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날로 강화되자 우군확보가 절실해진 중국이 한국 등 주변국에 잇따라 손을 내밀며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유독 일본과의 관계는 오히려 더 꼬여가는 모양새다.
강경 우익이자 반중 성향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는 중국은 최근에는 대만 문제를 놓고 일본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다카이치, APEC 회의서 대만대표 접촉…중국 "강력한 항의"
린신이 대만 총통부 선임고문(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
5일 홍콩 성도일보에 따르면 당초 지난 3일 베이징에서 '2025년도 중일 공동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던 중국일보 측은 "책임자가 공무상 일정으로 참석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갑작스레 일정 연기를 요구했다.
일정 연기 이유에 대해 성도일보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대표 접견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1일 대만 대표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린신이 총통부 선임고문과 만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사진과 함께 "일본과 대만의 실무 협력이 깊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APEC 정상회의 등 주요 국제회의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해 대만에 국가 자격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이에따라 대만은 국가가 아닌 '중화 타이베이'라는 명칭으로 APEC 등 국제회의에 가입하는 한편, 총통 등 국가 정상이 아닌 고위급 대표를 파견한다.
린 선임고문과의 만남 전날 시 주석이 다카이치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맺은 '4대 정치문건'의 이행을 촉구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 준수를 강조한 마당에 다카이치 총리가 바로 다음날 대만 측과 접촉한 것에 대해 중국 측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1일 대변인 명의 입장문을 통해 "일본 지도자가 APEC 회의 기간 중 대만 당국 관계자들과의 회동을 고집하고 SNS 플랫폼에서 이를 공개적으로 홍보한 것은 하나의 중국 원칙, 중일 4대 정치문건의 정신, 그리고 국제 관계의 기본 규범을 심각하게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만 독립 세력에 심각하게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이며, 그 성격과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면서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하며 일본에 강력한 항의와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엄정한 교섭 제기는 외교 경로를 통한 항의를 뜻한다.
그러면서 "장기간 대만을 식민지로 삼아 온 일본은 대만 문제에 대해 묵과할 수 없는 중대한 역사적 책임을 지고 있으므로 언행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며 "일본이 잘못을 반성하고 바로잡으며, 중국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시진핑에 인권문제 지적…"중일 관계 저조할 예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위)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제2세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반중 성향인 다카이치 총리의 집권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실제 시 주석은 지난 21일 다카이치 총리 취임 이후 관례적으로 발송한 축하 서한도 보내지 않았다. 대신 리창 국무원 총리 명의의 축전만 발송됐다.
중국 신화통신 계열 소셜미디어(SNS) 계정 '뉴탄친'은 지난달 22일 게시물에서 "이 세상은 트럼프 하나로 이미 충분히 골치가 아픈데 여자 버전 트럼프가 또 하나 나왔다"며 다카이치 총리를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경주에서 열린 중일 정상회담도 개최 불과 몇시간 전에야 성사돼 일본 측의 애간장을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친대만 행보 외에도 난징대학살 부정, 야스쿠니신사 참배, 중국 공산당의 인권 탄압 비판 등 그동안 보인 다카이치 총리의 반중 성향 때문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여곡절 끝에 열린 회담에서도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이 내정이자 한계선(레드라인)으로 간주하는 중국내 인권문제를 언급해 시 주석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회담 뒤 "홍콩과 신장 위구르 자치구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향후 양국 관계에 대해 성도일보는 "모두 알다시피 다카이치는 약한 총리로, 얼마나 오래 (총리를) 맡을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중국은 그에게 예의를 차리지 않을 것이고, 그의 집권 기간 중일 관계는 저조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