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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에 쓰러진 150만 마리, 기후변화 최대 희생자는 닭[기후로운 경제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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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기후로운 경제생활'은 CBS가 국내 최초로 '기후'와 '경제'를 접목한 경제 유튜브 프로그램입니다. 한국의 대표 기후경제학자 서울대 환경대학원 홍종호 교수와 함께합니다. CBS 경제 전문 유튜브 채널 '경제연구실'에 매주 월/화/수 오후 9시 업로드됩니다. 아래 녹취는 일부 내용으로, 전체 내용은 '경제연구실' 채널에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방송 : 유튜브 CBS 경제연구실 '기후로운 경제생활'
■ 진행 : 최창민 변호사 (홍종호 교수 대신 진행)
■ 대담 : 남종영 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

폭염에 150만 마리 폐사, 더위에 취약한 닭의 생리적 한계
땀샘 없는 41도 체온, 공장식 밀집 사육이 닭을 죽음으로 이끈다
무창계사? 폐사는 줄여도 기후위기 가속화하는 역설
남종영 "사육 다양화의 길, 한국도 열 수 있어"



◆ 최창민>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CBS 기후로운 경제 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이번 한 주 홍종호 교수를 대신해 특별 진행을 맡은 플랜 1.5 최창민 변호사입니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기후 환경 취재 전문가를 모시고 이야기 들어보는 월간 '기후 스토리' 준비돼 있는데요. 남종영 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남종영> 네 안녕하세요.

◆ 최창민> 요즘 특히 관심 가지고 계신 주제를 부탁드렸는데요. 어떤 이야기 가지고 오셨나요?

◇ 남종영> 제가 닭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길닭도 보러 다니고 여름이면 닭들이 많이 죽어요. 그래서 그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 최창민> 네 우리나라에서도 닭들이 많이 죽나요?

◇ 남종영> 폭염 때문에 많이 죽습니다. 닭들이 기본적으로 밀집 사육 환경에 있잖아요. 다른 가축보다 훨씬 많이 죽는데 올해 통계를 보니까 8월 말까지 해서 가축이 총 178만 마리가 죽었더라고요.

◆ 최창민> 어마어마하네요.

◇ 남종영> 그런데 그중에서 가금류인 닭하고 오리가 160만 마리가 넘습니다. 대부분이 닭이라고 보시면 되거든요. 오리는 얼마 없으니까 닭이 한 150만 마리 죽었다는 건데요. 저는 기후 변화의 최대 피해자는 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최창민> 150만 마리라는 게 상상이 되지 않는 큰 숫자이기도 합니다. 올해 유독 피해가 컸던 건가요?

◇ 남종영> 닭 폐사 수가 등락을 거듭해요. 가장 많이 죽었을 때가 2018년인데 기억하실 거예요. 그때 서울이 39.6도가 되고 강원도의 어느 지역은 41도까지 올라가고 그랬었는데요. 1994년이 제일 더웠고 2018년이 두 번째로 더운 해였는데 그때 닭이 812만 마리가 죽었습니다.

◆ 최창민> 812만 마리요.

◇ 남종영> 예. 그다음 해에 한 260만 마리가 죽었고 그다음부터는 괜찮았어요. 보통 한 100만 마리 정도 죽거든요. 최근에는 100만 마리가 채 못 죽었는데 올해 다시 많이 죽었습니다.


◆ 최창민> 닭이 특히 많이 죽는 이유가 있나요?

◇ 남종영> 닭이 개체 수가 많으니까 많이 죽죠. 세계적으로 지금 살고 있는 닭의 개체 수가 230억 마리예요. 엄청나게 많이 살고 있죠. 그리고 한 해에 도살되는 닭이 658억 마리입니다. 도살 수로 치면 세상의 모든 개, 고양이, 돼지, 소를 합친 것보다 닭의 수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아진 이유가 있는데요. 1950년대 이후에 닭고기의 소비량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원래 우리는 닭고기를 안 먹었어요. 1900년대 초반에 미국이나 한국의 레스토랑 메뉴를 보면 닭고기가 소고기보다 비쌌어요. 왜냐하면 닭은 달걀을 낳아주는 존재잖아요. 그래서 감히 고기로 먹을 수가 없었거든요. 하나의 생산 수단이었던 거죠. 그러다가 육계 품종을 개발하면서 닭이 훨씬 많아지게 됐죠.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 재미있는 비교가 있는데요.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와 우리나라 치킨 전문점 수를 비교하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2020년에 우리나라 치킨 전문점 수가 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를 앞질렀습니다.

◆ 최창민> 어마어마합니다.

◇ 남종영> 엄청 늘었고 그러다가 2023년에 다시 맥도날드 매장 수가 더 많아지기는 했어요. 우리나라 치킨집은 갑자기 확 많아졌고 맥도날드는 완만하게 많아져서 치킨집이 잠시 앞질렀다가 지금은 맥도날드가 살짝 많은 정도의 수준이죠.

◆ 최창민> 네 닭의 숫자가 많으니까 또 죽는 숫자도 많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요. 혹시 닭이 다른 가축이라든지 동물에 비해서 특별히 더위에 약한가요?

◇ 남종영> 예 닭은 땀샘이 없어요. 그리고 피부가 두꺼운 깃털로 덮여 있죠. 닭은 기본 체온이 41도로 기본적으로 더위에 취약한 동물이죠. 그런데 옛날에 우리 마당 닭들이 더워서 죽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않았잖아요. 결정적인 원인은 우리가 닭을 한 군데에 몰아넣고 키워서 그렇죠. 특히 달걀을 낳는 닭인 산란계를 배터리 케이지라고 부르는 곳 안에 빼곡하게 넣어서 키우기 때문에 여름에는 죽어 나가는 게 일상이 됐죠. 신영복 선생님이 예전에 말씀하신 게 있는데 감옥에서 사는 거는 겨울보다 여름에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동료가 열 덩어리로 느껴지면서 사람을 싫어하게 된다고 하는데 닭도 마찬가지입니다. 닭도 빼곡 빼곡 뭉쳐 있으니까 서로에게 민폐가 되고 서로에게 열원이 되는 거죠.


◆ 최창민> 땀샘도 없고 깃털로 덮여 있어서 체온도 높은데 밀집되어 있으니까 더 많이 죽게 되는 취약성이 있는 것 같군요. 닭도 참 힘들겠지만 닭을 키우는 농가도 요즘 고생이 많을 것 같습니다.

◇ 남종영> 네 그렇습니다. 여름에 양계 농가에서는 비상이 걸립니다. 보통 환기나 온도 조절 같은 거를 철저히 하고 신선한 물과 사료를 충분히 공급하고요. 안개 분무기 같은 것을 사용해서 온도를 내리는데 그것도 안 되면 지붕에 물을 뿌리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렇게 하더라도 습도가 높으면 닭 폐사 수가 크게 줄지는 않는다고 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온도가 30도를 넘어가면 닭이 먹이를 먹지 않아요. 먹이 먹는 급여량도 3분의 1 정도가 확 줄어든다고 해요. 전체적으로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폐사하게 되는 거죠.

정부도 폭염 때는 여러 가지 닭 사양 관리 요령 같은 거를 계속 배포하고요. 축사 시설 개선 사업이라고 해서 환풍기나 여러 가지 쿨링 시스템 같은 것들을 하도록 지원금을 주고 하는데요. 올해에는 경기도에서 면역 증강제를 지급했다는 보도 자료를 뿌리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크게 폐사 수가 줄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 최창민> 폐사 수가 줄지 않으면 경제적으로도 농가에 영향이 클 것 같은데요.

◇ 남종영> 그렇죠. 농가 입장에서는 안개 분무기도 해야 되고 선풍기도 틀어야 되니까 전기료가 많이 들 거고요. 닭의 건강이 문제가 되니까 비타민이나 면역 보강제 같은 것도 먹여야 되거든요. 아무래도 농가 입장에서는 그만큼 투입 비용이 커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폭염에 대처하는 방식이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볼 수 있어요. 하나는 재해 보험을 가입하는 거죠. 폭염이 왔을 때 보험금을 탈 수 있는 거고요. 또 하나는 아까 정부가 지원하는 것처럼 시설을 개선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특히 양계 농가에서 가장 최첨단으로 농장을 바꾸면 무창계사라는 걸 지어요. 말이 낯선데 쉽게 말해서 창이 없는 거에요. 창 없이 밀폐된 큰 건물 안에서 닭들을 키우는 건데 아주 현대식 시설이에요. 온도와 습도가 자동으로 조절되고 달걀을 낳으면 자동으로 밖으로 나오는 식으로 해서 하루 내내 사람이 들어갈 일이 없습니다. 일종의 닭을 위한 인공 기후대가 조성되는 거죠.

그런데 문제는 무창계사는 닭 폐사 수를 줄일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에너지 다소비 시설이라는 거죠. 기후변화 피해를 막기 위해서 오히려 기후변화를 더 악화시키는 에너지 다소비 시설이라는 점에서 역설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최창민> 네 역설적인 상황인 것 같습니다. 저도 뉴스에서 말씀하신 무창계사 시설을 한 번 본 것 같은데요. 결국엔 상당한 에너지 다소비 시설이 되어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상황이라 답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폭염 폐사는 막아야할텐데 다른 대안이 있을까요?

◇ 남종영> 우리가 공장식 축산을 당장 폐지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일단 닭의 사육 방식을 다양화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동물 복지 방식으로 평사라고 하는데 거기서 키우는 비율이 늘어나야 되고 야생 방사해서 키우는 닭들도 늘어나야 합니다.

서두에 말씀드렸습니다만 길닭이라는 게 있거든요. 제가 괌에 한 번 놀러가서 호텔에서 자고 있었는데 아침에 꼬끼오하는 소리가 들리는 거에요. 왜 시내 초고층 호텔에서 꼬끼오 소리가 들릴까 해서 내려가 봤더니 길거리에 닭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길고양이처럼 닭들이 그냥 길에서 살더라고요. 그때 한국도 더워서 한참 폭염으로 폐사하는 닭이 많았었는데 괌도 덥잖아요. 그런데 한낮에 아주 더울 때는 길닭들이 사라집니다. 더우니까 그늘이나 숲으로 들어갔다가 오후 늦게 되면 나오거든요. 그래서 달걀도 낳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자기 나름대로 하렘이라는 구조를 이루거든요. 야생 닭들은 수탉이 우두머리고요. 거기에 암탉 여러 마리와 아성체 닭들이 같이 돌아다녀요. 우리 마당 닭도 그랬어요. 그런 자연적인 생활 방식을 보니까 제가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더라고요. 닭이라고 생각하면 그냥 양계장에 들어 있는 닭만 생각했었는데요. 닭도 폭염 속에서 그늘에 가서 쉬면서 내 주변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들이 그런 모습을 많이 본다면 닭의 사육 방식을 더 다양화해야겠다는 느낌을 많이 가져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최창민> 소장님 말씀을 들으면서 닭들이 가족을 이루고 그런 모습이 그려지니까 예전에 어렸을 때는 그런 모습을 많이 봤던 것 같네요.

◇ 남종영> 요즘 아이들은 못 보는데 예전에 마당 닭들이 날아가서 담장 위로 쑥 올라가는 걸 봤던 기억이 나네요.

◆ 최창민> 그렇죠.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많은 닭들이 여전히 공장식 양계장에서 길러지고 있는 상황인데 양계장을 더 낫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 남종영> 그게 불가능한 미션이라고 생각하는데 또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를테면 영국의 슈퍼에 가면 동물복지란이 아닌 계란을 사기가 힘들어요. 영국 소매점에서 팔리는 계란은 90% 이상이 동물복지란입니다. 영국 사회는 예전에 강우병 때문에 사람들이 꽤 많이 죽으면서 축산 혁명이 일어났거든요. 그래서 친환경 축산이 많이 보급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에서는 라벨 루즈라는 닭이 유명해요. 일종의 유기농 인증 마크 같은 거예요. 국가가 부여하는 건데 라벨 루즈 마크 인증을 받은 닭은 항생제도 쓰지 않고 숲이나 풀밭을 돌아다니는 야생 방사 닭이거든요. 물론 좀 비싸겠지만 프랑스에서 라벨루즈 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15% 정도 됩니다.

◆ 최창민> 상당히 높네요.

◇ 남종영> 상당히 많기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이미 닭 사육 방식의 다양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죠. 사람들이 좋아하고 풍미도 좋고 그렇다 보면 점진적으로 라벨루즈 닭의 소비량이 많아지고 생산량도 많아지게 될 수밖에 없죠.

◆ 최창민> 네 건강하게 길러지고 풍미도 좋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닭들이 있고 적절하게 인증이 되고 하면 소비자들이 많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리고 지금까지 첫 번째 이야기 먼저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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