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춘천시 서면 토이로봇관 3층 갤러리툰에서 열린 강원CBS 개국 30주년 '강원 인구소멸 극복, 패러다임 대전환' 정책 포럼 참석자들이 '살고 싶은 강원, 함께 만들어요!'라는 메시지가 담긴 퍼포먼스를 펼쳤다. 구본호 기자◇박정민> 다음은 두 번째 발제입니다.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 교육 정책을 통한 인구 소멸 대응 전략을 발표해 주시겠습니다. 서종철 강원도교육청 정책기획과장을 모십니다.
◆서종철> 안녕하십니까.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정책기획과장 서종철입니다. CBS 정책포럼에서 강원 농어촌 유학을 소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전국적으로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위기가 심각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 18개 시군 모두가 '소멸주의 단계', '소멸위험 진입 단계', 혹은 '소멸 고위험 지역'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구 소멸은 곧 학교의 위기로 이어집니다. 학생이 줄면 학교가 통폐합되고, 학교가 사라지면 마을 공동체는 약화되며 마을의 소멸 속도는 빨라집니다.
그래서 우리 교육청은 인구 소멸을 막기 위해 반드시 교육정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던진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마을로 돌아오게 할 수 있을까?"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은 그 해답으로 '강원 농어촌 유학'을 제시합니다. 농어촌 유학은 타 시도 도시 학생과 학부모가 강원의 생태 친화적 교육 환경과 맞춤형 특화 교육과정을 찾아 강원도로 와서 유학·정착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를 통해 농촌 지역과 학교의 소멸을 막고, 도시와 농촌의 상생을 지원하는 도농 교류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단순히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한 단기적 방편이 아닙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목표로,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교육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영상 보시겠습니다.
서종철 강원도교육청 정책기획과장. 강원도교육청 제공 (영상 오디오)
"(계곡 소리) 진짜 완전히 다르게 생겼네요"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아요."
"농촌 유학 오는 학생들이 많아지면 학교 특색에 맞는 학습과 교과 운영이 가능해지고,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환경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서종철> 영상에서 보셨듯이, 농어촌 유학은 도시 아이들에게 강원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정서적 안정과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농어촌 소규모 학교를 활성화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는 상생의 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단순한 교육 지원을 넘어, 지역 경제 활동 인구 유입에도 기여합니다. 또한 도내 작은 학교 교육과정을 다양화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고 있습니다. 사업 추진을 위해 농어촌 유학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고, 강원특별자치도 특별법에 관련 특례를 반영했습니다. 현재 행·재정적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농어촌 유학은 도외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 학생이 6개월~1년간 전학 와서 생활하는 제도입니다. 희망 시 연장 가능하며, 도교육청이 주거비를 최대 2년간 지원합니다. 올해부터는 강원도청에서도 주거비의 50%를 분담하고 있습니다.
2025학년도 2학기 기준, 강원도 내 44개 학교에서 364명의 학생이 유학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전입 신고와 전학을 조건으로 매월 주거 지원비가 지급되고, 유학 운영 학교에는 교육과정 운영비가 지원됩니다.
농어촌 유학은 가족 체류형, 농가 홈스테이형, 유학센터형(기숙사 생활) 등으로 나뉩니다. 주로 가족 체류형과 유학센터형이 운영되며, 이 중 가족 체류형이 330명 90% 이상을 차지합니다.
성과는 분명합니다. 2023년 2학기 33명에서 시작한 농어촌 유학은 2025년 2학기에 364명으로 1,000% 이상 증가했습니다. 이는 학부모의 높은 만족도와 관심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유학생 364명의 가구수는 230가구입니다. 가족 체류의 경우 최소 1명 이상의 학부모와 오기 때문에 약 600명이 넘는 인구가 강원 농어촌 유학을 통해 도내로 유입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종철 강원도교육청 정책기획과장 PPT 캡처현재 강원도 전체 학교의 50% 이상은 학생 수 60명 미만의 작은 학교입니다. 이로 인해 모둠 수업, 단체 활동이 어렵고 복식수업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교원 정원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작은 학교의 강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자연 친화적 생태 교육, 차별화된 현장 체험, 맞춤형 교육 등을 통해 학부모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강원은 지리적으로도 수도권과 접근성이 좋아 농어촌 유학을 활성화하기에 적합합니다. 다양한 배경의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사회성도 키울 수 있습니다.
인구 유입은 마을과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고, 결국 인구 소멸을 극복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듭니다. 강원 농어촌 유학은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교육 모델이자, 지역 소멸을 극복하는 실질적 미래 교육 대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 정책을 통해 아이들이 다니고 싶은 학교, 부모가 머물고 싶은 마을, 함께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강원 농어촌 유학이 강원특별자치도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하고, 전국의 지역 소멸 위기 극복에 의미 있는 사례로 발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교육이 피어나야 강원이 피어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정민> 지역을 살리고 또 지역의 어려운 학교를 살리는 농어촌 유학. 서종철 강원도교육청 정책기획과장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어지는 순서는 이 농어촌 유학을 통해 강원도민이 되시고, 강원을 사랑하게 된 학부모의 사례 발표입니다. 홍천 삼생초등학교 학부모 이승원 님을 모시겠습니다.
홍천 삼생초등학교 학부모 이승원 씨. 이승원 씨 제공 ◆이승원>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서 온 이승원입니다. 본격적인 발표에 앞서 제가 살고 있는 서석면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서석면은 서울시 면적의 3분의 1에 달할 만큼 작은 면단위는 아닙니다. 근데 인구는 3,600명에 불과합니다. 차를 타고 다녀도 사람을 쉽게 보기 어려운 곳이지요. 저는 이곳에서 '정주 인구'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오늘 말씀도 생활 인구보다는 정주 인구 관점에서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첫 화면은 제 아이들이 다니고 있는 삼생초등학교 전경입니다. 딱 보셔도 너무 예쁘죠. 앞에 천연 잔디 구장이 있고요. 뒤에는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 덕분에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습니다.
제가 서석면에 산 지는 1년 6개월 정도 됩니다. 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기업 유치가 곧 정주 인구 증가로 이어질까' 하는 생각입니다. 가령 서석면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예를 들어, 네이버 AI 연구센터가 들어와 직원 200명을 고용한다 하면, 서석면 입장에선 좋죠. 그런데 그 직원들이 서석면에 정착해 살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생활 인구도 늘어나고 상권도 활력이 넘치고 유동인구도 늘고 하겠지만요, 정주 인구가 느는 것은 또다른 문제 같습니다.
실제로 서석면에도 작지 않은 기업이 들어와 있습니다. 바로 농협입니다. 서석면에는 농협은행과 하나로마트, 경제사업소 등 서석농협 전체 50여 명의 직원이 있지만요. 제가 물어보니 대부분 홍천읍에 거주하고, 심지어 회식조차 읍에서 합니다. 왜냐면 다 차타고 홍천읍으로 나가야하니까 서석면에서 회식을 할 수가 없죠.
그 뿐 아니라 서석면의 젊은이들이 있는데 젊은 친구들이 농사를 짓기보다 중장비, 즉 포크레인이나 덤프트럭업에 많이 종사하고 있거든요. 근데 그 친구들도 보면 결혼 전에는 서석에 살다가 결혼 후 홍천읍이나 원주, 춘천 등지로 이주합니다. 출퇴근을 하거나 주말 부부처럼 떨어져 살게 되는 경우들도 있고요.
이런 것처럼 기업이 들어오면 춘천시 같은 도시 경우에는 기업이 들어오면 그만큼 정주 인구도 늘어날 수 있겠지만 서석면 같은 작은 면은 기업이 들어오는게 당장 정주 인구의 증가로 이어지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귀농·귀촌도 비슷합니다. 서석면에는 홍천 귀농교육센터가 있는데요. 입소 현황을 보면 31가구가 교육을 받고 있는데, 28가구가 1인 가구였습니다. 부부가 온 집이 2가구, 3인 이상이 1가구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은 수가 1인가구라는 거죠.
홍천 삼생초등학교 학부모 이승원 씨의 PPT 캡처
◆이승원> 그래서 저는 저희 가족을 통해 새로운 정주 인구 증가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해보려고 하는데요. 사진을 보시죠. 되게 피곤해 보이죠. 작년 3월에 처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저희가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왔던 날이에요. 물론 저하고 제 아내는 이사를 했기 때문에 몇 번 왔다 갔다 했지만 아이들은 처음 와서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념 촬영을 한 거라 아무래도 좀 피곤해 보이는데요.
사실 저랑 아내는 귀농을 늘 고민하다가 농촌 유학을 계기로 서석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작은 빌라에 살았는데 남자 아이들만 둘 있잖아요. 층간 소음 때문에 스트레스도 있었고 아이들에게도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결혼을 좀 늦게 해서 나이 41살에 첫째를 낳고 43살에 둘째를 낳았어요. 제가 환갑이 되도 둘째가 고등학생이거든요.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해선 답이 없겠다 싶어서 무언가 자영업을 해야겠단 생각을 했어요. 저희 부부의 인생 2막을 고민하다가 결국 귀농을 결심한 것이죠. '서울에서 닭을 튀길 바엔 시골에 와서 닭을 키우자'는 생각으로 내려왔습니다.
저희에게는 농촌 유학이 어떻게 보면 귀농의 징검다리였어요. 왜냐하면 아내도 저도 서울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연고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귀농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었죠.
저희가 삼생초등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세 가지였습니다. 무조건 강원도로 가야겠다는 결심, 제가 서울을 자주 오가야 하기에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거리', 학교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녀보니 더 만족스러웠습니다. 큰아들의 반은 3학년인데 학생이 5명뿐입니다. 적은 인원 덕분에 학부모 입장에선 안심이 됐습니다. 교사가 아이 하나하나를 잘 돌볼 수 있다는 안심이 있습니다. 또 오른쪽 위쪽 사진은 아이들은 영어캠프 사진이고요. 왼쪽 아래는 해양 스포츠 체험, 마지막 사진은 춘천에서의 클라이밍·스케이트 등 매달 한 번 하는 체험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요. 이 모든 것이 다 '무료'입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큰 만족이지요.
두번째는 방과 후예요. 자전거도 타고 뒷산 활동도 하고요. 매주 수영도 합니다. 서석면에는 실내 수영장이 하나 있거든요. 이건 집 앞에서 눈썰매를 타고 있는 거고요. 오른쪽 사진을 보면 석축이 있는데 저희 집 마당이랑 연결이 돼 있거든요. 거기서 썰매를 타는 겁니다. 물놀이도 집 앞이고요, 이렇게 자연 속에서 생활합니다. 시골에 오니까 닭도 키우고요, 강아지도 한마리 키워야겠죠. 이런 것들이 모두 소음이 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주변에 인가가 많지 않아 크게 어려움 없습니다. 도시에서는 누리기 힘든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농촌 유학은 특히나 초등학생 같은 경우에는 부모가 와야 하거든요. 엄마 아빠 둘 다 오면 좋지만, 안되면 엄마라도 꼭 와야 합니다. 부모 한 명과 아이 한 두명이 반드시 정주해야하기 때문에 저는 농촌 유학이 정주 인구를 늘리는 해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립니다. 첫번째는 주거 환경 개선입니다. 농촌 유학에 관심을 갖는 가정들이 실제 신청 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집이 없어서'입니다. 삼생초는 다행히 농촌 유학생 마을을 건립 중이어서 내년이나 내후년은 조금 나아질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다른 지역에도 이런 유학 마을이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번째는 지원 확대입니다. 아까 말씀하시기에는 2년까지 연장이 되었다고 하시지만, 전라도 같은 경우에는 3년 이상 연장이 가능한 곳도 있습니다. 또 농촌유학생 뿐 아니라 기존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보기에도 친구들이 매해 바뀌는 것보다는 한 친구가 2~5년 쭉 같이 갈 수 있게 기존에 있는 집 가운데 장기적으로 있길 바라는 집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이 확대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이상으로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정민> 네, 현장에서 농촌 유학의 가치와 가능성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신경호 교육감께서도 흐뭇하게 웃으시며 홍보대사로 마음을 정하신 듯한데요. 다음 발표 이어가겠습니다.
(5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