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메마랐던 오봉저수지 모습과 21일 물이 차오른 오봉저수지 모습. 저수율이 50% 이상 오르면서 저수지 안의 섬으로 불리는 말구리재가 물에 잠겼다. 연합뉴스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강원 강릉지역에 최근 연이은 단비로 주 상수원인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이 석 달 만에 50%를 회복하면서 '극한 가뭄'의 한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
오는 24일 강릉에 또 비 소식이 예보된 가운데 지난 20일부터는 도암댐 비상 방류까지 이뤄지면서 주민들은 추석 전에 가뭄이 해갈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잇단 '단비'에 저수율 60% 육박…고비 넘겨
22일 농촌용수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기준 강릉지역 58.7%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58.9%(평년 72.4%)를 기록해 전날 52.8% 보다 6.1p나 상승했다.
앞서 지난 12일 역대 최저치인 11.6%까지 떨어지면서 10%대 붕괴 위기까지 직면했지만, 이후 단비가 잇따르면서 불과 9일 만에 50%선도 넘었다. 저수율 50%를 회복한 것은 지난 6월 15일 이후 98일 만에 처음으로 평년의 80% 수준까지 올라왔다.
특히 지난 12일부터 21일까지 오봉저수지 상류 지역의 주요 지점 누적 강수량은 닭목재 285㎜, 도마 266.5㎜, 왕산 238.5㎜ 등으로 3차례 걸쳐 내린 단비가 저수율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또한 연이어 비가 내리면서 땅속으로 유입되는 양이 줄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비는 그쳤지만, 상류 쪽의 빗물이 저수지로 유입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저수율은 더 올라갈 전망이다. 오는 24일에도 강릉을 비롯한 동해안 지역에는 5mm 내외의 비 예보가 있다.
지난 19일 강릉시가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제한 급수를 해제하면서 강릉의 한 아파트에서 오후 9시 이후에도 수돗물이 나오고 있다. 전영래 기자제한 급수 '해제'…계량기 75% 잠금 등 절수 조치는 유지
최근 잇따른 단비와 함께 저수율이 상승세로 접어들자 시는 지난 6일부터 아파트를 대상으로 시행했던 제한 급수도 19일 오후 6시를 기해 전면 해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오전 6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하루 2차례, 각 3시간씩만 물을 공급받던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편을 덜게 됐다.
하지만 아직 가뭄이 해갈되지 않은 만큼 가구별 수도 계량기 75% 잠금 등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절수 조치와 물 절약 캠페인 등은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김홍규 시장은 "그동 시간제 제한 급수에 동참해주신 아파트 주민분께 감사드리고 불편을 겪게 해드려 송구하다"며 "단비 끝에 현재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증가세에 있지만, 여전히 평년 저수율에 비해 낮은 상황으로 가을·겨울철 가뭄을 대비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물 절약 동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릉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생수를 배부받고 있는 주민들. 전영래 기자"물의 소중함 온몸으로 느껴…절수 필요성 깨달아"
그동안 시간제 단수로 인한 불편을 겪었던 주민들은 제한 급수 해제를 크게 반기면서도 '물 절약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최근 강릉지역 각종 지역 커뮤니티 등에는 "물의 소중함과 절약 실천의 필요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행복하다니, 두 번 다시 단수가 되는 일이 없도록 평상시에도 정말 물을 아껴야겠다", "그동안 펑펑쓰던 습관을 반성하게 됐다. 단수는 해제됐지만 개인적으로 물 절약을 계속 실천하겠다" 는 등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부 장모(40대)씨는 "시에서 배부한 생수가 많이 남아 있어 생수를 다 쓸때까지 정수기는 사용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이번 제한 급수를 통해 많이 불편하기는 했지만, 저희 부부를 비롯해 아이들까지 물의 소중함과 물 절약에 대한 경각심을 절실히 깨닫게 된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주민 이모(40대)씨는 "물이 나오는데도 화장실 사용 후 습관적으로 변기에 물을 채우기 위해 바가지로 손이 간 적도 있다"며 "겨울 가뭄 얘기도 나오고 있는 만큼 절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겠지만, 추석 전에는 완전히 해갈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봉저수지에 원수를 공급하고 있는 군장병들.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제공한숨 돌렸지만 대체 수원 확보 '총력'
강릉시는 '최악의 가뭄'에서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여전히 대체 수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남대천 용수 개발과 대용량포 방사시스템을 투입해 하루 2만 톤이 넘는 물을 확보하고, 오봉저수지에도 원수를 투입하기 위해 군·지자체·민간 등에서 400대 안팎의 살수차량 운반급수에 나서고 있다. 다만 홍제정수장 정수 공급은 용수개발사업 등으로 오는 26일까지 중단한다.
이와 함께 시는 겨울 가뭄 등에 대비해 제2 임시 취수장 공사를 시작해 하루 3만 톤 가량의 물을 취수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부터는 수질 문제 등으로 24년간 수문을 닫았던 평창 도암댐 도수관로 비상 방류도 시작됐다.
지난 20일 오후 1시 평창 도암댐 도수관로의 비상 방류가 시작됐다. 전영래 기자이에 하루 1만 톤의 비상 방류수가 남대천으로 흘러 들어가 임시 취수장을 거쳐 홍제정수장으로 공급된다.
방류 첫날부터 수질검증위원회에서 수소이온농도, 용존산소, 총유기탄소 등 8개 항목의 수질검사를 한 결과 정수 처리 후 생활용수로 공급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8개 기본 항목에 대해서는 매일 시료를 채취해 검사하고, 상수원관리규칙에 의한 38개 항목은 주 2회 이상 검사를 실시하는 등 엄격한 수질검사를 수행할 예정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비상방류수 수질검사 결과를 강릉시청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매일 엄격한 모니터링을 통하여 도암댐 수질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평창 도암댐 방류 수질검사 결과. 강릉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