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말초 면역 관용(Peripheral immune tolerance) 관련 발견으로 인체 면역 관련 연구에 기여한 생명과학자 메리 E. 브렁코(64), 프레드 램즈델(65·이상 미국), 사카구치 시몬(坂口志文·74·일본) 3명이 수상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올해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이들 3명을 선정했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브렁코는 미국 시애틀 시스템생물학 연구소의 선임 프로그램 매니저이고, 램즈델은 샌프란시스코의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의 과학 고문이다. 사카구치는 일본 오사카대 석좌교수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면역 세포가 우리 몸을 공격하는 것을 막는 면역체계의 경비병 '조절 T 세포'의 존재를 밝혀내 암과 자가 면역 질환에 대한 치료법 개발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조절T세포는 다른 면역세포를 감시하면서 우리의 면역 체계가 외부 침입자들은 공격하고 우리 자신의 신체는 '관용'의 대상으로 인식하도록 조절한다. 과거에는 이러한 면역 관용이 가슴샘(흉선)에서 발생하는 '중추 면역 관용'(central tolerance)을 통해서만 일어난다는 것이 주요 학설이었다.
그러나 수상자들의 연구로 조절T세포의 존재가 확인되면서 '말초 면역 관용'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열렸다. 이 연구를 토대로 암과 자가면역질환의 치료법 개발이 촉진되고 있다. 장기이식 성공률을 높이는 데에도 이 연구가 활용될 수 있다.
올레 켐페 노벨위원회 위원장은 "이들의 발견은 면역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왜 우리 모두가 심각한 자가면역질환을 겪지 않는지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조절T세포의 발견은 사카구치의 주요 발견과 브렁코·램즈델의 주요 발견이 연계된 결과로 가능했다. 먼저 사카구치가 1995년 자가면역질환으로부터 신체를 보호하는 새로운 면역세포를 발견했다.
뒤이어 2001년 브렁코와 램즈델은 자가면역질환이 자주 발생하는 생쥐의 유전자 변이를 확인하고, 인체에서도 비슷한 유전자 변이가 자가면역질환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파악해냈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사카구치가 본인의 연구와 브렁코·램즈델 연구를 연결지었다. 1995년 발견된 면역세포가 2001년 발견된 유전자 변이와 연계돼 있다는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이로써 조절T세포의 존재가 확인됐다고 노벨위원회는 설명했다.
116번째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이들은 상금 1천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4천만 원)를 똑같이 나눠서 받게 된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7일 물리학상, 8일 화학상, 9일 문학상, 10일 평화상, 13일 경제학상 등의 수상자를 발표한다.
한편 사카구치 교수가 이번에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일본의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6명으로 늘었다. 또 그는 역대 30번째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최초의 일본인 노벨상 수상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1907~1981) 박사가 받은 노벨물리학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