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황진환 기자검찰청을 폐지하는 법안이 공포되면서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절차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과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위헌 시비가 있을 때와 쟁점이 비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헌재는 검찰의 수사 대상을 축소하는 것은 입법부의 재량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적지 않은 재판관들이 기소나 공소유지에 지장을 줄 만큼 수사권을 제한하는 것에는 문제 의식을 드러냈다.
앞으로 1년간 검찰 폐지 법안의 후속 입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 같은 헌재 의견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검찰을 대신할 공소청이 국민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난 2023년 법무부 장관 등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각하)대 4(인용)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
앞서 국회는 2022년 검찰의 수사 개시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대형참사·방위사업)에서 '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 등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에 법무부와 검찰이 입법을 무효로 해달라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으나 재판관 1명 차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5명의 재판관들은 검찰이 수사권을 독점적으로 보유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느 기관에 수사권을 부여할 것인지는 입법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취지였다.
이번 국면에서 법조계가 주목하는 것은 4명의 재판관들이 낸 반대 의견이다.
당시 법안은 검찰의 수사 대상 축소가 쟁점이었지만, 이들 재판관은 '수사권 폐지'의 적절성까지 심도 있게 검토했기 때문이다.
류영주 기자우선 재판관들은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 공소유지를 하는 소추기능은 법률에 의해 폐지할 수 없는 국가기능이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헌법상 소추를 위해선 범죄 혐의가 있는지 확인하고 그것을 입증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러한 절차가 수사에 해당하므로 소추기능의 수단인 수사 역시 법률로 폐지해선 안 된다는 게 재판관들 견해였다.
물론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 역시 수사권을 어느 기관에 부여할지 결정하는 것은 입법의 영역이라는 데 동의했다. 다만 입법으로 수사권을 조정하더라도 소추기능을 본질적으로 훼손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소추권자인 검사가 법률상 보유해야 하는 수사권의 종류, 내용 및 범위가 어느 정도까지인지는 원칙적으로 입법 정책의 문제"라면서도 "수사의 실효성이 지나치게 축소돼 소추기능을 형해화할 정도에는 검사의 수사권에 대한 제한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소청 및 중수청 설치 법안 등 후속 입법 과정에서 이러한 반대 의견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수사기능에 속하는 법률상 권한을 준사법기관의 성격이 없는 행정기관에 부여하는 입법 형성을 할 수도 있을 것이나, 준사법기관인 검사가 수사의 적법성을 통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신설될 중수청도 법무부가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되며 소속 수사관들은 영장청구권과 소추권을 행사할 수 없다. 중수청의 수사가 적법 절차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지, 인권 침해 소지는 없는지 등을 감독할 권한을 공소청 검사에게 부여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당위성을 반대 의견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기소 여부 결정과 공소유지에 문제가 없으려면 수사를 함께 해야 한다는 게 반대 의견의 취지다. 이를 고려한다면 최소한 보완수사권 정도는 행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핵심 증인이 수사 단계에서의 증언을 재판 과정에서 뒤집으면 수사하지 않은 공소청 검사가 대처할 수 있겠는가"라며 "수사와 기소의 전면적인 분리는 범죄에 대한 국가의 대응력을 약화시킬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