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조국혁신당 내 성비위 사건의 피해자인 강미정 대변인이 "8.15 특별사면을 기다렸고, (조국 전 대표의) 사면 이후 당이 제자리를 찾고 바로잡힐 날을 기다렸지만 더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당의 성비위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가해자보다는 오히려 피해자와 그를 돕는 이들이 불이익을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강 대변인의 탈당 선언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교육연수원장이 해당 성비위 사건을 두고 '2차 가해성' 발언을 한 정황마저 드러났다. 여기에 민주당 정청래 대표까지 나서 최 원장에 대한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하면서 파문은 급속도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피해자는 당 떠나고, 조력자는 징계"…조국은 '침묵'
강 대변인은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개혁이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어 흔들리지 않았지만, 그 길 위에서 제가 마주한 것은 동지라고 믿었던 이들의 성희롱과 성추행 그리고 괴롭힘"이라고 운을 뗐다.
앞서 강 대변인은 지난 4월 상급 당직자로부터 성추행·성희롱을 당했다며 당 윤리위원회와 여성위원회에 피해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고소했다. 비슷한 시기, 강 대변인 이외에 다른 당직자가 또 다른 상급 당직자로부터 성추행·성희롱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혁신당은 이들을 직무에서 배제한 뒤, 윤리위원회를 거쳐 징계 처분했다. 강 대변인을 성추행·희롱한 핵심 당직자 A씨는 제명, 다른 당직자 B씨는 당원 자격정지 1년 처분을 받았다.
징계 처분으로 마무리되는 듯한 성비위 사건을 이날 다시 수면 위로 올린 데에는 "당이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기 때문"이라고 강 대변인은 밝혔다.
그는 "당 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은 지난달에 당을 떠났다"며 "해당 사건과 관련해서 당의 쇄신을 외쳤던 세종시당 위원장은 지난 1일 제명됐다. 함께 했던 운영위원 3명도 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를 도왔던 조력자는 '당직자 품위유지 위반'이라는 이름의 징계를 받고 며칠 전에 사직서를 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지금 이 순간 사직을 준비하고 있다"며 "성비위 문제를 최초 접수받고 당에 보고한 여성위원회 실무담당 비서관은 당직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고 폭로했다.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당이 성비위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가해자보다는 피해자들과 그를 도운 이들에게 되려 불이익을 줬다는 얘기다.
강 대변인은 "당 윤리위와 인사위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외부 조사기구 설치 요구는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피해자를 지키려 했던 이는 재심청구 3주 만에 기각돼 제명이 확정됐고, 재심을 청구한 가해자는 60일을 꽉 채운 끝에 겨우 제명이 확정됐다. 정의는 왜 이렇게 더디고 불의는 왜 이렇게 신속한가"라고 당을 비판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의 사건 인지와 대응을 묻는 질문에 "조 전 대표가 수감돼 있는 기간 동안 함께 연대하는 당원들이 편지로 소식을 전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당의) 입장 변화가 없었고 조 전 대표에게도 다른 입장을 듣지 못했다. 침묵도 제가 해석해야 할 메시지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관련 질문을 받고 "오늘 말고 다음에 (말할) 기회를 갖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최강욱 '2차 가해 발언'에…정청래, 긴급 진상조사 지시
강 대변인의 폭로 이후 얼마 되지 않아 민주당 최강욱 교육연수원장이 해당 성비위 사건을 두고 최근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제의 발언은 지난달 31일 열린 혁신당 대전세종 정치아카데미 강연에서 나왔다.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최 원장은 "조국을 감옥에다 넣어 놓고 그 사소한 문제로 찍고 박고 싸우는데, 저는 잘 이해가 안 간다"며 "솔직히 말씀드려서 그게 그렇게 죽고 살 일인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처남처럼 무슨 여검사 몇 명을 강제로 강간하고 이런 일이 벌어졌나"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강욱 교육연수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그러면서 "일단 정확하게 안 다음에 내가 판단하고 싸우는 건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그럴 것 같아서 싸우는 건지부터 명확히 하셨으면 좋겠다"며 "그냥 '내가 보기에 나는 누구누구누구가 좋은데 저 얘기하니까 저 말이 맞는 것 같아' 이건 아니다. 그건 개돼지의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성비위 피해자를 돕거나 사건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을 '개돼지'에 비유하며 사안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관여한다고 지적한 취지로 풀이된다.
강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최 원장 발언에 대한 질문을 받고 "처음에는 '이 말을 최 원장이 했을 리가 없다'며 다시 알아봐 달라고 했다. 해당 아카데미 강연 다음 강연자가 바로 저로 계획돼 있었다"며 "현장에 있던 당원 중 한 분이 충격적인 발언이라고 생각했는지, 발언을 녹음한 파일을 보내 주셨다.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이날 윤리감찰단에 최 원장에 대한 긴급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최 원장은 논란이 커지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제 견해가 경위와 이유가 어떻든 부적절하거나 과한 표현으로 당사자 분들의 마음에 부담과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혁신당 "사실과 다른 주장에 유감 표해"
조국혁신당 강미정 대변인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내 성비위 의혹과 관련한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한편 혁신당은 해당 기자회견 직후 입장문을 내고 강 대변인의 주장을 반박했다.
혁신당은 "당헌·당규에 따라 피해자 요구사항을 모두 수용하고 관련 절차를 모두 마쳤다"며 "피해자 측 요청으로 외부기관이 조사를 전담해 진행했고, 당 외부인사로 구성된 인권특위의 점검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미비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피해자 측의 요청으로 국회, 경기도, 원내 정당 등의 지원 규정 등을 참조해 피해자 및 관련자 심리치료비 지원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또 윤리위·인사위가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로 채워져 있다는 주장에는 "오해 받을 소지가 있는 위원은 모두 절차에서 회피했다"며 "윤리위는 외부 인사가 다수인 구조이고, 이 사건은 외부인사가 책임을 맡아 진행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2차 가해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없었다는 주장에는 "추가 신고가 없어 당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었다"고, 피해자를 도운 이들이 오히려 징계를 받았다는 주장에도 "사실이 아니다"라고 각각 해명했다.
그러면서 "사실과 상이한 주장이 제기된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