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이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서배나 인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HL-GA)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불법체류자 단속을 실시했다.
미 주류·담배·총포 담당국(ATF) 애틀랜타 지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 공식 계정에 "오늘(4일) HSI, ICE, 마약단속국(DEA), 조지아주 순찰대 등과 함께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있는 현대차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대규모 이민 단속 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들은 단속 현장 사진을 공개하면서 "불법체류자 약 450명을 체포했으며, 이는 지역 사회 안전에 대한 우리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사법부의 영장을 받아 집행한 작전"이라며 "불법 고용 행위에 대한 조사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SI 조지아주 책임자인 스티븐 슈랑크 특별수사관은 현지 방송 브리핑에서 "체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지 언론 서배나 모닝뉴스(SMN)와 WSAV에 따르면 이날 단속에는 수백 대의 법 집행 차량이 동원됐으며, 오전부터 공장 부지 전역에서 검거 작전이 이어졌다고 한다.
체포자 가운데는 한국에서 출장 온 직원 30여명(협력업체 인력 포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의나 계약 등을 위해 입국해 단기 체류가 가능한 B1 비자나 전자여행허가(ESTA)를 소지했으나, 현장에서 업무에 참여한 것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비자 조건을 벗어나 활동한 한국인 출장자들까지 함께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구금된 인원 상당수는 조지아주 폭스턴에 위치한 ICE 수용시설로 이송됐으며, 주애틀랜타 한국총영사관은 현지 한인 변호사들로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에 나섰다. 총영사관 측은 "구금된 한국인들을 곧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현재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 중"이라며 "임직원과 협력사 인원들의 안전과 신속한 구금 해제를 위해 한국 정부 및 관계 당국과도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통역 및 변호사 지원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HL-GA 배터리회사 선임 홍보 전문가인 메리 베스 케네디는 공식 성명에서 "우리 건설 현장에서의 활동과 관련해 관계 당국과 전적으로 협력 중이다. 당국의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건설 작업을 일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과거 2020년에도 비슷한 조치가 있었다. 당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SKBA)가 추진한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 건설 사업과 관련해, 현지 협력업체 취업을 목적으로 무비자(ESTA)만으로 입국을 시도한 한국인 33명을 적발했다. 이들은 가짜 고용 서신을 소지한 채 입국하려다 공항에서 제지됐으며, 곧바로 출국 조치됐다.
이번 조치를 두고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외국 기업이라도 불법 고용 문제에서는 예외를 두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대규모 투자를 압박하는 한편, 이민·노동 문제에서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자국 내 고용 질서를 지키겠다는 메시지를 주려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