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한·미 관세 후속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자동차 등에 부과되는 25% 관세가 유지되는 가운데, 미국이 한국의 대미 투자 조건을 둘러싸고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은 14일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방향으로 방어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속도전 대신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협상은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양식이 아니라 서로 새로운 조건들을 제시하며 최적의 균형을 맞춰가는 특징이 있다"며 "국익 최선의 지점에서 국민들께 알릴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워낙 변수가 많은 협상이라는 점만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을 찾았던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별다른 소득 없이 귀국했다. 그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과 만나 3500억 달러(약 486조원) 규모 대미 투자 구조와 이익 배분 방식 등을 협의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현지에서 한미 관세협상 관련 후속 협의를 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4일 오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 7월 양국은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대규모 대미 투자를 진행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투자 운용 방식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미국 측은 농산물·디지털 분야에서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며 협상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국은 조선 분야 산업 협력 방안을 내세우며 맞서고 있으나 관세 인하를 위한 실질적인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미국의 요구 수준이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미국이 25% 관세를 내는 것보다 몇배 더 부담이 되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며 "관세를 줄이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요구를 받는 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미 대법원의 관세 무효 소송 결과 등 외부 변수도 고려하며 서두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사회·문화 관련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도 11일 기자회견에서 완고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어떠한 이면합의도 하지 않고 국익에 반하는 결정은 하지 않는다"며 "앞으로 한참 더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한미 정상회담 당시 합의문에 서명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우리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러트닉 장관은 일본이 협상 문서에 서명한 점을 거론하며 "유연함은 없다. 한국은 협정을 수용하거나 (합의 이전 수준인 25%) 관세를 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국과 세부적인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미 측 요구에 따르도록 속도전을 촉구하는 모양새다.
관계부처 고위급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22일 미국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미 정상 간 양자 회담 성사 여부가 주목된다. 정상 차원의 정치적 결단이 돌파구가 될 수 있지만 교착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