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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의 늪'…"왜 불효자가 될 수밖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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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지방자치의 꽃은 조례다. 조례는 우리 삶에 가장 가깝게 존재하며, 우리 삶을 바꾸는 가장 현실적인 법규다. CBS경인본부는 전국 최대 지방의회인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제정한 조례들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켜가는지 조명하고자 한다.

긴 병에 효자 없다, 간병으로 인한 가족 고통 심화
간병을 경험한 국민 96%, "간병비 부담스럽다"
경기도의회, 전국 최초 '저소득계층 노인 간병비 지원 조례' 제정
경기도 연간 최대 120만 원 간병비 지원
김동규 의원, "간병은 사회적 문제, 국가가 책임져야"
간병비 지원 확대 및 외국인간병 시범사업 예정


"긴 병에 효자 없다." 이 오래된 속담은 사랑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간병의 현실을 정확히 말해주는데요. 끝 모를 간병은 결국 가족의 삶을 무너뜨리고 자녀들을 '불효자'라는 죄책감 속에 내몰고 있습니다.
 
뇌졸중에 치매까지 걸린 장모를 간병하고 있는 이근호(58)씨. 올해로 간병 13년 차입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요양병원에 계신 장모님을 자녀들이 일주일에 두세 번씩 돌아가며 간병을 하고 있는데요. 점점 약해지는 장모님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안타깝지만 한 달에 많게는 100만 원, 적게는 50만 원이 드는 간병비가 부담스럽습니다.
 
"솔직히 간병비가 부담된다. 돈이 없으면 병원도 못 가고 그냥 돌아가시겠구나 생각할 수밖에 없다. 저보다 형편이 안 좋은 분들은 더 심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돈이 없어서 불효자가 되는 거다."
 
뇌출혈로 쓰러져 무의식중이던 환자를 7년째 간병 봉사를 하고 있는 김길만 목사(시흥시 편안한 교회)는 "간병의 손길이 필요한 노인들이 주변에 많다"며 "자녀들이 있어도 자기 나름대로 사정들이 다 있다. 그게 현실이다"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에 따르면, 간병을 경험한 국민의 96%가 '간병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유튜브 채널 '셔틀콕' 영상 캡처. 박철웅 PD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에 따르면, 간병을 경험한 국민의 96%가 '간병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유튜브 채널 '셔틀콕' 영상 캡처. 박철웅 PD
우리나라는 간병을 개인이나 가족의 책임으로 두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의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간병을 경험한 국민의 96%가 '간병비가 부담스럽다'고 답했고 간병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스트레스로 인해 정신적 어려움(61.2%), 가족 내 갈등(16.5%), 직장을 그만두거나(13.1%), 학업 포기(5.2%) 등을 경험했다고 나타났습니다.
 
반면 해외의 여러 나라들은 국가가 간병을 책임지고 있는데요. 독일은 장기요양보험으로 가족 간병인에게 현금 급여를 주고, 일본은 공적 간병보험으로 비용의 90%를 국가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은 가족이 돌봄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무상 간병을 시행하는 등 다양한 정책들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기도의회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경기도 저소득계층 노인 간병비 지원 조례'를 제정했는데요. 2025년부터 저소득층 노인(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연간 최대 120만 원의 간병비를 지원받게 됐습니다.
 
전국 최초 '저소득계층 노인 간병비 지원 조례를 발의한 경기도의회 김동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산1). 박철웅 PD전국 최초 '저소득계층 노인 간병비 지원 조례를 발의한 경기도의회 김동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산1). 박철웅 PD
조례를 대표발의한 김동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산1)은 "주변에 간병비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다. 간병은 개인뿐 아니라 가족 전체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이런 사회적 문제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그동안 대비책이 없었다"며 "저소득계층뿐 아니라 차상위계층, 다자녀 등 더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김동규 의원은 "올해 '경기도 외국인간병 지원 조례'가 통과됐다. 동남아 국가의 우수한 간병 돌봄 인력을 교육시키고 선발해 빠르면 내년부터 경기도에서 시범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돌봄은 누구나 언젠가 마주할 숙명이라고 하죠. 간병 제도의 개선은 선택이 아닌 모두의 내일을 위한 준비인데요. 간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경기도의회 김동규 의원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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