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화재로 인한 국가전산망 마비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의무적으로 시스템을 이중화해야 하는 대상에 공공기관은 아예 빠져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적으로, 공공기관 핵심 시스템만이라도 이중화가 의무화됐었더라면 정부 전산망의 심장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의 전산망 마비와 피해가 이처럼 커지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2022년 10월 카카오톡 시스템이 있는 경기 성남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불이 나면서 카카오톡 서비스가 마비됐다.
데이터센터 전기실의 리튬이온 배터리에서 발생한 불로 마비됐던 카카오 서비스는 사고가 난 지 5일이 지난 뒤에야 복구됐다.
이에 따라 사고가 나더라도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이중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고 국회는 이른바 '카카오 먹통 방지법'까지 통과시켰다.
카카오 먹통 방지법으로 불리는 법안은 '방송통신발전 기본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 등 3법이었다.
이들 법안은 데이터센터 이중화·이원화 조치를 마련하고, 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도 재난을 수습·복구하기 위한 방송통신재난 관리기본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집적정보통신시설(데이터센터)과 부가통신사업자는 정부 재난관리 계획에 포함됐고 방송통신서비스 긴급복구를 위한 정보체계의 구성과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전력공급장치 등의 분산 및 다중화 등 물리적·기술적 보호조치를 의무적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나 법은 민간사업자들에 대한 의무만 규정했을 뿐 공공기관, 핵심 국가전산망에 대한 이중화 의무 등은 담지 않았다.
연합뉴스정부 관계자는 "당시 법 취지 자체가 민간사업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공공기관이나 국가전산망 등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앞장서 민간 시스템 이중화를 압박했기 때문에 정부 시스템은 당연히 더 보호·관리가 잘 될 것이라는 분위기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방의 한 작은 공립병원 홈페이지 서버까지 이중화하는 것은 낭비지만 적어도 국민이 많이 써서 중요도가 높은 국가전산망 1,2등급 시스템만이라도 이중화할 필요는 있다"며 "이것이 법으로 의무화되면 당연히 예산 배정과 사업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국정자원 전산망 이중화를 공언했지만 올해 시스템 재해복구 예산은 3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0.5% 불과하고 공주 제4센터 구축 사업도 예산과 효용성 높은 재해복구 모델을 찾는다는 등의 이유로 지지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운용하는 국가전산망은 총 647개로 국민의 이용하는 빈도와 중요도에 따라 4개 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1등급 시스템이 38개, 2등급 86개, 3등급 294개, 4등급 229개다.
복구가 완료된 우편물류와 인터넷우체국, 국정관리시스템, 모바일신문증, 사회보장정보포털, 나라장터 아직 복구가 안 된 공공데이터 포털과 이음장터, 국민신문고, 인터넷우체국 쇼핑 등이 1등급 시스템이다. 30일 현재 1등급 시스템 가운데 60% 가까이 정상화됐다.
2등급 시스템에는 행정포털 시스템과 국가법령정보센터, 국민참여입법센터, 전자바우처, 국민행복카드, 모바일복지로, 한국어능력시험, 노동포털, 학교습식 정보마당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요도가 높은 최소 1,2급 국가 전산망에 한해서라도 조속히 시스템 이중화 작업이 이뤄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