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이민당국이 조지아주 배터리공장에서 한국인 300여명을 구금한 초유의 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들어섰습니다.
정부는 사태가 벌어진 지난 목요일 밤부터 주말까지 총력전을 벌여서 교섭이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는데요.
하지만 사태의 단초가 된 미국 비자문제는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정치부 오수정 기자와 이야기 나눕니다.
어제 오후 구금 사흘 만에 근로자 협상 교섭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이 들어왔는데요. 우리 전세기 투입 일정은 정해졌나요?
[기자]
아직은 예단할 수 없습니다. 미국 현지에서는 내일 모레죠, 이르면 10일 전세기가 출발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는데요. 세부 절차에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오늘 조현 외교부장관이 조금 뒤인 7시 반쯤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데요.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 남은 행정절차 등 교섭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입니다.
정부는 구금된 300여명 전원의 자진 출국 형태의 일괄 귀국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조 장관은 자진 출국 형식으로 한국인들이 귀국하더라도 향후 불이익이 없도록 미국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7일(현지시간) 미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앞에서 관계사 직원들이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동자들한테 추가적인 불이익이 없도록 앞으로 미국 출입 관련해서 없도록 하는 건 기합의된 건 아니죠?"
[조현 외교부장관]
"대강의 합의가 이뤄졌습니다마는 최종 확인절차를 앞두고 있습니다." [앵커]
주말 사이에 미국에서 쇠사슬에 묶여서 호송 버스로 연행되는 영상도 공개가 됐잖아요. 조지아주에 있는 구금시설이 열악한 환경으로 악명이 높다는 현지 보도도 있었어요, 구금된 한국인들의 상태는 확인이 됐나요?
[기자]
오늘 외교부는 브리핑을 통해서 300여명 중 250여명과 영사 면담을 마쳤다고 밝혔는데요. 면담 인원 중에 건강에 특별한 문제가 발생했거나 구금 환경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사람은 없다고 합니다.
정부는 가급적 빠르게 구금 인원들의 귀국 의향을 파악해서 전세기를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앵커]
사태가 장기화되지 않고 빨리 해결되어서 다행이긴 한데, 이번 사태의 원인을 짚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미국 비자문제는 새로운 문제가 아니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먼저 미국 현지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합법적으로 근무하기 위해서는 취업비자가 필요합니다.
문제는 전문직 취업비자(H-1B)나 주재원비자(L1) 같은 취업비자들의 발급 조건이 까다롭고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서 전문직 취업비자의 경우에는 미국에서 발급 건수를 8만 5천개 정로도 제한을 두고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신청자는 50만 명에 육박하고 이걸 추첨으로 돌리거든요.
그런데 현지 공장에서는 공사 기간을 맞춰야 사정도 있고 비자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편법으로 관광이나 출장 목적인 이스타나 상용비자(B1)를 받아서 일을 해왔던 게 업계의 관행이었습니다.
사실 이 비자들은 모두 취업활동이 엄격히 금지가 되기 때문에 기업들 사이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습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연합뉴스[앵커]
다른 나라는 미국에서 특별 취업비자를 발급받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상황이 다른가요?
[기자]
싱가포르와 호주 같은 경우에는 미국과 FTA 등을 통해 수천건에서 1만여건의 특별비자 쿼터를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FTA 협상 당시 이런 요구를 관철하지 못했었고요.
이후 외교당국이 한국인 전문인력 취업비자 신설을 위해 미국 정부나 의회와 소통을 하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없습니다.
미국에서 올해도 '한국 동반자법'이라고, 한국인 전문인력을 대상으로 별도의 비자쿼터를 신설하는 법안이 발의됐는데 이 법이 사실상 10년 넘게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에서는 투자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고 있잖아요. 비자는 풀어주지 않으면서 공장은 짓고 투자를 하라는 건 미국 측의 모순 아닌가요?
[기자]
우리 측도 이번 교섭에서 그 점을 들어서 미국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사실 그간 미국 정부도 투자 유치를 이유로 이런 편법 관행을 묵인한 측면이 있었는데요.
트럼프 행정부 들어 반이민정책 드라이브가 거세지면서 단속도 강화하고 있어서 비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조현 외교부장관도 미국에 방문해서 비자 문제를 적극 어필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강 더불어민주당 의원]
"미국과의 무역 생산 파트너로 아예 이런 협력사업에 관련해서는 한국인 전용 비자를 만드는 게 필요할 거 같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조현 외교부장관]
"네. 가급적 그런 방향으로 미측과 협상을 해보겠습니다."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도 들으셨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비자문제 해결 의지를 밝힌 만큼 비자문제가 해결된다면 향후 미국에 진출하는 기업들의 애로사항이 상당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앵커]
이번 사태로 조지아주에 있는 배터리 공장 건설도 당분간 멈춰서게 되나요?
[기자]
외교부 당국자는 건설이 중단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가동 재개는 기업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습니다.
이 공장은 바이든 정부 때인 재작년 착공해서 올해 말 건설을 마치고, 내년부터는 전기차 배터리 본격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번 사태로 배터리 핵심 기지의 가동 지연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