모 투자 카드를 활용해 관세율을 낮추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측이 분야별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은 채 대미 투자와 수입 개방 확대 등 한국이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우선 제시하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연일 그룹 총수들과 회동하며 투자책 마련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4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15일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이어 이날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찬회동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계획을 합한 금액은 1천억달러, 약 137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는데,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측 인사들이 재계와의 접촉에 적극 나서고 있는 만큼 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한일 간 경제규모를 고려하더라도 투자액의 크기 차가 상당한 만큼 일본과 같은 투자 펀드 조성은 물론, 전격적인 무역장벽 완화 등에도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그 연장선에서 원전협력 강화, 알래스카 LNG 등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 소고기 30개월 이상 수입 확대 등이 여전히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