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미국의 경기 둔화와 프랑스의 재정 리스크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를 계기로 신고가를 쓴 금 가격이 장기적인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현재 트로이온스당 3600달러대인 국제 금 가격이 5년 뒤 1만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사상 처음으로 3600달러를 돌파하며 신고가를 경신한 국제 금 가격은 8일 한때 3715달러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금 1kg 가격은 지난 9일 g당 16만 7740원으로 역사적 고점을 달성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의 가격 상승은 최근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가 촉매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발표로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자 급등한 금 가격은 이후 4개월 동안 3200~3500달러 박스권에서 힘을 축적했고, 최근 다시 불확실성이 확대하면서 금값이 뛰었다는 설명이다.
불확실성을 키운 첫 번째 사건은 프랑스의 재정 리스크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5.8%, 국가부채가 GDP 대비 114.1%인 재정적자가 심각하다고 보고 긴축 예산안을 편성했지만, 야권의 반발에 부딪혔다. 프랑스 하원은 과반이 넘는 364표로 바이루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의결했고, 내각이 총사퇴했다.
지난해에만 3명의 총리가 사임한 프랑스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럽 전체의 재정 부담도 커지는 모양새다.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까지 늘리기로 합의하면서 유럽 전체의 경기 불안이 확대하는 형국이다.
여기에 미국의 경기 둔화 우려도 금 가격 상승을 이끄는 요소로 꼽힌다.
8월 비농업 신규 고용은 2만 2천명으로 시장의 예상치인 7만 5천명을 크게 하회했고, 특히 6월 고용 규모가 기존 1만 4천명에서 –1만 3천명으로 최종 수정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미국의 고용 감소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0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미국 노동부는 지난 1년간 신규 고용 규모가 기존에 발표한 179만명의 절반 수준인 91만 1천명이라고 수정했다.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 우려와 함께 '고용 쇼크'까지 겹치면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자, 시장은 9월 기준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LS증권 홍성기 연구원은 "8월 하순부터 금 가격이 랠리를 시작한 원인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재정 불안에 따른 국채 금리 상승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미국 고용지표 악화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와 아직 본격화하지 않은 관세의 인플레이션 우려도 점차 장기 실질금리를 통해 금 가격에 반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류영주 기자이 같은 금 가격의 단기 급등은 부담 요소지만, 장기적인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에 대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금 매수 규모를 연평균 130톤에서 260톤으로 늘렸고, 글로벌 물가 불안과 재정 건전성 우려로 또 다른 안전자산인 채권의 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이에 따라 신한투자증권 하건형 연구원은 올해 말 국제 금 가격이 4천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 다올투자증권 김경훈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임기가 끝나는 시점을 전후로 현재 37조달러 규모인 미국 국가부채가 55조달러로 확대하고 중립금리가 3%가 될 것이란 예측에 기반해 금 적정가격이 9850달러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