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동취재단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씨의 명품가방 수수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다룬 CBS 방송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해당 방송 내용이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심의 대상이 아닌데다 대통령의 배우자는 원칙적으로 폭넓은 비판·논평이 허용되는 공적 인물이라는 취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CBS가 방통위를 상대로 제기한 제재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는 지난해 2월 2일 윤 전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 발표 예측 등 정치 현안에 대한 대담 과정에서 당시 검찰이 수사 중이던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을 다뤘다. 당시 방송에 출연해 해당 의혹을 언급한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국민들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가 있고요. … 그거 외에도 양평고속도로 문제라든가 굉장히 숱하게 많은 의구심들이 있기 때문에 … 단순한 리스크 차원이 아니라 거의 게이트화 돼 가고 있는 거거든요."라고 말했다.
또 "처가가 영부인 포함해서 한 22억인가 23억인가 이득을 봤다. 이게 재판과정에서 드러났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선방위는 지난해 4월 위 발언들이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규정을 위반했다며 법정 제재인 '경고'를 의결했다. 이후 CBS가 재심을 청구하자 선거방송심의규정 위반은 판단은 유지하면서 제재 조치만 '주의'로 한 단계 낮췄고, 방통위도 이를 넘겨받아 그대로 의결했다. CBS는 이에 불복해 법원에 제재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우선 해당 방송과 발언이 선방위 심의 대상인 '선거방송'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선거방송이란 공직선거법이 적용되는 선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을 동기 또는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선거방송에 대한 심의제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형성을 가능케 하는 방송의 역할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면서도,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와 민주적 절차에 의해 공정하게 행해지도록 하고 선거와 관련된 부정을 방지함으로써 민주정치의 발전을 도모하게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위와 같은 심의제도는 방송사업자 등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 민주주의의 존립·발전에 중대한 장애를 가져올 수도 있다"며 "
선거방송에 대한 심의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등 관련 규정의 해석과 적용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발언들에 대해 재판부는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 발표 내용을 예측하는 내용의 대담을 나누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주된 부분은 출연자가 개인적 의견이나 정치적 견해, 주관적 평가를 언급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해당 발언은
원칙적으로 폭넓은 비판·논평이 허용되는 대통령이나 그 배우자의 활동 등 공적 인물 내지 공적 존재의 정치적 활동, 청렴성 내지 도덕성 등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당시 사회적·정치적으로 화제가 되는 사안을 다룬 것일 뿐"이라고 정리했다. 공직선거법상 심의 대상이 되는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 기타사항에 관한 것이 아니며, 정당의 대표자나 후보자 혹은 대리인이 참여한 대담·토론도 아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발언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취지로 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비판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발언이 선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항을 동기 또는 주제로 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발언은 선방위의 심의 대상이 되는 선거방송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방통위의 주의 처분은 심의대상이 아닌 사항에 대한 선방위의 통보에 근거한 것으로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결론 내렸다.
앞서 방통위는 선방위가 설치·운영되는 기간에는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또는 각종 정치 현안을 언급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이 모두 심의 대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장대로라면) 어떤 방송이 심의 또는 제재 대상이 되는 선거방송인지 알 수 없게 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법 규범 해석의 예측가능성을 박탈할 가능성이 있어 헌법상 보호받는 표현에 대한 위축적 효과를 초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앞선 '경고'도 취소해달라는 CBS의 청구에 대해선 "'주의'는 '경고'를 완전히 대체하거나 주요 부분을 실질적으로 변경하는 처분에 해당해 그 효력을 상실했다"며 따로 판단할 필요가 없다며 각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