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리딩방 사기조직 사무실에서 확보한 증거물. 경기남부경찰청 제공투자 추천을 하는 방을 운영하던 사기 조직이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을 듣고 집단 강도·상해를 저지른 2030 조직폭력배인 이른바 'MZ 조폭'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깡패들이 불법 사무실을 털었다"는 첩보로 피해 진술을 확보하다 피해자들이 범행한 곳이 범죄단체라는 사실을 확인해 이들까지 한 번에 일망타진했다.
경기남부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9일 사기·범죄단체 등의 조직·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투자 리딩방 총책 30대 A씨 등 9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또 강도상해·특수주거침입·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범죄단체 가입 등) 혐의로 조폭 30대 B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1명은 불구속 입건(다른 혐의로 인해 구속)해 검찰에 넘겼다.
A씨 등은 지난해 7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시흥시 오피스텔에 전화상담실 사무실을 차려놓고 "한 생명보험 회사의 비상장주식 공모주를 위탁 매수한다"고 속여 피해자 42명에게 12억여 원을 속여 뺏은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은 지난 3월 20일 오전 A씨의 사무실에 흉기를 들고 무단으로 침입해 전화상담실 직원들을 폭행해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현금과 귀금속, 잡화, 테더코인 4만 3700개(시가 6400만 원 상당) 등 1억여 원의 금품을 강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투자리딩방 사기조직 사무실의 강도 범행을 계획하고 모인 MZ 조폭을 검거하는 사진. 경기남부경찰청 제공이전에도 투자 사기 전력이 있던 A씨는 교도소 수감 중 면회를 온 고등학교 친구에게 상장이 확정된 기업 공모주를 앞세워 또다시 사기 범죄를 계획한 사실을 전달했다. 출소 후 A씨는 자신이 총책을 맡고, 간부와 설비책, 인력공급책, 상담원 등 역할을 분담해 총 19명으로 이뤄진 투자 리딩방 사기 범죄 조직을 운영했다.
A씨는 텔레그램에서 구매한 개인정보 DB 파일로 여러 사람을 단체 대화방에 초대한 뒤 실제 공모주 청약을 앞둔 비상장주식에 관한 정보를 보여주면서 범행을 저질렀다.
대화방에서 A씨의 공범은 "공모주 위탁 매수 덕분에 큰 수익을 보게 생겼다"는 등의 말을 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사람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투자를 권유했다. 또 위탁 매수금을 입금한 사람에게 허위로 제작한 주식 양도 증서를 제공했다.
투자리딩방 사기조직 사무실의 강도 범행을 계획하고 모인 MZ 조폭. 경기남부경찰청 제공A씨 등은 범행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사무실을 자주 이전했는데, MZ 조폭 조직의 귀에 이들이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들어가면서 B씨 등의 표적이 됐다.
MZ 조폭의 일원인 B씨는 A씨를 잘 아는 교도소 동기로부터 "A씨의 사무실을 털면 억대의 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범행을 결심했다. A씨가 불법적으로 올린 수익을 갈취하면 신고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다.
B씨는 사전에 A씨의 사무실 위치와 출근 시간, 내부 인원을 파악해 범행을 준비했다. 이어 같은 조직 후배 7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복면과 장갑을 착용하고, 흉기 등으로 무장한 뒤 강도는 물론 폭행과 상해를 저질렀다.
범행 과정에서 A씨 일원 중 1명은 치아 3개가 부러지는 큰 상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리딩방 사기조직원이 강도 범행 과정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경찰은 사건 발생 며칠 뒤인 지난 4월 조폭 관련 첩보 활동을 통해 "깡패들이 불법 사무실을 털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착수 한 달 만에 피해자를 특정한 경찰은 피해자가 투자리딩방 사기를 벌인 범죄단체라는 점을 파악하고, A씨와 19명의 조직원을 순차적으로 붙잡았다. 또 A씨 등에게 주급 10만 원에 통장을 빌려주거나 개당 7~8만 원에 유심을 제공한 12명도 적발했다.
경찰은 압수한 휴대전화에서 투자 리딩방 단체 대화방에 참여 중인 1600여 명에게 사기 사건이라는 점을 알린 뒤 피해 신고를 독려했다.
이후 A씨 등으로부터 들은 강도 피해 진술을 토대로 전국 각지에서 B씨 등 10명을 검거했다. 범행에 가담했던 나머지 1명은 이미 별건으로 구속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리딩방 사기조직 사무실에서 압수한 외제차량. 경기남부경찰청 제공B씨의 지시에 따라 강도 행각을 벌인 조폭들은 모두 20~30대로, 이른바 MZ 조폭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 등은 강도 피해를 신고하지 않고 사기를 계속해 나가고 있었다"며 "B씨 등이 동종 콜센터 사무실에 대한 추가 범행을 모의하고 있었지만, 신속한 검거 작전을 펼쳐 피해를 조기에 차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예비 피해자의 투자금 이체를 막은 것이 이번 수사의 큰 의의"라고 했다.
경찰은 A씨의 집에서 압수한 현금 3억 원을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하고, 피의자들의 여죄 및 추가 피해 여부에 관해 보강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