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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그 자체가 된 슈퍼주니어[파고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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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아시아 스타 등용문'을 목표로 여러 방면에서 활약할 '엔터테이너형' 그룹, 그룹 안에서 많은 '톱스타'를 배출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출발한 슈퍼주니어. 멤버의 강점과 개성을 살려 가수·탤런트·영화배우·코미디언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실제로 이뤄냈습니다. CBS노컷뉴스는 데뷔 20주년을 맞은 슈퍼주니어가 걸어온 길을 돌아봅니다. 첫 번째 편에선 슈퍼주니어라는 팀에 관해 살펴봤습니다.

[기획] 슈퍼주니어 20주년 ① - 슈퍼주니어라는 팀

2005년 11월 6일 데뷔한 그룹 슈퍼주니어. 슈퍼주니어 공식 페이스북2005년 11월 6일 데뷔한 그룹 슈퍼주니어. 슈퍼주니어 공식 페이스북
오늘(6일) 데뷔 20주년을 맞은 다인원 그룹 슈퍼주니어(SUPER JUNIOR)는 K팝 신에서 여러 가지 '처음'을 제시한 팀이다. 우선,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으로는 처음으로 중국인 멤버인 한경을 넣었다.

가창력·춤·연기·예능·외모 등 각자의 강점이 분명한 멤버가 모인 12인조 '다인원' 그룹으로 기획됐으며, 데뷔 초부터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잦았고 개인 활동도 활발했다. '꽃미남 연쇄 테러사건'이라는 영화에 멤버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총 12명이지만 3~4명이 따로 모여 앨범을 내고 활동할 수도 있게 길을 열어두었고, 실제로 슈퍼주니어는 슈퍼주니어-T, 슈퍼주니어-M, 슈퍼주니어-D&E, 슈퍼주니어-해피, 슈퍼주니어-K.R.Y., 슈퍼주니어-L.S.S. 등 많은 유닛을 선보였다. 아이돌 그룹으로 출발했으나 활동 영역을 확장해, 결과적으로 수명을 연장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낳았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학교 국제학과 부교수는 "중국인 멤버 한경을 넣고 슈퍼주니어-M을 론칭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통해 중화권과 동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건, 이후 K팝 그룹 구성 방식의 전형을 제시하며 지금까지 이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슈퍼주니어 이후 거의 모든 K팝 그룹이 1명 이상의 동아시아계 멤버를 포함하였으며, 블랙핑크(BLACKPINK)의 리사나 트와이스(TWICE)의 '미사모'와 같이 이들은 자신들 모국에서의 인기를 견인함은 물론 K팝 그룹의 국제화에 견인차 역할을 하였는데, 이는 슈퍼주니어가 K팝에 미친 가장 커다란 영향력"이라고 전했다.

슈퍼주니어는 이른바 '기수제'를 표방한 그룹이었다. 그래서 첫 정규앨범에는 '슈퍼주니어05'라고 쓰여있는 걸 볼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슈퍼주니어는 이른바 '기수제'를 표방한 그룹이었다. 그래서 첫 정규앨범에는 '슈퍼주니어05'라고 쓰여있는 걸 볼 수 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최승인 음악평론가는 "흔히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라고 하지만, 슈퍼주니어는 반대로 흩어졌을 때 각자의 매력을 드러내며 살아남았고, 다시 뭉쳤을 때 그 힘을 집약해 그룹으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20년을 견뎌온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최 평론가는 "멤버들이 예능·연기·뮤지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개별 매력을 확장했고, 이 흐름이 다시 팀 활동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불러오는 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개인과 팀 활동의 균형이 장수의 핵심 요인"이라며 "팀-유닛-개인 활동이 공존하는 구조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고정된 틀보다 변화와 확장을 통해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하나의 모델을 K팝 시스템에 제시했다"라고 평했다.

정민재 음악평론가는 "이전에도 10인조 넘는 다인조 그룹은 존재했지만, 슈퍼주니어처럼 활동을 지속하면서 꾸준히 히트곡을 탄생시키고 디스코그래피를 꾸려간 사례는 없었다. 이들도 최초에는 업데이트를 전제로 한 슈퍼주니어 05'라는 프로젝트팀이었던 걸 보면, K팝 내에서 다인조 그룹의 실현 가능성을 실험해 가며 활동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나 다름없다"라고 밝혔다.

누구보다 유닛 활동을 적극 활용한 팀이기도 하다. 정 평론가는 "다인조라는 특성을 활용해 유닛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모하며 다방면으로 대중에 어필한 것도 특기할 점이다. 물론 이들도 참고 사례가 존재하나, 적어도 국내에서 슈퍼주니어 이후에 등장한 10인조 이상의 다인조 그룹은 이들의 활동 궤적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슈퍼주니어는 음악 활동뿐 아니라 연기, 예능, 라디오, 뮤지컬 등 멤버의 특장점을 살린 다양한 활동을 병행해 왔다. 슈퍼주니어 공식 페이스북슈퍼주니어는 음악 활동뿐 아니라 연기, 예능, 라디오, 뮤지컬 등 멤버의 특장점을 살린 다양한 활동을 병행해 왔다. 슈퍼주니어 공식 페이스북
최승인 평론가는 "한 팀 안에서 다양한 장르와 시장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며 이후 K팝 그룹들의 활동 방식에도 참고점을 제공했다"라며 "음악 활동을 넘어 예능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대중성과 친근함을 확립했고, 아이돌 그룹의 활동 영역에 대한 기존 인식을 자연스럽게 확장했다"라고 전했다.

차우진 음악산업평론가는 "슈퍼주니어의 20년 역사는 K팝 아이돌 그룹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모범 답안과 같다. 일단 '따로 또 같이' 모델을 확립했다. K팝에서 처음으로 '유닛 활동'과 '개인 활동'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고 그룹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특(MC), 희철(예능), 시원(연기), 신동(연출/예능), 은혁(퍼포먼스) 등 멤버들이 각자의 전문 영역을 개척했다. 덕분에 그룹의 공백기)를 최소화하고, 개인의 대중성을 그룹으로 결집하는 선순환 구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랜디 서 음악평론가도 "분야를 막론한 다방면의 연예 활동"을 슈퍼주니어의 장수 비결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다인원이 방송가 곳곳으로 흩어져 끊임없이 팀 이름을 대중들에 각인했고, 다양한 유닛 활동으로 다루는 장르와 레퍼토리를 확장했다"라며 "이렇게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다 한 아이돌을 보며 팬들이 느낄 감정은 훨씬 더 끈끈할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이어 "이런 울퉁불퉁함은 기획 단계의 통제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이 험한 상황을 가리지 않고 말 그대로 '굴러' 얻어낸 슈퍼주니어만의 독특한 이력이다. '슈퍼맨'(SUPERMAN)의 가사처럼 "The last man standing"의 비결은 전 멤버가 전방위로 활동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슈퍼주니어는 지난 8월 22~24일 사흘 동안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슈퍼쇼10'을 개최했다. 슈퍼주니어 공식 페이스북슈퍼주니어는 지난 8월 22~24일 사흘 동안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구 체조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슈퍼쇼10'을 개최했다. 슈퍼주니어 공식 페이스북
황선업 음악평론가는 "가장 큰 장수 비결은 역시 멤버들이 연기·예능·라디오·솔로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며 '가수'라는 틀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그 자체로 자리한 덕분이 아닌가 싶다. 당시 멤버 개별 활동이 본격화되지 않았던 시점에 이들은 노래나 퍼포먼스 외에도 다양한 매력을 발산하며 멀티 활동 그룹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라며 "'따로 또 같이'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었던 그룹이 바로 슈퍼주니어"라고 진단했다.

이규탁 교수는 "다양한 개성을 가진 멤버들이 자신들만의 강점을 통해 음악·예능·연기·뮤지컬 등 다방면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여러 조합의 유닛 활동을 하면서 그룹 수명도 길어졌고, 입대 등으로 인한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이는 다수의 멤버를 가진 K팝 그룹이 어떤 식으로 멤버 간의 역할 분배와 균형을 맞춰낼 수 있는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밝혔다.

박희아 대중문화 저널리스트는 "슈퍼주니어는 기획 단계부터 일반적으로 보컬, 춤, 랩 등 각 담당을 나누고 여기에 예능을 담당하는 멤버를 정식으로 지정한 사례다. K팝 산업에서 최초였고, 현재까지도 이런 식으로 예능 멤버를 고정된 역할로 투입한 경우는 없다. 이 시도로 인해 슈퍼주니어가 엔터테이너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데뷔 초부터 기대가 있었고, 이에 걸맞게 '예능 고정 멤버'인 신동 외에 다른 멤버들도 각자의 유머러스함을 보여주며 한국 예능의 주요 플레이어로 성장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멤버들의 유쾌한 이미지가 음악 외의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도 힘을 발휘하며 한국 대중문화 시장에서 자신들만의 독보적인 캐릭터를 구축한 사례다. 보통 아이돌 그룹이 대체로 'K팝' 산업 안에 있다면, 슈퍼주니어는 보다 넓게 'K-컬처' 산업에서 전방위적으로 팀의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것이 슈퍼주니어가 20년 동안 대중의 뇌리에 각인돼 있었던 이유"라고 분석했다.

슈퍼주니어는 본 그룹 활동 외에도 여러 유닛을 만들어 활동했다. 슈퍼주니어 공식 페이스북슈퍼주니어는 본 그룹 활동 외에도 여러 유닛을 만들어 활동했다. 슈퍼주니어 공식 페이스북
2005년 데뷔했을 때만 해도 슈퍼주니어의 공식 표기는 '슈퍼주니어05'였다. 슈퍼주니어의 2005년 버전이라는 뜻으로, 이른바 '기수제'를 표방했다. 시간의 흐름이나 상황에 따라 멤버 구성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하지만 팬들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초기 기획이었던 '로테이션'은 무산됐다.

랜디 서 평론가는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멤버들의 출입을 자유롭게 만들고 다양한 유닛을 실험하는 실험적인 팀, 일명 '로테이션 그룹'이어서, 이 멤버가 고정되지 않을 운명이었다. 멤버들 입장에서는 소속과 활동이 보장되지 않아 불안정한 상태였을 거고, 그런 임시적·실험적 시도에도 멤버 개개인의 스타성이 엄청났고, 2세대의 주요 아이돌로 큰 사랑을 받았다"라고 운을 뗐다.

슈퍼주니어라는 팀을 지키고자 멤버들도 오랜 기간 서로 애써왔다는 것은, 방송 프로그램 등에서 멤버들이 직접 밝혀온 바다.

랜디 서 평론가는 "장수 비결은 팀을 유지하고자 하는 멤버들의 의지와 협력"이라며 "기획사는 인원을 늘리고 줄이려는 시도를 계속했지만 팬덤 엘프가 13번째 멤버 규현까지 정식 멤버로 인정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고, 이후 슈퍼주니어 원 그룹은 더 이상의 확장을 멈췄다. 추가 멤버인 조미와 헨리는 원 그룹이 아닌 슈퍼주니어-M이란 유닛에서만 활동했다. 팬덤의 의지가 기획에 영향을 미친 드문 사례"라고 말했다.

위쪽부터 슈퍼주니어-K.R.Y., 슈퍼주니어-D&E, 슈퍼주니어-L.S.S.위쪽부터 슈퍼주니어-K.R.Y., 슈퍼주니어-D&E, 슈퍼주니어-L.S.S.
데뷔 10주년이었던 지난 2015년 SM 내부에 슈퍼주니어만을 전담하는 별도 레이블을 세운 것을 두고, 랜디 서 평론가는 "이 역시 멤버들이 이 팀의 운명을 자신들이 직접 책임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준 한 예다. 회사 바깥에 세운 것은 아니지만 별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운영됐다는 점이 특이하다"라고 소개했다.

마노 음악평론가는 "슈퍼주니어는 유독 '멤버들끼리 크게 싸운 에피소드'가 굉장한 화제가 되는 팀인데, 이런 '야생성'이 팀을 20년째 이끌어 온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서로를 가볍게 도발하며 웃고 떠드는 것을 보면, 그 '야생성'은 분명 현재진행형"이라며 "바꿔서 말하면 '야생'에 가까울 정도로 서로를 솔직하게 대한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진솔함이 이 팀을 K팝 신 내 대표 장수 그룹 롤모델로 기능하게 하지 않았나"라고 설명했다.

"그룹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서 멤버들 간의 케미를 기반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다. 무대 위에서는 아이돌, 무대 아래에서는 친구 같은 매력을 뽐낸다"라고 한 차우진 평론가는 "20년의 세월을 함께하며 성장한 팬덤 '엘프'는 단순 지지자를 넘어 '파트너'에 가깝다. 10대 팬덤에게 아티스트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즐거움'이라는 모델을 제공했다"라며 특히 '엘프'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규탁 교수는 "슈퍼주니어의 커리어는 몇몇 멤버의 논란으로 인한 활동 중단과 탈퇴, 외국인 멤버와 소속사 간의 분쟁 등으로 인해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꾸준한 음악 내외적 활동과 멤버 간의 끈끈한 유대감, 팬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유지하며 장수 그룹으로 남을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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