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등 국제 범죄 조직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공항=황진환 기자18일 오전 9시 55분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국제선 입국장에 캄보디아 현지에서 구금됐다 송환된 한국인 64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대부분은 모자와 마스크를 쓴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피의자 1명 당 경찰관 2명이 양쪽에서 팔짱을 끼고 연행했다. 수갑으로 묶인 양손은 파란 천으로 감싸여 있었다. 송환자 대부분 청년 남성이었다.
입국장 게이트에서 경찰 호송 차량까지 긴 인간 행렬이 만들어졌다. 피의자와 총기를 든 무장 경찰, 캄보디아 당국으로부터 경찰이 확보한 수사 증거물이 담긴 박스도 뒤따랐다.
이날 한국인을 태운 대한항공 전세기는 이날 오전 8시35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수속은 1시간 넘게 걸렸다. 송환 대상자들은 전세기 탑승 직후 한국 경찰에 체포됐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경찰 기동대와 공항경찰 수백명이 공항 곳곳에 배치됐다.
피의자 중 한 명의 동생으로 보이는 20대 남성이 행렬을 따라가다 경찰에 저지당하는 소동도 있었다. 이 남성은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하며 연신 "형"을 외쳤다.
입국장 게이트에서 가족이나 지인을 기다리던 시민들도 이날 송환 행렬을 지켜봤다. 해외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손주를 기다리던 한 노인 부부는 "대다수가 범죄에 가담했다고 하지만 우리 국민"이라며 "당연히 다 데려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벌을 받더라도 한국에서 받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귀국한 원민수(38)씨는 "피해자도 있겠지만 대부분 불법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고 들어갔을 것"이라고 했다.
18일 오전 10시쯤 공항 입국장에서 한 남성이 송환자들의 이동 경로를 쫓아가다 경찰에 제지당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이번에 송환된 한국인은 현지 경찰에 검거된 59명과 경찰에 자수해 구출된 5명 등 총 64명이다. 이 중에는 인터폴 적색수배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공항에 호송 차량 23대를 배치해 64명을 곧바로 분산 압송했다. 이들은 충남경찰청(45명)과 경기북부청(15명), 대전경찰청(1명), 서울 서대문서(1명), 김포경찰서(1명), 원주경찰서(1명) 등으로 옮겨졌다. 앞서 구금 한국인 4명은 국적기로 먼저 국내로 송환됐다.
이들은 '웬치'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 각종 온라인 사기 범죄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대부분이 피의자 신분으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공항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체포된 사람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향후 보이스피싱 조직 규모를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며 "송환된 이들에 대해서는 모두 마약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8일 오전 10시쯤 캄보디아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들이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 입국장 게이트에서 차례로 빠져나오고 있다.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