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부경찰서. 김혜민 기자캄보디아 출장길에 오른 부산의 한 경찰서 수사과장이 왕복 비행기 안에서 범죄 피해자 2명을 잇따라 보호했다.
2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 서부경찰서 오영훈 수사과장(56·경정)은 지난달 21일 캄보디아 프놈펜 출장길에 올랐다. 수사 중이던 투자 리딩 사기 조직의 근거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오 과장은 이를 위해 사전에 캄보디아 주재 경찰 영사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윽고 오 과장이 탄 항공기가 캄보디아에 착륙하자, 영사로부터 메시지가 한 통 들어와 있었다. 영사는 메시지를 통해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에 합류하려는 20대 남성이 지금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다. 그를 찾아 인계해 달라"고 요청하며 해당 남성의 사진을 보내왔다.
오 과장은 사진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사진 속 남성은 오 과장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항공기에서 내릴 때까지 이 남성을 밀착 감시한 오 과장은 공항에서 대기하던 영사에게 해당 남성을 무사히 인계했다.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도 업무는 이어졌다. 지난달 24일 귀국하려던 오 과장은 경찰 영사로부터 또 다른 요청을 받았다. 이번에는 피싱 조직에 붙잡혀 일주일간 감금돼 폭행당하다가 탈출한 30대 남성을 보호해 함께 귀국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 남성은 "계좌로 들어온 사기 수익금을 인출하지 못하자 조직원들이 무차별로 때렸다"며 극도로 불안해했다. 오 과장은 이 남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가족에게 무사히 돌려보냈다.
오 과장은 캄보디아 출장길에 나선 이유였던 '투자 리딩 사기' 사건 피해자들을 지금도 계속 추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