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손흥민. 김조휘 기자'캡틴' 손흥민(LAFC)이 홍명보호의 스리백 전술에 대해 "서서히 맞춰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포메이션으로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스리백의 장점이 포백의 단점이 될 수도, 스리백의 단점이 포백의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지난 7월 K리거 위주로 치른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부터 '플랜 B'로 스리백 전술을 실험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일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0-5로 대패하며 수비 불안을 드러내자 스리백 전술을 향한 혹평이 쏟아졌다.
이날 경기에서도 스리백을 가동한 가운데, 손흥민은 "월드컵 최종 예선에선 포백으로 하다가 동아시안컵부터 차근차근 스리백을 준비하고 있다"며 "팀으로서 여러 포메이션을 잘할 수 있다는 건 분명 플러스 요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가지 포메이션을 입히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며 "소속팀에서는 매일 훈련을 하지만, 대표팀에선 짧은 시간 안에 입혀야 하기 때문에 많은 대화와 공부가 필요하다. 이런 부분도 서서히 맞춰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오현규(헹크)와 교체됐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후반전 교체 출전을 생각했는데, A매치 최다 출전 행사도 있는 중요한 날인 만큼 선발 출전 기회를 줬다"고 밝혔다.
손흥민은 "(출전 시간과 관련해) 감독님께서 미리 말씀해 주셨다"며 "아직 소속팀에서 시즌을 치르고 있고, 돌아가서 중요한 경기가 있기 때문에 배려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리 얘기만 해주신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몸 상태는 항상 풀타임을 뛸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고 덧붙였다.
홍명보호는 전반 14분 엄지성(스완지시티)의 선제 결승 골과 후반 29분 오현규(헹크)의 추가 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지난 10일 브라질에 0-5로 대패한 충격을 조금이나마 덜어낸 승리였다.
손흥민은 "크게 지고 나면 선수들이 위축되고 부담감을 느낄 수 있는데, 찾아온 기회를 잡는 모습을 보면서 주장으로서 팀원들에게 고마웠다"며 "우리가 할 것을 했다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00년생 젊은 두 선수가 득점한 것에 대해 "어린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선배로서, 주장으로서 뿌듯하다"며 "앞으로도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엄지성이 14일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 친선경기 대한민국과 파라과이의 경기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킨 후 손흥민과 포옹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이번 남미팀과의 2연전을 통해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 손흥민이다. 그는 "파라과이는 수비층이 두터워서 제가 공간이나 발밑으로 받는 플레이가 어려웠다. 브라질전에서도 많이 느꼈다"면서 "제가 공부해야 하는 부분이다. 고민을 많이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브라질전에선 상대를 너무 존중한 것이 결과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며 "맞아봐야 어떻게 맞는 것이 안 아픈지 알 수 있다. 매우 아프게 맞아봤으니 이제 조금 덜 아프게 맞고 우리도 한 번은 때릴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8개월 정도 남은 북중미 월드컵 준비에 대해서는 "이제 세부적인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며 "강팀을 상대할 때 어떻게 더 과감하게, 거칠게 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기 전에는 손흥민의 A매치 최다 출전(137경기)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종전 최다 기록(136경기) 보유자인 '레전드'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참석해 손흥민에게 기념 유니폼을 전달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손흥민은 "어릴 때부터 얘기를 많이 들어오고 우러러본 분과 한 경기장에서 좋은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영광"이라며 "한국 축구계의 영웅에게서 축하받은 것에 기쁘고 감사드린다"며 웃었다.
특별한 날이었음에도 흥행에는 실패했다. 이날 경기장에서는 2만2206명의 관중이 찾아와 손흥민이 A매치에 데뷔한 2010년 이후 역대 최소 관중이라는 불명예를 썼다. 종전 최소 관중 기록은 2015년 10월 자메이카전에 입장한 2만8105명이다.
이에 손흥민은 "팬분들이 추석 연휴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 더 신경 쓰셔야 하는 특별한 상황이 겹쳤다고 생각한다. 낯설어하기보다는 오신 팬들께 감사해야 한다"며 "저희가 더 책임감을 느끼며 더 좋은 축구, 멋진 축구를 하면 경기장에 와주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