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경단체가 세종보 해체를 위한 농성을 500일 동안 이어온 가운데,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이 금강변에서 세종보 수문 조작실을 가르키고 있다. 박우경 기자세종보 해체를 요구하며 금강 세종보를 지켜온 환경 단체 투쟁이 500일을 맞았다.
이들은 정부가 세종보 해체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 이 곳에서 천막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0일 오전 세종시 세종동 한두리대교 아래. 한적한 금강변 근처에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낡디 낡은 텐트 옆에서 '금강을 흐르게 하라'는 현수막을 걸고 500일째 세종보 지킴이 활동을 하고 있다.
'보철거를 위한 금강 낙동강 영산강 시민행동' 활동가들은 세종보 수문이 닫히는 걸 막기 위해 땡볕을 지난 지금도 금강변에 있다.
활동 초반에는 여러 단체들이 지원품을 보내왔지만 한 해를 넘기자 인적도 뜸해졌다. 낡은 텐트에서 상주하고 있는 이들은 단 두 명. 뙤약볕에 그을린 얼굴을 한 이들은 고된 얼굴과는 달리 밝은 목소리로 "수문이 개방된 1년 동안 다양한 생물들이 금강에 다시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담수된 6년 간 금강 수질이 4급으로 저하돼 생태계가 파괴됐다고 말했다. 다행히 수문이 개방된 뒤 멸종 위기종이 서식하는 등 생물 다양성이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먼저 달라진 것은 금강변 토석이다. 진흙뿐이었던 수변에는 자갈과 모래가 쌓여있었다. 자갈이 쌓이자 자갈밭 근처에 사는 흰목물떼세 등 멸종위기종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또 녹조가 가득했던 강물이 흐르자, 악취가 사라졌다. 물이 흐르며 산소 유입이 원활해지자 어류종이 다양해졌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지난해 4월 이곳에 텐트를 치고 자리를 잡았다. 당시 정부와 세종시가 세종보 가동에 다시 나설 움직임을 보이자, 서둘러 4월 30일부터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수문이 닫히면 녹조가 재발하고 수질이 악화돼 금강을 다시 되살릴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서둘러 지킴이 활동에 나선 것이다.
보철거시민행동 임도훈 상황실장은 "지난해 환경부가 세종보 수문을 다시 닫는다고 해 금강변 근처에 농성장을 차린 것"이라며 "농성장이 없었으면 이미 수문은 닫히고도 남았을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환경단체가 상주하고 있자, 정부는 수위 상승으로 인한 침수 사고를 우려해 수문을 닫지 않았다. 금강 물은 환경단체가 농성을 벌인 지난 500일간 순환했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24일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농성장을 방문하며 다시 세종보 해체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김 장관은 "물은 흘러야한다"며 "세종보는 당분간 닫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종보 정식 철거는 여전히 발표되지 않고 있다. 환경부 장관이 방문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정부는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시는 세종보를 재가동해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투쟁에 또 다른 암초가 되고 있다.
세종시는 세종보 물관리 용도로 활용하고, 보 인근을 도심 속 친수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세종시 관계자는 "세종보는 '도심 내 친수 공간을 확보'라는 시민과의 약속을 이행하고 극단적인 기후 위기 대응과 안정적인 물 확보를 위해 반드시 재가동이 필요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는 정부가 세종보 해체를 공식 발표할 때까지 이 곳을 지켜나갈 계획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사무처장은 "현 정부는 4대강 재자연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했지만 정책 추진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천막 농성 500일을 맞아, 다시 한번 세종보 재가동 중단과 보 처리방안을 원상 회복하는 등 물 정책 정상화 추진을 강력하게 요구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