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정상회담을 열었다. 양국 정상간 열린 공식 회담은 지난 2017년 이후 8년여 만이며, 이번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캐나다 단체관광을 재개하는 등 양국은 관계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中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캐나다行 단체관광 재개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 관광객의 해외 여행 수요, 현지 관광 환경 등을 고려하여 중국은 여행사를 통해 중국 국민을 위한 캐나다 단체 여행 운영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과 캐나다 간의 인적 교류가 더욱 촉진되고 양국 국민 간의 상호 이해와 우호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중국은 캐나다와 협력하여 인적 교류의 편의를 더욱 확대하고, 캐나다가 중국 관광객에게 안전하고 편안한 관광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보답해 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오 대변인은 "중국은 캐나다와 협력하여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다양한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재개하고, 상호 관심사인 특정 경제 및 무역 문제의 해결을 촉진하며, 중국-캐나다 관계를 조속히 건전하고 안정적이며 지속 가능한 궤도로 되돌려 양국 국민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해외 단체관광을 전면 중단했고, 2023년부터 순차적으로 단체관광을 재개했지만 앙숙관계였던 캐나다는 제외됐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핵심 동맹인 캐나다와도 관세전쟁을 벌이면서 최근 캐나다가 중국에 화해의 손짓을 보냈고, 중국도 이에 호응 한 것.
화웨이부터 고율관세까지…7년간 이어진 앙숙관계
연합뉴스
			
		
양국 관계 악화는 지난 2018년 12월 1일로 거슬로 올라간다. 당시 중국 정보통신 기업 화웨이 런정페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 부회장이 멕시코로 향하던 중 경유지로 들른 캐나다 밴쿠버 국제공항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이는 미국 사법 당국의 범죄인 인도 공조에 따른 것으로 미국 법무부는 화웨이와 멍 부회장이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과 관련된 금융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고 체포 이유를 밝혔다. 중국 당국은 미국과 캐나다의 이같은 조치에 강하게 반발했다.
멍 부회장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지만 전자발찌 부착 및 여권 압수, 거주지 제한 등의 조건이 붙어 캐나다에서 법정투쟁을 벌여야 했다. 이후 2021년 9월 24일 멍 부회장이 미국 법무부와 기소 연기에 합의함에 따라 2년 9개월만에 석방돼 중국으로 돌아갔다.
멍 부회장이 구금돼 있던 사이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는 화웨이를 중국군이 소유하거나 지배하는 기업이라며 1호 제재대상 중국기업으로 지정했다. 화웨이는 런 창업자가 인민해방군 통신장교 출신이라는 이유 등으로 줄곧 해외 각국으로부터 중국군과의 연계 가능성을 의심받아 왔다.
중국과 캐나다간 관계는 멍 부회장 체포 사건이후 급격히 얼어붙였다. 중국 역시 보복으로 캐나다인 2명을 간첩 혐의로 구금해 멍 부회장이 풀려났을때 함께 풀어주기도 했다. 중국인 단체관광을 재개하지 않은 것 역시 캐나다에 대한 보복조치 성격이 강했다.
		
		
지난 2022년 11월에는 캐나다 현지 언론들이 "중국이 2021년과 2019년 캐나다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했고, 이듬해에는 중국이 중국계 캐나다인 정치인을 사찰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중국이 이에 강하게 반발하며 양국은 상대국 외교관을 맞추방하며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다.
지난해 9월에는 캐나다 정부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전기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는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중국은 올해부터 카놀라유 등 캐나다산 농축산물에 25~100%의 보복 관세를 매기며 양측 갈등은 경제·무역분야로 확대됐다.
트럼프, 동맹 캐나다와도 관세전쟁…빈틈노린 中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핵심 동맹이자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으로 관세가 면제된 캐나다에도 최대 50%에 이르는 관세 부과를 발표하며 캐나다와의 관세전쟁을 시작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야 한다"고 수차례 밝히는 등 캐나다를 조롱했고, 이에 캐나다 내에서는 반미, 반트럼프 감정이 급격히 커졌다. 최근에는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비판하는 TV 광고를 내보냈고, 이후 양국 관세협상은 무기한 중단됐다.
미국과 캐나다간 관계가 틀어지자 중국은 재빠르게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양국 정상회담과 중국인 단체관광 재개 등은 양국 관계 개선에 시동을 걸었다. 추후 카니 총리가 시 주석의 초청에 화답해 중국을 방문할 경우 양국 관계 개선은 보다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