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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범죄' 저격 텔레방에 BJ 생중계까지…자경단 활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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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채널서 대학생 박씨 고문·폭행 영상 공개
이름, 키, 전과기록 등 캄보디아 조직 신상·위치도
프놈펜 원구단지 찾아 "한국인 석방" 실시간 방송
"공식적 대응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긍정 기능도"
"무고한 개인 정보로 피해 생길 수도…보복·위해 주의"

천마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지난 8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박씨가 고문·폭행 당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과 녹취록. 화면 캡처천마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지난 8월 캄보디아 현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박씨가 고문·폭행 당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과 녹취록. 화면 캡처
지난 8월 캄보디아 보코산 지역의 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박모(22)씨가 강제로 마약을 투약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최근 공개됐다. 박씨의 사망 원인은 '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인데, 박씨가 실제 고문을 당했음을 알 수 있는 영상이다.

이 영상은 수사기관이 아닌 한 텔레그램 방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천마'라는 운영자가 관리하는 해당 채널에는 캄보디아 등 동남아에서 한국인 대상 강력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사진, 주거지 등 신상 정보가 올라와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상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텔레그램 등 온라인을 통해 개인이 범죄를 추적하는 콘텐츠가 올라오고 있다. 국제 공조 취약 등 이유로 생긴 공권력의 공백 탓에 개인이 나선 것이다. 이들의 활동이 수사와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석이 나온다. 반면 잘못된 정보를 공개할 우려가 있거나 이들 역시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양면성도 존재한다.

키부터 전과까지 신상 공개…침투단원 모집도

천마는 텔레그램을 통해 박씨를 고문·폭행했다는 리광호의 신상과 범죄조직원들의 사무실 위치를 공개했다. 화면 캡처천마는 텔레그램을 통해 박씨를 고문·폭행했다는 리광호의 신상과 범죄조직원들의 사무실 위치를 공개했다. 화면 캡처
천마가 운영하는 텔레그램 방에는 '캄보디아 한국인 살인사건'의 용의자라며 "이름: 리광호, 전과기록: 마약, 현재 수배범인 상태, 키: 160" 등 사망한 박씨를 감금하고 고문한 것으로 보이는 남성의 신원이 올라와 있다.

"가해자 리씨가 피해자 고 박씨에게 폭행을 가하는 현장"이라는 녹취록 2개도 공개됐다. 총 4분가량의 두 녹취록에는 한 남성이 욕설을 하고 무언가를 때리는 듯한 소리가 담겨있다. 위성지도와 함께 보코산 단지 범죄조직 사무실 위치도 표시돼 올라왔다.

운영자는 "사적제재라는 민감한 주제어를 벗어날 순 없겠지만 지금도 일어나는 범죄가 조금은 더딜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채널에는 1만 5천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가 한국인을 구조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오픈채팅방. 화면 캡처캄보디아에 가 한국인을 구조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오픈채팅방. 화면 캡처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침투할 단원을 모집하거나, 직접 캄보디아 범죄단지 현장을 찾아가 실시간 방송을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0일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캄보디아 인신매매요새 침투단원 모집'이라는 오픈채팅방이 개설됐다. 해당 채팅방의 소개글을 보면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우리 국민 탈출시킬 요원 모집. 격투기 선수 출신 환영. 실제 목숨 걸고 침투할 예정' 이라는 내용이 있다. 여기엔 현재 27명의 인원이 모여있다.

개인 인터넷 방송인이 캄보디아 현지로 날아가 범죄단지를 생중계하기도 했다. A씨는 지난 11일 캄보디아로 출국해 다음 날인 12일 프놈펜 원구단지에서 온라인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생방송을 진행했다. 그는 원구단지 앞에서 "한국인을 석방하라", "강제 감금 피해자들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그런데 원구단지에서 한 남성이 나와 A씨의 얼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면서 시청자들이 A씨를 걱정하는 등 불안감이 커지기도 했다.

공권력 빈틈 메워…보복 위험 주의해야

14일(현지시간) 오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도로에서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14일(현지시간) 오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 도로에서 차량들이 달리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이 나서 범죄조직을 파헤치는 배경에는 현재 공권력의 대응 부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캄보디아대사관에 파견된 인력 15명 중 사건 사고를 담당하는 경찰 인력은 3명(주재관 1명·협력관 2명)에 불과하다.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던 것을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했지만 급증하는 범죄엔 역부족이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임준태 교수는 "정부나 관계기관의 공식적 대응이 부족하기 때문에 나오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유사한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경각심을 주고 공개되지 않았던 상황들을 한국에 알린다는 점은 긍정적 기능"이라며 "정부 대처가 미흡하고 소극적이었다는 비판도 있었기 때문에 민간 활동이 촉매제 역할을 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가해자 정보와 피해 사실 등을 찾아 알리는 일이 도움도 되지만, 또 다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임 교수는 "어렵게 찾아낸 정보가 실제 수사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무고한 사람의 개인 정보가 들어가 또 다른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특히 캄보디아 범죄단지를 찾아가 방송을 하는 등의 행위는 보복 등의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임 교수는 "그곳에서 사적 보복이나 위해를 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튜버들이 직접 찾아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코리아 데스크처럼 현장에서 바로 경찰이 개입하고 현지 경찰과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그렇다면 자경단과 같은 민간 활동이 자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특별 여행 주의보 발령의 의미는 긴급한 용무가 아닌 한 방문을 취소하거나 연기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라며 "(일부 스트리머가 캄보디아로 간 것은) 특별주의보 취지와는 맞지 않으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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