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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사퇴 압박 넘어 탄핵까지 거론…법조계 "역풍 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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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사법부 수장 압박…대법원은 '무대응'
대법원장 사퇴 요구 "삼권분립 침해, 위헌적" 비판도
전국법원장회의 여파?…사법개혁 '제동 시도' 해석
25일 열리는 전국법관대표회의 논의 내용 주목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과 관련한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넘어 탄핵까지 거론한 것과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재판 독립을 침해하고 삼권분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나친 사법부 압박이 정치적 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시 불 붙은 '조희대 사퇴'…대법원 '무대응' 유지


지난 5월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선고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조 대법원장 문책론에 다시 불을 붙인 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다. 지난 14일 추 의원은 자신의 SNS에 "책임은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있고 사법 독립을 위해서 자신이 먼저 물러남이 마땅하다. 사법 독립을 막고 내란 재판의 신속성과 공정성을 침해하는 장본인이 물러나야 사법 독립이 지켜지기 때문"이라는 글을 올렸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전날 오전 브리핑에서 "아직 저희가 특별한 입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시대적인 국민적인 요구가 있다면 임명된 권한으로서는 좀 돌이켜봐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라는 점에서는 아주 원칙적으로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여당 의견에 동조해 조 대법원장 사퇴에 힘을 실을 셈이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도 전날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해명할 수 없는 의심에 대해 대법원장은 책임져야 한다"며 "대법원장이 그리도 대단하냐, 대통령 위에 있느냐, 국민의 탄핵 대상이 아니냐"고 수위를 한층 높였다.

곧바로 민주당에서는 조 대법원장이 물러나지 않는다면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조 대법원장은 법률과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탄핵의 대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은 물론 정부까지 사법부 수장의 사퇴를 압박하며 재판 독립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자 강 대변인은 "취지를 오독한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공식 입장은 입장이 없다는 것"이라고 뒤늦게 해명에 나섰다.
 
대법원은 우선 침묵으로 대응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최근 여권의 대법관 증원 등 사법개혁 법안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주말과 월요일까지 벌어진 자신에 대한 사퇴·탄핵 압박엔 아직 별다른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그러나 사법부 안팎에서는 당혹감을 넘어 충격적이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법원장을 지낸 한 부장판사는 "큰 과오를 범하지 않은 대법원장이 사퇴나 탄핵 등의 방법으로 중간에 그만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법부가 마음에 안 드는 면이 있더라도 대의나 방향을 맞춰가며 함께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 여당의 강경한 태도가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역법원 한 부장판사는 "(여당은) 최소한의 재판 독립마저 위협하며 합리적 토론을 거부하고 있고, (법원 등 상대를) 그저 적폐로 몰아가고 있다"며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에 대한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윤석열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규정하는 건 해괴한 이분법이며, 내란에 대한 제대로 된 심판도 방해한다. 정치적으로 역풍이 불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지역 고등법원 한 판사는 "대법원장을 흔들어서 쫓아내는 것은 전형적인 후진국적인 방식으로 법원 내부에서는 일부 여당 의원들이 강성 지지자들을 의식해 사법부의 수장을 쫓아내려 한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법조계 "삼권분립 반해 위헌성 짙어"…국힘, 李 탄핵 거론


사법부 밖 법조계에서도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탄핵 압박은 삼권분립에 반하는 것으로 위헌성이 짙다고 경고하고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삼권분립의 관점에서 선출된 권력이 임명된 권력보다 상위에 있다는 시각부터 문제가 있다. 선출된 권력인 대통령과 국회가 요구하면 사법부가 들어야 한다라는 생각은 위험하며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삼권분립의 핵심은 견제와 균형으로, 이를 위해서는 대등한 관계여야 한다.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정부와 여당이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데 권력에 취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황도수 건국대 상허교양대학교수(헌법학)는 "사법부의 수장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국민을 존중하며 주권자로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며 "삼권분립 속에서는 다른 권력이 또 다른 권력 위에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짚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도 "민주당은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는 공격과 입법 시도를 멈춰야 한다. 사법부가 선출되지 않았다며 권력의 하위에 있는 것처럼 무시하는 발언은 위헌이라고 볼 수 있다"며 "사법부를 직접 선출하지 않는 것은 맡은 역할에 차이가 있고 권력의 오남용을 막자는 취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국민의힘에선 조 대법원장이 아닌 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검토돼야 한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의 대법원장 사퇴요구는 이 대통령 관련 재판 결과를 뒤집으려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사법부 독립을 위해 임기가 보장된 대법원장을 향해 나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로 판결했으니 물러가라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 법치를 무너뜨리는 반헌법적 탄핵 사유"라고 강조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대통령이 자기 범죄 재판을 막기 위해 대법원장을 쫓아내는 것은 중대한 헌법 위반이고 탄핵 사유"라고 이 대통령으로 화살을 돌렸다.

조희대 '사법개혁 제동' 판단? 왜 지금 사퇴론 나왔나


민주당의 사법부에 대한 압박은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선고 이후 확산됐다 다시 잦아든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2일 전국법원장회의 임시회의를 전후해 다시 거세졌다. 전국의 법원장들이 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시 조 대법원장은 대법관 증원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 개혁과 관련해 "어떤 게 가장 국민에게 바람직한지 공론화를 통해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게 대법원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사법부가 헌신적인 사명을 온전히 완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판의 독립이 확고히 보장돼야 한다"며 "법관 여러분은 어떠한 어려움에도 흔들림 없이 오직 헌법을 믿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재판에 임해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갈등이 재발하면서 일각에선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상고심 관련 논란 이후 사퇴 등의 방식으로 책임 있는 행동을 선제적으로 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법원이 이례적인 속도로 선고를 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 일으킨 만큼 사법부를 향한 여당의 공격이 언제든 다시 시작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 사법부 수장 압박을 넘어 내란전담재판부와 김건희·채해병 특검이 수사 중인 사건을 다룰 '국정농단전담재판부'까지 설치하겠다고 나서면서 정치권의 사법부 흔들기 자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정치적 목적이 반영될 여지가 있는 전담 재판부가 잇따라 설치된다면 입법부가 사법부를 통제하는 수단이 되는 것은 물론 삼권분립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사법부를 향한 여당의 압박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오는 25일로 예정된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관련 논의와 입장 표명이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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