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연합뉴스당내 퇴진 압박을 받아 온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전격 사임 의사를 발표하면서 집권 자민당 '잠룡'들이 당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 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자민당) 총재를 뽑는 절차를 개시해 주기를 바란다"며 총리직 퇴임 의사를 공식 표명했다.
자민당은 작년 9월 이시바 총리를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 후임 총재로 선출했지만, 이후 치른 중의원(하원) 선거, 도쿄도 의회 선거,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잇달아 패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정권 유지 방침을 거듭 밝혔지만, 자민당이 오는 8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조기 총재 선거 실시 여부를 묻는 절차를 시작하기 전 퇴임하는 길을 택했다.
차기 자민당 총재 유력 후보로는 '40대 기수'인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과 '여자 아베'로도 언급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거론된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1차 투표 1위를 차지해 2명이 겨루는 결선에 올랐으나 이시바 총리에게 패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1차 투표에서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9~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 선호도와 관련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23%로 1위였고,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22%로 2위를 차지했다.
고이즈미 농림수산상. 연합뉴스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차남인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준수한 외모, 탁월한 언변 등이 장점이다. 자민당 의원 중에는 드물게 40대로 젊은 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2009년 처음 중의원 의원에 당선돼 정치 경력이 짧지는 않다.
그는 작년 총재 선거에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해 초반 두각을 나타냈다. 하지만 부부가 다른 성(姓)을 쓰는 것을 허용하는 선택적 부부 별성 제도 도입을 주장해 당내 보수층의 반발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5월 농림수산상에 취임한 이후에는 이른바 '반값 비축미'를 방출하며 쌀값 하락을 이끌어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작년 총재 선거에서 승리했다면 일본 첫 여성 총리가 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여성, 비세습 의원으로 아베 신조 내각에서 총무상과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내며 경력을 쌓은 정치인이다.
그는 개헌 필요성을 강조하고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해 보수층 지지를 받았다. '강한 일본'을 언급하는 등 아베 전 총리 정치 노선을 전반적으로 계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 연합뉴스아울러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모테기 도시미쓰 전 자민당 간사장 등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
고노 다로 전 디지털상, 가미카와 요코 전 외무상 등도 도전 가능성이 있지만, 선거 연패로 자민당 소속 의원 수가 줄어 일부 의원은 출마에 필요한 추천인 20명을 모으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선거는 작년과 달리 중의원과 참의원 모두 여소야대 구도인 상황이다. 야당이 결속하면 정권 교체가 일어날 수 있지만, 작년 중의원 선거 직후 총리 지명선거처럼 야당이 분열되면 새 자민당 총재가 총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