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의 한 부동산에 아파트 매물 광고가 게시돼 있다. 류영주 기자한동안 주춤했던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최근 심상치 않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3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3%p 상승한 0.12%를 기록했다. 전주에 이어 2주 연속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확대됐다. 6·27 부동산 대책이 나온 이후 서울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2주 연속 상승한 것은 9월 3주가 처음이다.
이주 지표에서 가격 상승에 강한 동력이 붙었다는 조짐은 여러군데 찾아볼 수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7개구의 상승폭이 커진 반면 상승폭이 하락한 자치구는 7개에 불과했다. 변동폭도 상승률 확대 쪽의 폭이 감소 쪽보다 훨씬 컸다. 성동구(0.27%→0.41%)는 전주 대비 상승률이 0.14%p가, 마포구(0.17%→0.28%)와 양천구(0.10%→0.19%)는 각각 0.11%p, 0.09%p가 올랐다.
9·7 부동산 대책이 나온 뒤 상승 추세가 더 강해진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9·7 대책이 나오기 전인 9월 1주차에 전주와 같은 0.08% 상승률을 찍었던 서울 아파트 가격은 발표 직후인 9월 2주차 0.09%로 상승률이 반전하더니 9월 3주차는 0.12%로 상승폭을 대폭 키웠다. 정부의 대대적인 공급대책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반응은 오히려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고개 바짝 치켜든 성동구·마포구 상승률, 연초 연상시킨 불길한 조짐
한국부동산원 자료부동산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고 있는 지역은 성동구와 마포구다. 마·용·성으로 불리며 올해 초 서울 아파트 가격 폭등세를 주도했던 '한강벨트' 지역이다. 마·용·성 가운데 용산과 달리 토지허가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두 지역은 한국부동산원 자료상으로는 지난 8월 말부터 상승폭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약 한달 동안 성동구는 0.15%→0.19%→0.20%→0.27%→0.41%, 마포구는 0.06%→0.08%→0.12%→0.17%→0.28%로 한달 가까이 상승폭을 키워왔다.
시장에서 반응도 자료와 별반 다르지 않다. 성동구의 한 부동산중개인은 "지난주와 이번주까지 성동구 일대에서 20여건 정도 계약이 체결된 것 같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물건부터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면적 84㎡가 14일 25억 3천만 원에 응봉동 신동아 76㎡는 16일 10억 7천만 원에 매매되는 등 연일 신고가 경신이 나오고 있다. 마포구에서도 마포동 강변한신코아 83㎡가 9일 12억 6천만 원에, 성산시영 50㎡는 13일 12억 5900만 원에 거래되는 등 신기록이 나오고 있다.
성동구와 마포구의 아파트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원인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아직까지 이른바 '갭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상승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확대, 얼마나 효과 있을까?
서울 시내 아파트의 모습. 박종민 기자성동구와 마포구가 곧 토허구역에 지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 시점에서 아파트 가격을 더욱 추켜올리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다.
국회에 발의된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은 지자체장뿐 아니라 국토부 장관도 토허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성동구와 마포구가 토허제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어 강남 3구와 용산구 토허구역 지정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지만 토허구역을 더 확대시키지는 않았다.
그러다 보니 성동구와 마포구에는 토허구역에 지정되기 전에 집을 사려하는 매수자들이 몰리고 있다. 특히 지방에 거주하는 매수자들은 실거주 조건이 붙는 토허구역으로 묶이기 전에 집을 사겠다며 성동구와 마포구에 모여들고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지역 자산가들 가운데 이번이 서울에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 같다"며 "성동구에 집을 사겠다며 지방에서 집을 보러 올라오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토허구역을 확대하면 서울 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부동산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리지만, 주택시장의 근본적 안정은 힘들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토허구역 확대로 당장 거래는 줄어들겠지만 이 역시 시간이 지나고 나면 집값 상승 요인을 억누르기에는 부족하다는 이유다.
토허구역 확대가 주택시장에 다른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토허구역이 광범위하게 확대되면 거액의 현금보유자들이 원하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서울 시내에서도 강남3구등 인기지역과 다른 지역간의 아파트 가격 격차가 극심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