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중국인이 숨은 화물차 모습.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중국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제주로 밀입국한 중국인 6명이 모두 붙잡혀 해경이 막바지 수사를 하고 있다. 특히 밀입국한 중국인 중 1명은 제주에 밀입국한 후 전남 목포까지 단 사흘 만에 이동했다. 이번 사건으로 제주도 해안 경계가 뚫린 데 이어 제주항까지 무력화돼 '총체적 난국'이다.
해안에 이어 제주항 사흘 만에 뚫려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중국인 30대 남성 A씨 등 6명을 수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7일 오후 중국 장쑤성 난퉁시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출발해 다음날인 8일 오전 6시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인근 해안에 도착해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은 2017년부터 지난해 사이 제주에서 불법체류 신분으로 일하다 적발되는 등의 전력이 있어 제주국제공항 등 정상적인 출입국 경로로는 오지 못하자 이 같은 방법을 택했다.
제주도의 경우 해안 경계는 제주경찰청 해안경비단이, 해상 경계는 군과 해경에서 하고 있다. 이들이 440㎞에 달하는 거리를 유유히 보트를 타고 밀입국할 당시 해경 경비함정 2척이 해상 순찰하고 경찰 열영상감시장비(TOD)가 해안을 감시하고 있었지만 밀입국을 막지 못했다.
제주에 밀입국한 고무보트 인양 모습. 연합뉴스특히 이들 중 보트 운전을 맡았던 A씨는 지난 8일 제주에 밀입국한지 사흘 만인 11일 오후 4시 30분쯤 제주항 9부두에서 화물선을 타고 전남 목포항까지 이동했다. 당시 A씨는 모 물류회사 화물차 기사 B씨의 5t 화물차 운전석에 숨어 항구 보안검색을 통과한 뒤 육지로 달아났다.
해안에 이어 항만보안 1등급인 제주항까지 사흘 만에 뚫린 것이다. 1등급의 경우 항만시설 출입인원이나 차량에 대해 일상적인 보안검색, 경계, 무단출입 방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X-ray 장비 3대로 하루 1200대 검색
현재 제주항처럼 지역 무역항의 경우 대부분의 항만 운영을 지자체가 관리한다. 다만 보안검색 업무만 해양수산부 부산지방해양수산청 제주해양수산관리단이 담당하고 있다.
하루 평균 제주항에서 다른 지역 항만으로 이동하는 차량 수는 1226대다. 이번 밀입국 사건처럼 불법체류 외국인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지 못하도록 해양수산관리단 소속 청원경찰 110여 명이 5개조로 제주항 각 8개 초소에 상주하며 화물차 짐칸을 열어보는 등 보안검색을 맡는다.
특히 화물차 운전석 뒤편에 숨거나 화물에 숨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적발하기 위해 이동식 X-ray 장비 3대가 가동되고 있다. 2대가 더 있지만 지난해 고장이 나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현재 X-ray 장비 3대로 8개 초소를 돌아가며 운영되는 터라 전체 차량의 61%만 검색하는 꼴이다.
고무보트 이동경로.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제공불법체류 외국인을 숨긴 화물차량이 X-ray 장비가 없는 초소를 골라 통과하거나 배 출항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미리 검색 초소를 지나면 '무사통과'인 것이다. 각 초소 2~4명의 청원경찰이 화물차 기사들의 반발 때문에 일일이 화물을 다 뒤질 수도 없는 상황이라 검색에 한계가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중국인 A씨는 화물차 기사 B씨에게 400만여 원을 주고 서귀포항에서 화물차에 탔다. 이후 배 출항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제주항 초소를 통과하며 적발되지 않았다.
화물차 기사 "불법 출도, '공공연한 비밀'"
제주항과 다른 지역 항만을 오가는 화물차 기사들 사이에서 불법체류 외국인을 숨겨서 도외로 빼내는 일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공돈'을 벌 수 있어서다.
익명을 요구한 화물차 기사는 "제주도 자체가 운송료가 좋지 않다. 제주 오가면서 유류비랑 밥값 등을 빼면 대부분 적자다. 불법체류자 숨겨서 육지로 가주면 한 사람당 수백만 원씩 받는데 기사들에게 엄청 유혹이 된다. 수년 전부터 암암리에 불법 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 고상현 기자제주항 보안을 담당하는 제주해양수산관리단 관계자는 "이동식 X-ray 장비가 각 초소마다 배치돼 상시 운영되면 불법체류 외국인이 도외로 빠져나가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비 1대당 수십억 원에다 수리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정부 예산을 받는 게 쉽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X-ray 장비 부족 등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중국인 밀입국 사건 이후 보안검색을 이전보다 더욱 강화했다. X-ray 장비 추가 도입을 위해 정부 지원도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경은 이번 중국인 밀입국 사건에 대해 막바지 수사를 하고 있다. 수사 결과 이들은 제주에 올 때 마약 등 금지물품을 들여오지는 않았고, 불법취업 목적으로 밀입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