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신공항 조감도. 부산시 제공가덕도신공항 부지 조성 사업을 일방적으로 철회한 현대건설이 국토교통부 등 관계당국의 법적인 제재조차 받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에서는 대형 국책 사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만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적인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부 "현대건설, 계약 체결 의무·방해 행위 있다고 보기 어려워"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오기형(서울 도봉구을) 의원실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국토교통부에 공문을 보내 현대건설에 대한 입찰 자격을 제한하기 어렵다는 법령 해석 결과를 전달했다.
현대건설과 국토부가 계약 조건 등에 대해 협의 중이었던 만큼 '계약 의무'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제재 대상으로 삼기 어렵다는 게 기재부 판단이다.
기재부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행위를 부정당행위로 보기 위해서는 수의계약 상대방에게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존재해야 한다"며 "수의계약 대상자가 협의 과정에서 계약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 등은 행위(계약)를 해야 할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이어 "이번 시공사(현대건설)는 수의계약 상대방으로서 기본설계도서를 제출했을 뿐 예비계약도 체결하기 전이므로 낙찰자나 그에 근접한 지위를 가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본설계 보완 거절이 계약 체결을 방해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현대건설이 거액의 원금을 기본설계에 투입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고의로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만 기재부는 "국토부가 제공한 사실관계만을 두고 해석한 결과"라며 "구체적으로 계약의무가 있는지, 계약을 체결하지 않음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계약 체결과 관련해 방해가 있었는지 등은 개개의 사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역 시민단체 "시작부터 특혜…제재 방안 나와야"
가덕도신공항 예정부지. 부산시 제공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지난해 10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 공사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지만 국토부와 공사 기간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인 끝에 지난 5월 사업 철회를 선언했다.
애초 국토부는 공사 기간 84개월을 입찰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현대건설은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이보다 2년 더 긴 108개월을 제시했고,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국토부는 지난 7월 현대건설의 일방적인 사업 참여 철회와 설계 보완 거부가 국가계약법에 따른 제재 대상이라고 판단해 기재부에 부정당업자 지정 가능 여부 등을 질의했다.
국가계약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의 체결 또는 이행 관련 행위를 하지 않거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자"는 부정당업자로 지정해 국가 발주 사업 입찰을 제한할 수 있다.
하지만 기재부가 이번 사안의 경우 현대건설을 부정당업자로 선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법령 해석 결과를 내놓으면서 법적 책임을 묻기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지역에서는 현대건설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사업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 만큼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제재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덕도허브공항시민추진단 이지후 상임대표는 "현대건설은 수의계약 절차부터 여러 혜택을 받았다"며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뒤에도 계약 조건보다 긴 공기를 고집하다가 사업을 철회하며 결국 6개월 동안 시간만 끌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단 사업을 따낸 뒤 시간을 끌다가 입맛대로 안 되면 손을 털어버리는 나쁜 선례를 남겨선 안 된다"며 "굵직한 국책 사업부터 소규모 계약까지, 향후 모든 수의계약의 근간을 흔들게 될까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