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퇴임을 앞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0일 개인 명의의 '전후 80년 메시지'를 통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인접 국가에 대한 반성이나 사과의 표현은 없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오후 총리관저에서 '전후 80년 소감'을 통해 "전후 50년, 60년, 70년 총리 담화를 바탕으로 역사 인식은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퇴임을 앞둔 총리가 역사 문제에 대해 개인 생각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보수파 의원들의 반발을 의식해 '일본이 왜 전쟁을 피하지 못했는가'에 메시지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는 "과거 3번의 담화에는 왜 그 전쟁을 피하지 못했냐는 점에 대해서는 별달리 언급하지 않았다"며 당시 일본의 헌법 및 제도상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어려웠고, 언론도 전쟁 여론에 편승해 군부가 폭주했다는 내용을 길게 언급했다.
그러면서 "무책임한 포퓰리즘에 굴하지 않고 대세에 휩쓸리지 않는 정치가의 긍지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냉정하고 합리적인 판단보다 정신적·정서적 판단이 중시돼 나라가 나아가야 할 길을 그르치는 역사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 역대 총리들은 일본의 패전 50주년이었던 1995년을 시작으로 10년 주기로 전후 담화를 발표해 일본 정부 공식 역사 인식을 나타내왔다.
다만 2015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역대 담화를 계승하면서도 "후대 아이들에게 사죄 숙명을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며 충분한 사과를 했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이에 일본 보수파는 아베 담화를 기점으로 이시바 총리에게 전후 80주년 담화를 내지 말 것을 압박했고, 기반이 취약했던 이시바 총리는 공식 담화가 아닌 개인 메시지를 낸 것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