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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청 아슬아슬 줄타기…삐끗하면 파국이다[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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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의 충돌

李임기 반년도 안됐는데 당정 갈등 반복
강대강 충돌은 피했지만 반복될 가능성

연합뉴스연합뉴스
"언론에서 자꾸 엇박자가 난다는 식으로 이간질하는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아. 대통령께서 바쁘신 낮 시간엔 텔레그램을, 밤 늦게는 전화 통화를 통해 두 사람이 수시로 연락하고 있거든."

검찰개혁 추진 과정을 두고 당정이 갈등한다는 논란이 불거졌을 때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최측근 인사가 사석에서 전한 말이다. 표면상은 엇박자로 비칠지 몰라도 실제로는 '굿캅 배드캅'로 역할을 나눠 일종의 '약속 대련'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그 말을 그대로 믿기엔 이미 파열음이 너무 자주, 대놓고 분출돼 버렸다. 기류가 심상치 않다.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으로 끌어넣지 말라(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는 참모의 직설적 경고가 공개적으로 터져나오기에 이르렀다.

전날까지 재판중지법 띄우기에 한창이던 당 지도부는 대통령실 경고 직후 입장을 뒤집었다. 그때도 당에서는 '용산과의 소통엔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비슷한 사례가 반복된 탓에 그런 해석은 점차 설득력을 잃는 분위기다.

이 갈등을 쉬이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두 사람의 사적 관계 문제라기보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 국민을 바라봐야 하는 대통령과 당심에 주목하는 정 대표 간 입장 차.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 충돌.

그러다 보니 오해나 구설에 오르기도 십상이다. 최근 치러진 부산시당위원장 경선에서 유동철 수영구지역위원장이 '컷오프(경선 배제)'되자 명·청 갈등설이 재점화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당에서 연신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하지만 유 위원장이 상임대표를 맡은 친명 최대 조직 '더민주 전국혁신회의'에서는 '친명 학살'이라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정 대표가 취임 직후 지명직 최고위원에 비명계 핵심으로 알려진 서삼석 의원을 낙점하면서 '수도권 중심 친명계(친이재명계) 세력 견제용 아니냐'는 해석을 불렀던 것도 마찬가지다.

윤창원 기자윤창원 기자
물론 충돌이 아직 표면화되지는 않고 있다. 갈등설이 올라올 때마다 정 대표가 납작 엎드리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중지법 번복 직후에도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함께 찍힌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APEC도 A급, 시정연설도 A급"이라며 구애를 이어갔다.

문제는 아직 정권 출범 반 년도 지나지 않았다는 것. 리더십 갈등을 노출하기엔 일러도 너무 이른 때다. 나아가 내년엔 지방선거와 차기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다. 만약 그때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성공하지 못할 경우 전면 충돌은 불가피할 가능성이 있다.

당정 관계 균열이 곧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는 건 한국 정치가 이미 여러 차례 경험해왔다. 박근혜 정부 당시 김무성 대표와 빚은 갈등에 '옥새런'이란 촌극을 빚었고, 결국 총선 참패로 이어졌다.

직전 22대 총선에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의 파열음은 패배의 핵심 원인이 됐다. 당시 용산에서 "두 개의 야당을 상대하는 것 같다"는 토로가 나왔을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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