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원도심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학생들이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다. 독자 제공대전 원도심 육상 선수들이 한밭종합운동장 폐쇄 3년째 마땅한 훈련장을 찾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임시 훈련장으로 지정된 충남대 종합운동장은 원거리에다 시설도 열악해,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5. 9. 24 "마음껏 달리고 싶어요" 갈 곳 잃은 대전 원도심 육상 꿈나무들)26일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대전 원도심 육상 선수 58명 중 다수가 임시 경기장으로 지정된 충남대 종합경기장에서 훈련하고 있다.
하지만 동부권에서 왕복 2시간이 걸리는데다, 전천후 시설도 없어 비나 눈이 오면 훈련이 중단된다.
동명중 창던지기 선수 박모(15)군은 "매주 토요일마다 충남대 종합운동장에서 운동하는데, 가는데만 40분이 걸린다"며 "학교 운동장은 좁지만 충남대 운동장은 실제 경기장 규격과 비슷해 불편을 감수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2029년까지 유성구에 정식 육상경기장을 갖춘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을 건립할 계획이다. 총 8천억 원대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지만, 현재는 토지 보상 단계로, 중앙투자심사와 그린벨트 해제 등 주요 행정 절차가 남아 실제 착공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남부종합스포츠센터 조감도. 대전시청 제공
결국 동부권 육상 선수들은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이 문을 열기 전까지 울며겨자 먹기로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을 이어가야하는 셈이다.
또한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은 유성구에 들어서기 때문에 완공되더라도, 동부권 학생들은 여전히 먼 거리를 오가야한다.
시교육청은 임시방편으로 대전대, 대전보건대와 협약을 맺었지만, 학교 행사 등으로 사용이 제한돼 안정적인 대안이 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전시교육청 관계자는 "원도심 학생들이 인근 대학 경기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업무협약을 체결했지만, 대학의 협조에 기대고 있는 상황은 맞다"며 "동부권 육상 학생들만을 위해 충남대까지 이동하는 통학차량을 운영하거나, 동부권에 정식 육상 경기장을 짓는 것은 특혜와 예산 문제 등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청에서도 문제 의식을 가지고 원도심 육상 학생 선수들의 지원 방안을 다각도로 고려해보겠다"고 밝혔다.
지역 육상계는 스포츠타운 완공만 기다릴 게 아니라, 그 전까지 원도심 선수들을 위한 현실적인 지원책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전이 배출한 높이뛰기 국가대표 우상혁 선수처럼, 제2·제3의 인재가 지역에서 성장하지 못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상혁 선수는 대전의 원도심 중리초교에서 육상을 시작해 송촌중·충남고를 거친뒤, 2022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대전육상연맹 서칠만 전무이사는 "스포츠타운이 완공되면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훈련할 수 있겠지만, 그 전까지는 원도심 선수들을 위한 현실적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며 "훈련 환경이 뒷받침돼야 인재 유출을 막고 지역 육상의 저변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