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28일 열린 '북미 정상회담 추진 및 남북경협 복원 촉구 긴급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제공중소기업계가 2016년 2월 가동을 중단한 지 만 10년째에 접어든 개성공단을 다시 가동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2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북미 정상회담 추진 및 남북경협 복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남북경협 복원을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남북경협 복원 요청의 핵심은 대표적인 남북경협 모델인 개성공단 재가동이다. 개성공단은 2004년 문을 열어 2016년 가동을 중단하기까지 124개 기업이 입주해 32억 3천만 달러를 생산하고 5만 4천 명을 고용하는 등 남북한 경제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평가다.
중소기업계는 개성공단 재가동이 인건비 상승과 고질적인 인력난에 미국발 관세 전쟁까지 겹치면서 급속하게 악화하고 있는 중소기업 경영 환경에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초대 회장인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을 비롯한 역대 회장단은 긴급 기자회견 전날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만나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경협 복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직전 정부와 달리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이재명 정부에서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여론을 확산하고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중소기업계가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현 정부 들어 중소기업계가 처음 개성공단 재가동 목소리를 높인 건 지난 7월 11일 중기중앙회 입장문을 통해서다. 그 전날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 정착 그리고 남북 경제 협력 재개 가능성이 논의된 데 따른 기대감의 발로였다. 당시 중기중앙회는 입장문에서 "NSC 논의를 계기로 남북경협 물꼬가 트여 개성공단이 하루빨리 재가동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지난달 23일 제주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중소기업인 행사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도 조속한 남북경협 재개를 촉구했다. 중기중앙회는 지난 14일 개성공단 입주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80%가 개성공단 재가동 시 재입주 의향이 있다는 내용의 '남북경협 관련 중소기업 실태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중소기업계가 조직적이고 전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남북대화 등 재개를 바라는 우리 정부 손짓에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 현재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가동 희망은 언감생심일 뿐이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경주 APEC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회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하게 바라고 있는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경협 복원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치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28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길 희망한다"고 밝힌 이유다.
이와 관련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위원장 결심만 남았다"면서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에 응할 가능성을 높게 전망했다. 과연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돼 개성공단 재가동 실마리를 찾게 될 수 있을지 중소기업계의 간절함이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