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문현빈이 29일 KS 3차전에서 LG 유영찬의 포크볼을 간신히 맞춰내고 있다. 한화 이글스 운이 따랐지만 어쨌든 막혔던 한화 타선의 혈이 일단 뚫렸다. 극심한 타격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는데 이 기세를 이어갈지가 관건이다.
한화는 29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LG와 한국 시리즈(KS) 3차전에서 7-3 승리를 거뒀다. 잠실 원정 1, 2차전에서 2연패를 당한 분위기를 바꾸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빅 이닝이 만들어지면서 그동안 득점 가뭄을 시원하게 풀어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한화는 KS 1차전에서 LG와 같은 7안타를 쳤지만 2-8로 졌다. 물론 볼넷 6개, 몸에 맞는 공 1개 등 투수진 제구 난조가 컸지만 득점권에서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한화는 2차전에서는 3-15 대패를 안았다. 1회 문현빈의 2점, 노시환의 1점 홈런이 터졌지만 이날 5안타 빈공에 시달렸다. 삼성과 플레이오프(PO)에서 뜨거웠던 타선이 3주 이상 쉬면서 힘을 비축한 LG 투수진에 막히는 모양새였다.
3차전에서도 한화의 공격은 LG의 수비의 방해로 풀리지 않았다. 2회말 최재훈의 안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선취점을 냈지만 LG 유격수 오지환의 재치 있는 수비에 흐름이 끊겼다. 2루를 살짝 넘어가는 이도윤의 뜬공을 오지환이 일부러 잡지 않고 더블 아웃을 유도했다.
6회말 루이스 리베라토의 잘 맞은 타구는 우익수 홍창기의 호수비에, 7회말 심우준의 도루는 포수 박동원의 기가 막힌 송구에 잡혔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오늘 사실 7회까지 벤치에서 사인낸 것들이 잘 안 풀려서 경기를 보면서 마음 속으로 답답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29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3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8회말 한화 김태연이 좌중간 2루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하지만 1-3으로 뒤진 8회말 답답했던 한화 공격이 풀렸다. 물론 운이 따랐다. 선두 대타 김태연의 빗맞은 타구가 LG 좌익수, 중견수, 유격수가 모두 잡을 수 없는 '버뮤다 삼각지대'에 떨어지면서 2루타가 됐다. 1사 1, 3루에서는 문현빈의 역시 빗맞은 타구가 깊숙하게 수비하던 좌익수 김현수의 슬라이딩 앞에 떨어지는 적시타로 연결됐다.
한화로선 행운이었지만 LG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문현빈에게 적시타를 맞은 LG 마무리 유영찬은 2사 1, 2루에서 채은성, 대타 황영묵에게 잇따라 볼넷을 내줘 밀어내기 동점을 허용했다.
독수리 군단의 행운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심우준이 유영찬의 몸쪽 꽉찬 시속 151km 속구를 때린 타구가 3루수 키를 살짝 넘어갔다.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느려진 타구는 한화에 오히려 도움이 됐다. 발 빠른 심우준이 2루까지 달렸고, 최재훈이 이어진 2사 2, 3루에서 바뀐 투수 김영우에게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낼 수 있었다. 한화는 8회말에만 대거 6점을 뽑아내며 단숨에 경기를 뒤집었다.
심우준이 유영찬의 몸쪽 직구를 받아치는 순간 방망이가 부러지는 모습. 한화 이글스
3연패 위기에서 한화가 벗어났지만 운이 따른 것은 사실이다. 김 감독도 "잘 맞은 타구보다 빗맞은 안타가 2루타가 되면서 행운을 팀에 준 것 같다"면서 "김태연, 심우준 등 8회 행운이 우리에게 왔다"고 말했다. LG 염경엽 감독도 "안타 3개가 다 빗맞으면서 과정이 만들어졌는데 그것도 야구니까 어쩔 수 없고, 아쉽지만 이것이 야구"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분위기가 바뀐 것도 사실이다. LG는 승리 직전 역전패를 안았고, 마무리 유영찬이 패전을 안으면서 내상이 적잖은 상황이다.
한화가 기세를 이어가려면 또 다시 올지 모를 운이 아닌 실력으로 해내야 한다. 30일 LG 선발 투수는 요니 치리노스다. 한화를 상대로 올해 3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ERA) 1.40으로 강했고, 대전에서도 2경기 1패를 안았지만 ERA는 1.46이었다.
과연 한화가 하늘이 도운 3차전의 기운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니면 운에 따른 요행의 승리로 그칠 것인가. 4차전 한화의 방망이에 팬들의 이목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