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교육위원회가 '필수의료 전형 신설'과 '필수의료 전문의 병역 면제' 방안을 제시했지만, 의료계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필수의료 전형? "고3이 평생 전공 정하라는 건 비현실적"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각 대학이 입시 단계부터 필수의료 전형, 의사과학자 전형, 일반 전형으로 구분해 모집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입학 단계에서 지역 필수의료 전공자를 따로 선발하고, 레지던트 수료까지 해당 분야에 의무적으로 종사하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의대 교육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며 일축했다. 일반적으로 의대생은 본과 과정을 마친 뒤 인턴 시기에 전공을 선택하는 만큼, 고등학교 단계에서 평생 전공을 정하도록 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수험생활만 해온 고등학생에게 평생 배울 전공을 정하라고 하는 건 비현실적이다"며 "교육과정 중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데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김성근 대변인은 "국가교육위원장은 법조인 출신으로 알고 있다. 의학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언"이라며 "중책을 맡은 공직자의 발언으로는 신중함이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병역 면제? "필수의료 어떻게 규정할건가"
류영주 기자차 위원장은 또 필수의료 전공의에게 해당 분야에만 유효한 면허를 부여하고, 일정 기간 의무복무와 병역 면제 혜택을 주는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산부인과, 소아과 등 전공의에게 과감히 병역 면제 혜택을 줘야 한다"며 "이 정도 중대한 사안이라면 정부가 예외 규정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필수의료'의 범위부터 모호하다고 지적한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협회장은 "어디까지를 필수의료로 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성형외과라도 화상·수지접합 분야를 하는 의사가 있을 수 있고, 내과나 소아과를 전공하더라도 이후 미용진료를 선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는 "의료사고에 따른 사법 리스크와 낮은 수가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병역 면제만으로 필수의료를 선택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시업계에서도 제도 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분리 모집이 의료 쏠림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이미 복잡해진 입시 환경 속에서 트랙을 나누면 수험생 혼란만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