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대법원이 여당에서 주장하는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며 "사법권 독립이 훼손되지 않도록 근거 없는 공격을 지양해 달라"고 반박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국회에 제출한 88쪽 분량의 '대법원 현안 관련 긴급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서'에서 조 대법원장의 통화내역, 차량일지 등을 제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은 "국회에서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와 권력 견제의 범주 안에 속한다"며 "그러나 그런 논의가 판결을 담당한 법관 개인에 대한 근거 없는 정치적 비난이나 공격으로 이어지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본 사건 판결은 사건의 특수성과 집중심리주의 원칙, 선거범죄 재판의 신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선거법 취지에 따라 대법관 대다수 공감대 아래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를 거쳐 결론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법원장이 외부 세력과 공모해 대선에 개입하기 위한 정치적 의도로 심리와 판결을 했다는 주장은 아무런 합리적 근거가 없는 정치적 공격에 불과하다"고 했다.
아울러 "사법부는 헌법이 부여한 사법권의 독립을 굳건히 지키며 국민의 기본권 보호와 법치주의 수호라는 본연의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겠다"며 "사법권의 독립이 훼손되지 않도록 근거 없는 공격을 지양해 주시기를 정중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조 대법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판결을 앞두고 한덕수 전 국무총리, 정상명 전 검찰총장,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의 측근 김충식 씨를 만나 오찬을 하며 재판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만난 사실 자체가 없고, 조 대법원장과 개인적 친분도 없다며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을 유독 신속히 선고한 이유에 대해선 "심리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해 오해가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5월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 종료 후 당 관계자에게 전달받은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황진환 기자이어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중립적이면서도 신속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대다수 대법관 사이에 형성되었음은 판결 이유에 나타난 바와 같다"며 "선고 시점은 심리 관여 대법관들의 치열한 검토에 의해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대법원은 또 "이 사건은 상고사건 접수 초기 단계부터 대법관 전원이 대법원의 원칙적 심리방식인 '전원합의'의 방식으로 사건을 검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대법원 답변서를 통해 최근 5년간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 평균 처리기간이 이 대통령 사건의 3배 안팎 수준이라고 밝혔다.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 접수부터 처리까지 평균 기간은 2020년 3.9개월, 2021년 8.4개월, 2022년 3.4개월, 2023년 2.4개월, 2024년 3.1개월, 2025년(상반기) 3.1개월 정도다.
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은 올해 3월 27일 접수돼 한 달여 뒤인 5월 1일 선고가 이뤄졌다.
또 최근 6년간(2020년~2025년 6월) 사건 접수일부터 종국일까지 35일 미만이 소요된 대법원 형사사건은 총 1822건으로, 이 가운데 파기환송 판결은 이 대통령 사건이 유일했다.
대법원은 "2002년 이후 사건 접수일부터 종국일까지 35일 미만이 소요된 대법원 형사 사건은 대부분 상고기각결정 또는 상고기각판결 사건"이라며 "그렇지 않은 사건(파기환송, 파기자판, 파기이송 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상고기각 결정·판결이 아닌 파기환송, 파기자판, 파기이송 등 사건은 2004년 2건, 2006년 1건, 2007년 1건, 2009년 1건, 2025년 1건(이 대통령 선거법 사건)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