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최근 통신사와 금융사 등에서 해킹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가 대대적인 보안 점검에 나서고 인증 제도도 강화하는 등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기업 현장 조사 권한을 확대하고, 보안 의무 위반 기업에 대해서는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제재도 강화한다.
정부는 해킹 피해 기업이 자진신고할 경우 과징금을 감경해주는 인센티브 정책 등을 검토한 뒤 연말에 추가 발표할 계획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금융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국가정보원, 행정안전부와 함께 브리핑을 통해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통신사 불시 점검, 펨토셀 안정성 확보 안 되면 즉시 폐기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우선 해킹 불안감 해소를 위해 공공·금융·통신 등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1600여개 IT 시스템에 대해 대대적인 보안 취약점 점검을 즉시 추진한다. 공공기관 기반시설 288개, 중앙·지방 행정기관 152개, 금융업 261개, 통신·플랫폼 등 ISMS 인증기업 949개 등이 대상이다.
특히 통신사의 경우 실제 해킹 방식의 강도 높은 불시 점검을 추진하고 주요 IT 자산에 대한 식별·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아울러 KT 해킹 사태에 활용되기도 한 소형기지국(펨토셀)은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즉시 폐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보안 인증 제도(ISMS, ISMS-P)를 현장 심사 중심으로 전환하고 중대한 결함이 발생할 경우 인증을 취소하는 등 실효성을 제고한다. 모의해킹 훈련과 화이트해커도 활용해 상시 취약점 점검 체계도 구축한다.
해킹 피해 발생 시 소비자 중심의 피해구제 체계도 구축한다.
구체적으로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인한 과징금 수입을 피해자 지원 등 개인정보 보호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금 신설을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 조사 권한 강화, 징벌제 과징금 도입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정부가 해킹 정황을 확보한 경우 기업의 신고 없이도 정부가 신속히 현장을 조사할 수 있도록 정부 조사 권한을 확대한다. 해킹 지연 신고, 재발 방지 대책 미이행, 개인·신용 정보 반복 유출 등 보안 의무 위반 기업에 대해서는 과태료·과징금 상향, 이행강제금 및 징벌적 과징금 도입 등 제재를 강화한다.
또 국가정보원의 조사·분석 도구를 민간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AI 기반 지능형 포렌식실을 구축해 분석 시간을 대폭 단축(건당 14일 → 5일)하는 등 침해사고 탐지·대응 역량을 고도화하고 영역별 사고조사 전문인력을 확보·충원한다.
정부 차원의 정보보호 투자를 확대하고 중소기업 지원도 강화한다.
공공의 정보보호 예산과 인력을 확대한다. 현재는 정보보호 투자를 정보화 예산 대비 15% 이상 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이를 더 끌어올릴 계획이다. 또 정부 정보보호책임관 직급을 기존 국장급에서 실장급으로 상향하는 한편, 위기 상황 대응 역량 강화 훈련 고도화,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사이버보안 배점 상향(0.25→0.5점) 등을 추진한다.
민간의 경우 정보보호 공시 의무 기업을 상장사 전체로 확대(현재 666개사→약 2700여개사로 확대)하면서 동시에 공시 결과를 토대로 보안 역량 수준을 등급화해 공개한다. CEO의 보안 책임 원칙을 법령상 명문화하고 보안최고책임자(CISO·CPO)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동시에, 자체적인 보안 역량이 부족한 중소·영세기업 대상으로는 정보보호 지원센터 확대 등을 통해 지원을 강화한다.
금융‧공공기관 등이 소비자에게 설치를 강요하는 보안 SW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대신 다중 인증, AI기반 이상 탐지 시스템 등을 활용해 보안을 강화한다. 다중 인증은 비밀번호, OTP, 생체인식 등을 조합하는 방식이다.
이밖에 국가 핵심 인프라인 주요 정보통신 기반시설을 범부처 위원회인 '정보통신기반시설보호위원회'를 통해 지정을 확대하고, 기반시설의 사고 원인 조사 단계에서는 침해사고대책본부를 활성화한다. 또 민관군 합동 조직인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사이버위기관리단과 정부 부처 간의 사이버 위협 예방·대응 협력을 강화한다.
배 부총리는 "과기정통부 등 관계부처는 이번 종합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될 때까지 실행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것이며 부족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AI 강국을 뒷받침하는 견고한 정보보호 체계 구축을 취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기업만 때리냐" 지적에 "정부도 책임 있어"…인센티브 정책 검토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범부처 정보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한편 최근 정부 주요 부처도 해킹 피해를 입었음에도, 기업에 대한 제재만 나서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해외 보안 매체 '프랙(Phrack)'은 북한의 해킹 조직 '김수키'가 KT와 LG유플러스를 비롯해 국방부, 외교부, 국군방첩사령부, 대검찰청, 행정안전부, 통일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 부처를 지속적으로 해킹해 왔다고 공개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배 부총리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해킹 사태에서) 정부 책임을 분리할 수 없고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관이 함께 고민해야 하고 정부도 무조건 기업을 제재하겠다는 게 아니라 기업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며 "정부도 책임을 다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년도 관련 예산을 감행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기업에 대한 제재 일변도가 아니라, 해킹 피해 기업이 신속하게 자진신고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도 검토 중이라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류제명 2차관은 관련 질문에 "고의로 신고를 지연했다면 징벌적 조치가 이뤄져야 겠지만 자발적 신고가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야만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며 "기존 제도를 보완하고 협의를 해서 자발적 신고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감경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련 추가 대책을 검토한 뒤 연내에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