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제주지사가 30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오영훈 제주지사가 역점 공약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민선9기 도정으로 넘기고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은 11월부터 축소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오 지사는 30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열린 소통간담회를 통해 "행정구역 등 일부 이견에 대한 폭넓은 의견 수렴의 필요성과 법 제정 후 1년 정도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행정안전부의 입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출범을 차기 도정으로 넘기게 됐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역점 공약인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민선8기 내에 마무리하지 못한 데 대해 제주도민에게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사과했다.
제주형 행정체제개편은 오영훈 지사의 핵심 공약으로, 조례에 따른 행정체제개편위원회가 구성돼 여론조사와 숙의형 공론절차를 거친 결과 '기초자치단체 부활'과 '동제주시·서제주시·서귀포시 3개 행정구역 분리'가 선택됐다.
그러나 지난해 12.3 윤석열 내란사태로 후속 절차인 주민투표 논의가 중단되면서 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며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국정과제로 반영됐지만 행정구역 분리를 둘러싼 갈등과 내년 7월 출범은 시기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정부 입장에 따라 결국 민선9기로 넘기게 된 것이다.
오영훈 지사는 "행정구역에 대한 이견이 큰 상황에서 단기간에 문제 해결이 쉽지 않고 이견을 조정할 기구를 만들 경우 행정체계개편위원회에 준하는 기구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조례 제정도 해야 한다"며 "올해 안에 조례를 만들기가 어렵고 내년 지방선거 3개월 전에 처리하기도 쉽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민선8기 남은 임기 기초자치단체 설치가 필요하다는 도민의 기대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민의 목소리를 더욱 세심하게 경청하고 도내 균형성장을 담보할 제주형 재정조정제도와 사무배분, 청사준비, 정보화 시스템 마련 등의 행정기반을 철저하게 준비하겠다"고 약속헀다.
다만 오 지사는 "기초자치단체 설치를 차기 도정으로 넘긴 상황에서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은 11월부터 국정과제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축소하고 나머지 인력은 시급성이 높은 도정 주요 현안 업무에 배치하겠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30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제주도 제공오 지사는 또 "내년 1월 정기 인사에 맞춰 특별자치분권추진단을 출범할 예정"이라며 "특별자치분권추진단은 제주특별자치도의 '포괄적 권한이양'에 관한 업무를 주로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이후 7차례의 특별법 제·개정을 통해 5321건의 국가 권한을 이양받아 왔지만 일일이 이양받을 사무를 하나하나 지정하고 법을 바꾸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
이에따라 제주도는 네거티브 방식의 포괄적 권한이양 입법화를 추진해 국민주권정부의 자치분권 강화 정책을 선도하고 '특별자치도'의 완결성을 높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오영훈 지사는 "특별자치도 20년을 맞는 2026년은 제주가 대한민국 자치분권의 혁신모델을 창출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특별자치분권추진단이 출범하기 전까지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신속히 권한이양 업무에 매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양문형 버스 도입과 섬식정류장 설치가 핵심인 제주형 간선급행버스체계(BRT) 구축이 전면 보류된데 대해선 오 지사는 "서광로 BRT 구간의 시민 불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동광로 BRT를 추진하면 도민 불편이 가중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오 지사는 "버스가 광양사거리에서 제주시청 방향으로 우회전할 경우 1차로에서 급격하게 회전해야 해 자동차 운전자들의 불편은 물론 사고위험도 높은 상황"이라며 "버스 우회전 전용차로를 확보하려면 가로수 식재 구간의 잠식 등이 필요한데 이 작업도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와 중국 칭다오를 오가는 국제화물선이 취항했지만 물동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투자없이 이익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우리가 수출하거나 수입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우리가 줘야 할 손실 보상금을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