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 고인이 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흉상이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후원금 유용 논란이 일었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나눔의집'이 후원자에게 후원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9-2부(변지영 윤재남 노진영 부장판사)는 지난달 24일 후원자 이모씨가 나눔의집을 상대로 낸 후원금 반환 청구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2심은 나눔의집이 이씨에게 155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이씨)는 자신의 후원금 대부분이 위안부 피해자들의 생활, 복지, 증언 활동 등에 사용될 것이라 믿고 후원 계약 체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나눔의집) 주장과 같이 대부분의 후원금을 법인에 유보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평균적인 후원자가 대부분의 후원금이 법인에 유보돼 있다는 등 사정을 알았더라면 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법 109조는 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를 규정하고 있는데,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2020년 5월 나눔의집 후원금 유용 논란이 일자 후원자들은 '위안부 할머니 후원금 반환소송 대책모임'을 꾸리고 나눔의집을 상대로 후원금을 반환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손해배상을 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나눔의집 일부 직원이 '시설이 할머니들을 위해 후원금을 사용하지 않고 부동산과 현금자산으로 보유해 향후 노인 요양사업에 쓰려고 한다'고 폭로한 직후였다. 막대한 후원금이 제대로 사용되지 않아 위안부 피해자들이 사비로 치료비 등을 감당한다는 상황까지 드러나자 후원자들이 소송에 나섰다.
1심과 2심은 모두 원고 패소 판단했다.
후원자 23명이 원고로 참여한 1심에서 법원은 "후원계약 체결 당시 피고가 원고를 기망하거나 착오에 빠지게 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에게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1심 패소 후 후원자 5명이 항소에 나섰지만, 2심 판단도 1심과 같았다. 항소심 패소 판결 이후 이씨만 남아 상고했다.
이씨는 2017년 8월부터 2020년 4월까지 나눔의집 후원 계좌에 월 5만 원씩 총 31회 돈을 보냈다. 이씨는 '할머니들의 생활, 복지, 증언 활동 후원'을 목적으로 하는 후원계좌에 후원금을 입금했다.
지난해 8월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원고 패소 판단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당시 대법원은 "피고(나눔의집)가 표시하고 원고(이씨)가 인식했던 후원계약의 목적과 실제 사용 현황 사이에 착오로 평가할 만한 정도의 불일치가 존재한다"며 "후원자가 이러한 착오에 빠지지 않았더라면 후원계약 체결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또 "모집한 대부분의 후원금이 특정 건물 건립 용도로 법인에 유보돼 있다는 사정은 후원 당시 피고 스스로 밝힌 후원 목적 및 이에 의거하여 원고가 가지게 된 인식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정의기억연대의 전신),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전 의원을 상대로 낸 소송은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서부지법 재판부는 올해 1월 정대협과 윤 전 의원 측이 후원금을 반환하라는 취지로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지만 윤 전 의원 측이 불복해 이의신청을 내면서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대협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