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송승기. 연합뉴스
LG 치리노스. 연합뉴스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는 말이 있다. 팀당 144경기를 치르는 프로야구 장기 레이스에서 안정된 마운드를 갖추지 못한 구단이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LG 트윈스는 시즌 내내 탄탄한 마운드를 자랑했다. 정규리그 최종전을 마친 LG의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3.79로 한화 이글스(3.54), SSG 랜더스(3.59)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리그 평균은 4.30.
특히 선발진의 활약이 좋았다. LG 선발진의 합작 평균자책점은 3.52로 한화(3.51)에 이어 리그 전체 2위다. 9이닝 경기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며 초중반 승부를 이끌어야 하는 선발진이 안정될수록 팀 전력의 불안 요소도 줄어든다.
LG는 올해 4명의 '10승 투수'를 배출했다. 요니 치리노스가 팀내 최다 13승을 기록했고 임찬규는 2023년 14승 이후 개인 최다인 11승을 기록했다. 지난해 막판 포스트시즌을 위해 10승 달성 기회를 내려놓았던 손주영과 신인 송승기 역시 나란히 11승씩 올렸다.
이는 LG가 통합 우승을 달성했던 1994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이상훈(18승), 김태원(16승), 정삼흠(15승)이 나란히 15승 이상을 기록했고 올해 송승기와 마찬가지로 그 당시 신인 인현배가 10승을 달성해 돌풍을 일으켰다.
그 뿐만이 아니다. LG의 5선발 체제를 완성한 앤더스 톨허스트가 있다. 시즌 중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의 대체 선수로 가세한 톨허스트는 8경기에서 6승 2패 평균자책점 2.86을 기록하며 LG의 후반기 질주를 견인했다. 그의 활약은 LG가 7월 말 당시 1위였던 한화와 5.5경기 격차를 뒤집는 과정에서 큰 힘이 됐다.
LG는 후반기 초반 선두 한화에 5.5경기 차 뒤진 2위였다. 8월 들어 엄청난 페이스를 기록하며 순위를 뒤집었고 지난 1일 극적으로 정규리그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마지막 경기에서 NC 다이노스에 졌지만 한화가 인천에서 SSG 랜더스에 믿기 힘든 역전패를 당하면서 매직넘버가 사라졌다.
마지막 고비는 시즌 막판이었다. 매직넘버를 쉽게 지우지 못하는 사이 한화가 막판 스퍼트를 하면서 1위 결정전 성사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타격 사이클이 꼭대기에서 내려가는 시점이 딱 9월이었다. 5할 승률 언저리에서 버텼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버틸 수 있는 힘, 바로 마운드에서 비롯됐다.
LG 톨허스트. 연합뉴스
LG 손주영. 연합뉴스 올해만 빛나는 게 아니다. 미래는 더 밝다. 손주영은 풀타임 두 번째 시즌을 소화한 1998년생 젊은 투수다. 송승기는 신인이다. 앞으로 LG의 선발 로테이션을 책임질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우승 다음으로 의미 있었던 성과 중 하나다.
염경엽 감독은 "손주영과 송승기는 지금보다 내년이 더 기대되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발투수들"이라며 "확실한 10승 선발투수 2명을 데리고 있다는 것은 팀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하고 외국인 투수만 잘 뽑으면 늘 4위 이상을 하는 팀이 될 수 있다. 국내 선발을 얼마나 보유하느냐가 결국 팀 순위를 결정짓는 첫 번째 조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