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이라니까?'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국 시리즈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 1차전 경기. 5회 말 LG 박해민이 홈런을 친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LG 박해민(35)이 쌍둥이 군단 주장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뽐냈다. 또 다시 한화를 절망에 빠뜨리는 수비는 물론 홈런까지 쳐내며 2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는 팀에 승리를 안겼다.
박해민은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한화와 한국 시리즈(KS) 1차전에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 2득점의 활약을 펼쳤다. 호수비까지 더해 팀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수비에서 먼저 박해민은 팀을 구해냈다. 1회초 1사 1루에서 박해민은 한화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인 문현빈의 2루타성 타구를 잡아냈다. 배트 중심에 잘 맞은 타구였지만 박해민이 달려가 담장 앞에서 펄쩍 뛰어 걷어냈다.
또 다시 박해민이 한화에게 '통곡의 벽'으로 좌절을 안긴 장면이었다. 후속 타자 노시환이 좌전 안타를 날린 점을 감안하면 중요한 선취점을 막은 수비였다.
박해민은 시즌 초반부터 김태연, 권광민의 장타성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는 등 한화만 만나면 호수비를 펼쳤다. 오죽하면 한화 팬들 사이에서 대전의 명물인 빵집 'OO당 출입 금지'라는 원성을 샀을 정도다.
'한화 팬, 또 좌절'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 경기. 1회 초 1사 1루 때 LG 박해민이 한화 문현빈의 장타를 잡고 있다. 연합뉴스
타석에서도 박해민은 한화에 비수를 꽂았다. 2-0으로 불안하게 앞선 5회말 박해민은 삼성과 플레이오프(PO) 최우수 선수(MVP)인 문동주로부터 벼락 같은 홈런을 터뜨렸다. 시속 125.1km 커브를 통타,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올해 홈런이 3개뿐인 박해민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깜짝 홈런이었다. 기세가 오른 LG는 신민재의 3루타와 3루수 노시환의 악송구로 추가점을 뽑으며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경기 후 박해민은 1회 문현빈의 타구를 잡은 데 대해 "호수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1회라서 그런지, 긴장해서인지, 첫발을 빨리 떼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엉거주춤하게 점프한 상태로 공을 잡았다"는 이유다.
사실 다른 선수라면 어렵게 잡았을 타구지만 박해민의 그동안 하이라이트 필름을 생각하면 이번 타구는 비교적 수월한 편이었다. 하지만 LG 선발 앤더스 톨허스트는 "우리 팀 중견수가 박해민이라는 게 정말 좋다"면서 "빠졌다고 생각한 타구를 다잡아준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홈런은 그야말로 영영가 만점이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박해민의 활약에 대해 "수비보다 홈런이 더 좋았다"고 칭찬했다.
다만 염 감독은 박해민의 홈런을 언급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한 방이었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홈런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박해민은 맞는 순간 홈런을 직감했다. 천천히 1루로 걸어가면서 타구를 확인한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박해민은 "맞자마자 넘어갔다고 생각했고 '파울만 되지 말라'고 빌었다"고 돌아봤다.
롯데 전준우의 이른바 '빠던' 모습. 롯데 자이언츠 다행히 타구는 파울 폴대 안쪽으로 살짝 들어왔고, 담장도 살짝 넘긴 비거리 100m 홈런이 됐다. 박해민은 "예상보다 비거리가 길지 않아 살짝 넘어갔다"면서 "안 넘어갔다면 '월드 스타'가 될 뻔했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롯데 주장 전준우(39)는 지난 2013년 NC와 홈 경기에서 '월드 스타'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홈런성 타구를 날린 전준우는 홈런을 직감하며 배트를 힘차게 던진 뒤 더그아웃의 동료들을 향해 오른손을 뻗으며 1루로 걸어갔다.
그러나 강한 바람 때문이었는지 타구는 좌익수에게 잡혔고, 전준우는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당시 김태군(KIA) 등 NC 선수들이 폭소하는 모습까지 화면에 잡혔다. 메이저 리그(MLB) 홈페이지에도 소개되면서 전준우는 일약 '월드 스타' 반열에 올랐다.
박해민은 7회도 파울이 됐지만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를 날렸다. 이에 박해민은 "7회에 맞는 순간 또 넘어가는 줄 알고 '미쳤다'고 생각했다"면서 "타구가 옆으로 흘러서 그 생각은 잠깐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날 LG는 안타와 사사구 7개를 얻어내 8-2 낙승을 거뒀다. 박해민은 "경기도 이천 합숙 훈련 때 전력 분석팀, 코치님들과 함께 시속 160km 빠른 공을 봤는데 선수들이 그냥 보기만 한 게 아니라 잘 치더라"면서 "오늘 경기에 도움이 됐다"고 공을 돌렸다.
박해민은 또 "선수들의 의욕이 오늘 결과로 나왔다"고 주장의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월드 스타'가 될 뻔했던 이날의 '스타' 박해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