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공로상의 주인공인 정지영 감독. 생중계 화면 캡처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공로상의 주인공인 정지영 감독이 수상의 영광을 모든 영화인에게 돌렸다.
한국영화공로상은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한 영화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1982년 '안개는 여자처럼 속삭인다'로 데뷔한 정지영 감독은 지난 40여 년간 한국사회의 이면과 시대적 과제를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들을 통해 관객과 평단의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남부군'(1990), '하얀 전쟁'(1992),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1994), '부러진 화살'(2011), '남영동1985'(2012), '블랙머니'(2019), '소년들'(2020) 등 사회적 갈등, 인권, 정의를 향한 묵직한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며 한국 영화사에 깊은 족적을 남겼다.
17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수상자로 무대에 오른 정지영 감독은 "조감독부터 시작하면 50년이다. 반세기 동안 난 카메라 곁에 서 있었을 뿐이고, 관객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게 내 삶이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카메라 곁에 서 있는 나를 지켜준 사람들이 많았다, 카메라 앞에는 연기자들이, 뒤에는 나와 함께 밤을 지새운 수많은 스태프가 있었다"며 "내가 만든 영화를, 여러분이 함께 만든 영화를 지켜보고 바라봐준 관객들, 이 모든 숨결이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지영 감독은 영화감독으로서의 활동을 넘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조직위원장,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제천국제음악영화제 심사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 영화계의 발전과 후배 영화인 양성에 기여해왔다.
또한 스크린쿼터 수호, 검열제 폐지, 대기업의 스크린 독과점 해소 등 영화산업 구조 개선을 위한 활동에도 힘써오며 한국 영화의 권익과 다양성 수호에 앞장서 왔다.
정지영 감독은 지난 50년을 떠올리며 "순탄치만은 않았다. 때론 거친 파도와 싸웠고 열심히 노를 저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군사 독재 시절에는 검열과 맞서 싸웠고, 할리우드 영화가 시장을 지배할 땐 그들과, 대기업이 투자배급을 독과점으로 운영할 때도 그 문제로 싸웠다"며 "그 긴 강을 걸어온 건 나 혼자만이 아니다. 수많은 동료, 후배, 선배님들이 있었다. 이 상은 그분들을 대신해서 받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산 바다는 항상 새로운 파도를 보여주는데, 한국 영화도 그렇다. 지금 잠시 위기에 처했지만, 한국 영화인들은 언제나 새롭고 힘차고 바람직한 영화들 준비하고 있다"며 "어딘가 보석 같은 한국 영화들이 숨어있으니 찾아서 즐겨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26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