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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는 성공했는데 최초 노 골드 충격' 효자 종목 韓 정구, 17년 만의 안방 亞선수권이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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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프트테니스 여자 대표팀이 21일 제9회 문경아시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에 아쉽게 우승컵을 내준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 대회 조직위원회 한국 소프트테니스 여자 대표팀이 21일 제9회 문경아시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 단체전 결승에서 일본에 아쉽게 우승컵을 내준 뒤 경기장을 빠져나가는 모습. 대회 조직위원회 
무려 17년 만에 안방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충격적인 노 골드에 그친 한국 소프트테니스(정구). 선수 개별 입장, 라운드 걸 도입 등 새로운 변화와 개회식의 흥겨운 공연 등 대회 운영은 합격점을 받았지만 2008년 이후 올해 다시 경북 문경에서 열린 대회에서 역대 최초 금메달 0개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한국 대표팀은 21일 경북 문경시 국제소프트테니스장에서 열린 제9회 문경아시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 남녀 단체전 결승에서 모두 일본에 지면서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앞서 열린 개인전에서도 금빛 낭보를 전하지 못한 채 대회를 마무리해야 했다.

종주국 일본의 강세가 워낙 두드러졌다. 일본은 남녀 단식과 복식, 단체전까지 금메달 6개를 휩쓸었다. 혼합 복식에서만 대만이 금메달 1개를 겨우 따냈다. 세계 3강으로 꼽힌 한국은 은메달만 4개에 머물렀다.

우선 믿었던 여자팀 에이스 이민선(NH농협카드)의 컨디션 난조가 컸다. 이민선은 지난해 경기도 안성세계선수권대회에서 여자 단식과 복식, 단체전까지 3관왕에 올랐다. 그러나 선수 은퇴를 앞둔 올해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민선은 이날 결승에서 오른 무릎에 보호대, 왼 허벅지에 테이핑을 하는 투혼을 펼쳤지만 일본의 17살 신예 템마 레나의 체력에 밀려 2 애 4로 졌다. 여자 단식 결승에서도 이민선은 접전을 펼쳤지만 템마에 3 대 4로 패했다.

금메달이 걸린 경기 승부처에서 나온 실책도 뼈아팠다. 여자 복식 결승에서 임진아-황정미(이상 NH농협은행)는 일본의 마에다 리오-나카타니 사쿠라에 게임 스코어 3 대 1로 앞서 우승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3 대 2로 앞선 6게임에서 완전히 승기를 잡을 수 있던 순간 임진아의 어렵지 않은 스매시가 아웃이 되면서 완전히 분위기를 내줬다. 내리 3게임을 허용해 3 대 5로 허무하게 졌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3관왕을 이룬 여자 대표팀 에이스 이민선은 부상 투혼을 펼쳤지만 마지막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대회 조직위 지난해 세계선수권 3관왕을 이룬 여자 대표팀 에이스 이민선은 부상 투혼을 펼쳤지만 마지막 국제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대회 조직위
무엇보다 선수층에서 일본과 비교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에이스 계보를 이을 재목들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9년 타이저우세계선수권에서 종목 최초로 단식 2연패,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낸 남자부 김진웅(수원시청), 타이저우세계선수권 혼합 복식, 2023년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문혜경(NH농협은행)의 국가대표 은퇴 이후 후계자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민선이 지난해 활약했지만 올해가 선수 생활의 마지막 해다.

반면 일본은 이번 대회 3관왕을 달성한 최강 우에마츠 도시키와 히로오카 소라를 앞세워 남자부를 제패하고 있다. 여자부도 템마가 혜성처럼 등장할 만큼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코치를 맡았던 한재원 NH농협은행 코치는 "우리는 학생, 실업 선수를 합쳐도 2000명 정도인데 일본은 10배가 넘는다"면서 "일본 현(한국의 도) 대회가 아시아선수권보다 출전 선수가 더 많을 정도니 그만큼 인재들도 많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남자 대표팀 김용국 감독은 "일본과 실력 차가 더 벌어진 게 사실"이라면서 "상대의 커팅 서브 등 까다로운 구질에 대한 리시브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여자 대표팀 고복성 감독도 "내년 아이치-나고야아시안게임이 일본에서 열리고, 하드 코트에서 진행되는 만큼 더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선수들이 더 굳은 각오로 큰 대회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중계 해설을 맡은 조경수 iM뱅크 감독은 "일본 선수들의 경기를 보니 전위에서 충분히 예측을 하고 반격하는 플레이가 자주 나왔다"면서 "그만큼 우리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승부처에서 작전 등 약속된 플레이가 나왔는데 대비가 잘 됐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남자 단체전에서 준우승을 거둔 한국 대표팀. 대회 조직위 남자 단체전에서 준우승을 거둔 한국 대표팀. 대회 조직위 

현대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전력 분석에 대한 필요성이 소프트테니스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축적해온 영상 정보 등 데이터가 충분하지만 한국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한 관계자는 "일본 선수들의 백핸드 드라이브가 예전과 달리 능수능란한데 아직도 우리 선수들이 그쪽을 공략하다가 되치기를 당하더라"고 귀띔했다.

선수들이 태극 마크에 대한 자부심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도자는 "일본 선수들은 점수를 따면 벤치까지 크게 소리를 지르며 스스로 분위기를 띄우는데 우리 선수들은 소극적"이라면서 "그런 기 싸움에서 뒤지는 게 경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국가대표는 국제 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만큼 더 강한 정신력을 보여야 하는데 훈련이나 경기를 보면 그러지 않는 것 같다"고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코치진 충원과 비상대책위원회 자문단 구성, 대표 선발전 변화, 선수들과 코치진의 소통 원활화 등의 얘기도 나온다. 국가대표 출신 한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일본에 비해 기울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면서 "훈련 방식과 자체 평가전 등 기존과 다른 방향에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서 효자 종목으로 자리를 잡았던 한국 소프트테니스. 그러나 인구 절벽 시대에 따른 선수층 약화와 경쟁국 일본의 호조 속에 역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과연 내년 아시안게임과 2027년 세계선수권에서 명예회복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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